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교구[가톨릭뉴스] 김희중 대주교의 북한 방문기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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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성당 세례 문서도 확인
같은 언어와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 민족으로서 갈라져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우리 한반도 말고 어느 나라가 그렇습니까? 우선 남북이 갈라지면서 남북 간의 대치상황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7대 종단 수장들은 만날 때마다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민족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중 이번에 북한 방문이 성사된 것입니다.
화해와 평화를 중요한 가르침의 하나로 삼고 있는 우리 종교인들이 민족의 화해와 평화공존, 더 나아가서 통일을 위해 서로 화해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뜻을 모았습니다.
물론, 각 종단 차원에서는 이런 노력이 줄곧 이뤄져왔지만, 모든 종단이 남북 평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 방북을 추진하게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자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이에 우리는 평화를 향한 남측 종교인들의 염원을 북측에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남북의 종교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평화를 위한 결의와 통일을 위한 단결된 마음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에 화해와 교류협력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난 9월 21-24일 북한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사실, 7대 종단 수장 모두가 종교적인 동기에서 함께하는 방북은 남북교류 역사상 초유의 의미 있는 일로써, 이를 통해 남북이 다방면에서 교류하고 평화가 정착된다면 아시아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선생님들은 복 받으셨습니다!”
22일 남북 종교인 모임을 가진 다음 날, 남북 종교인들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천지에 함께 올라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도를 함께 바쳤습니다.
맑은 날씨의 백두산 천지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으려면 3대가 공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우리 종교인이 천지에 올라갔을 때는 구름 한 점 없이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 참으로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그곳의 여성 강사 동무(안내원)이 “선생님들은 복 받으셨습니다! 우리도 이런 날씨를 보기는 쉽지 않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하느님도 남북이 함께 부른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의 염원을 들으시고 우리를 축복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의 정기가 백두대간을 타고 한라산까지 이르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한반도에 충만”하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였습니다.
24일 다시 남한으로 돌아오는 날 오전에 저는 평양의 장충성당을 방문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방문이었지만 성당에는 30-40명의 신자들이 저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성당에 들어가서 함께 주의 기도문과 성모송, 영광송을 바치고 제가 간단한 강론을 하였습니다.
강론의 요지는 신앙의 의미와 중요성, 기도의 의미와 방법, 그리스도교의 가장 큰 계명인 이웃사랑의 실천을 강조했으며, 우리나라를 위해서도 기도하자고 격려하였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한국 가톨릭교회에서 번역한 성경과 주석 성경을 장충성당 공동체에 전달하였습니다.
또한, 제가 장충성당의 반주자에게 성가 한 곡을 부탁했더니 기꺼이 피아노로 연주를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의방에 가서 세례문서와 함께 그곳에 모셔져있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사진과 복자 요한바오로 2세께서 보내주신 성작도 보았습니다.
그곳의 신자 대부분이 연로하신 분들인데 가능한 한 하루빨리 장충성당에서 정상적으로 미사가 봉헌되고 남북 가톨릭 신자들이 만나 함께 기도할 수 있기를 기원하였습니다.
적어도 가톨릭교회의 4대 대축일에라도 공식적으로 미사를 봉헌하면서 가톨릭교회와의 관계가 확대돼 남북 평화와 통일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동행한 주교회의 사무국장 변승식 신부와 함께 북한의 신자 공동체에게 하느님의 강복을 빌고 남한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편집자 주: 김희중 대주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으로서 다른 6인의 공동회장과 함께 조선종교인협의회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했으며, 장충 성당을 찾아봤다. 김 대주교의 장충성당 방문은 주교로서는 1998년에 당시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이던 최창무 대주교가 서울대교구장 대리로 방문한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