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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경향신문] 7대종단 대표 방북 이끈 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1-10-06
  • 조회수 :  806

지난 23일 평화기도회를 위해 백두산을 찾은 7대 종단 대표들은 구름 한 점 없이 완전한 천지를 볼 수 있었다. 북측 강사동무(안내인)는 “선생님들이 복 받았어요”라고 말했다. 종교 수장 중 일곱 차례나 백두산을 찾은 분도 이런 날씨를 못 봤다고 한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한국 종단 수장들이 오니 민족의 통일을 위한 서광이 비친다”고 말했다. 기도문 낭독이 끝나고 남북 참가자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는 “굉장히 감동적이고 감격스러웠다”며 당시의 감회를 전했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민족종교 등 7대 종단 대표들이 사상 처음으로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으로서 이번 방북을 이끈 김희중 대주교는 26일 광주대교구청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상호간의 오해와 불신을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가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 남한의 당국자들이 정치적 실리와 자존심을 따지지 말고 남북한 평화공존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했다.



-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으로서 7대 종단 대표 방북을 추진한 배경과 의의는 무엇입니까.

“그동안 남북관계가 무척 경색되어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남북 어느 측에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치적 계산을 할 필요가 없는 종교인들이 남북대화와 교류를 위한 징검다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방북을 했고 북한에서 그 바람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이번 방북으로 남북 당국자 모두 교류의 중요성과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 북한에서 남북 종교인 대화를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공동성명에 담긴 가장 중요한 정신은 무엇일까요.


“이제까지 양측 정부가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약속한 내용들을 서로 성실하게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남북의 종교인들이 정례적으로 만나서 함께 기도하고 통일의 염원이 실현될 수 있는 방안들을 찾도록 종교인의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했습니다.”

- 북측이 예상 밖의 환영 의전과 예우로 맞이했다고 하는데 그 배경이 있었을까요.


“7대 종단 수장들이 우리나라에서 갖는 위상과 위치, 신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한 것 같습니다. 평화공존과 통일에 대한 북측의 의지도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남 위원장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리종혁 부위원장,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양형섭 부위원장 등 북측의 지도자들을 만났는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습니까.


“김영남 위원장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의 통일을 성취하자는 게 북한의 입장이라고 전달했고 또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우리 민족이 함께 민족의 역량을 합해 통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그 순간 들을 때는 북측 인사도 통일에 대한 염원이 우리 못지않다고 느꼈습니다. 리종혁 부위원장과 양형섭 부위원장은 남북이 경제적으로 상생하는 방안을 함께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저는 북측 인사들에게 ‘정치적인 명분과 자존심이 민족의 통일보다 중요합니까. 기싸움 하지 말고 평화공존과 통일을 위해 한발짝씩 물러설 용기가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북측의 굉장히 비중 있는 인사에게 피력했고 그 사람도 ‘아, 그렇다’고 했습니다. 저는 남측도 그 점에서는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 남한 정부에서 북한 지도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었습니까.

“직접적으로 문건으로 전달한 메시지는 없었지만 정부에선 이런(천안함·연평도 사태)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느냐 그걸 정리하고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었습니다.”

- 이번 남북 종교인 모임에서 정기적인 교류를 하기로 합의했는데, 어떤 형태의 교류가 가능할까요.


“예를 들면 성탄절이나 석가탄신일, 그리고 그 외에 필요한 경우에 서로 연락하여 만나면 좋겠다는 데 동의하였습니다.”

-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의 대표회장을 맡는 등 종교 간 대화와 평화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십니다. 종교 간 평화와 화해가 왜 중요한 것일까요.

“세계 분쟁의 대부분은 종교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종교 간 평화공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이웃 종교의 가르침을 존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정원이 다양한 색깔과 형태의 꽃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듯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북관계에서도 서로 존중하는 정신과 마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우리 사회의 계층 간, 세대 간 대립과 갈등을 풀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서로의 입장과 처지가 달라 다른 의견을 내는데 이분법적으로 맞다, 틀리다 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돕는 데 우리 종교 신자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집단이기주의입니다. 종파와 사상을 떠나 이웃의 어려움을 함께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입니다. 내가 갖고 있는 건 다른 사람에게 베풀기 위해 잠시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교 재물관에서 절대적 소유 개념은 없습니다. 우리는 관리인으로서의 소유권만을 갖고 있고 그에 맞게 써야 합니다.”

- 젊은이들의 아픔이 큽니다. ‘삼포세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힘들게 버티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희망은 어둠 속에서도 잠자지 않는 꿈이라고 합니다. 꿈은 실패하는 순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순간에 끝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참혹함을 느끼지만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정신으로 이겨내면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될 수 있습니다.”

- 대주교에 착좌하신 지 1년반 가까운 시간이 흘렀는데 무엇을 중점에 두고 활동하셨습니까.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주민들을 위한 회관을 만들어 여러 가지 적응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농어촌에도 개척 공소를 세워 봉사할 수 있는 길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습니다.”

-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우리 정부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종교인과 민간인의 교류를 전향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이것이 결국 정부 당국자들과의 대화에도 보탬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