광주대교구 전체메뉴 보기
메뉴 보기

교회소식

교구[한국일보]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결국 같아… 이해와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2-04-18
  • 조회수 :  668

■7대 종교지도자, 마곡사·동화사서 상생의 1박2일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를 비롯한 7대 종교 지도자들이 17일 비구니를 포함한 학인 스님들과 대화하기 위해 동학사 경내에 들어서고 있다.


충남 공주시 계룡산 끝자락에 있는 동학사에 17일 오전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국내 7대 종교 지도자들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가톨릭 김희중 대주교(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원불교 김주원 교정원장, 유교 최근덕 성균관장, 민족종교 한양원 회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가 절 마당으로 들어서자, 100여명의 비구니(여승)와 사미니(예비 비구니)가 합장하며 반갑게 맞았다. 천도교 임운길 교령은 건강이 좋지 않아 참석하지 못했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은 2008년부터 '종교간 화해와 상생'을 주제로 다른 종교 문화 체험과 성지 순례 등 교류 행사를 해왔다. 지난해 8월 광주대교구와 광주가톨릭대학 등을 방문한 데 이어, 올해는 자승 총무원장의 초청으로 16, 17일 이틀간 공주의 제6교구본사인 마곡사(주지 은혜 스님)와 대표적인 비구니 사찰인 동학사(주지 견성 스님)에서 사찰 순례와 불교 문화 체험이 이뤄졌다.

전날 마곡사를 둘러보고 태화산전통불교문화원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이날 동학사를 찾은 종교 지도자들은 40여명의 사미니 스님들과 마주 앉아 종교인의 자세, 사회참여 문제 등을 주제로 1시간 넘게 대화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자승 총무원장은 "한국은 50개 종교와 500개 종파가 있는 다종교 다문화 사회"라며 "종교 지도자들이 수시로 만나 종교간 갈등을 해소하자는 뜻에서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화두를 열었다.

한 사미니 스님이 "우리나라는 종교간 갈등이 내재돼 있어 언제 가시적으로 드러날 지 모르는 상황인데, 종교 지도자들은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가"고 물었다. 김희중 대주교는 "종교간 일치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웃종교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갈등을 해소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원 교정원장은 "모든 종교의 가르침은 결국 같은 것"이라며 "종교인들이 자신들이 믿는 하느님이나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면 종교가 화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덕 성균관장은 "7대 종교 지도자들이 다른 종교를 이웃끼리 서로 사랑하자는 뜻에서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웃종교'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을 정도로 우리 종교인들이 상생과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미니 스님은 최근덕 성균관장에게 "여성의 사회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데 여성 성직자의 역할에 대해 당부의 말씀을 해달라"고 청했다. 최 성균관장은 "유교가 남존여비 사상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유교는 남녀를 차별하지 않는다"며 "주역에서도 음양이 화합해야 사회가 평안해 진다고 말하고 있으니 여성 성직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해달라"고 말했다.

"천주교가 사회참여에 어느 종교보다 열심인데 종교의 사회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도 나왔다. 김희중 대주교는 "중생의 아픔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것이 종교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천주교는 1962년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 종교의 사회참여를 결정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김 대주교는 "적극적인 사회참여도 좋은 일이지만 정신세계를 가꾸는 종교 고유의 영역을 놓치면 의미가 퇴색된다"며 "종교인들이 종교의 본질을 망각하면 사회혁명가나 사회개혁가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은 동학사에서 전통 사찰음식으로 공양한 뒤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순국 선열의 넋을 기리고 종교평화를 다짐하는 것으로 1박2일간의 행사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