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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광주일보] “주위 둘러보며 사는게 훨씬 더 행복” 18년째 엠마우스복지관 봉사 최경순 씨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0-12-21
  • 조회수 :  831
“주위 둘러보며 사는게 훨씬 더 행복”
18년째 엠마우스복지관 봉사 최경순 씨

지난 16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7.7도까지 떨어졌다.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였지만 이날도 최경순(75) 할머니는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찬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5년 전 협심증으로 수술한 심장 때문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당뇨로 인해 심하게 떨리는 왼손은 발걸음을 잡아매는 듯했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 생각에 최 할머니는 30분을 힘겹게 걸어 광주시 북구 운암동 엠마우스복지관에 도착했다.

최 할머니는 지난 1993년부터 지적·자폐성장애우들이 직업재활훈련을 받고 있는 엠마우스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복지관이 문을 여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와 장애우들과 함께 매년 어버이날에 판매할 카네이션을 만든다.

복지관의 수익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또 장애우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상담사를 자처하기도 하고 때로는 음식을 만들고 청소를 하며 복지관의 살림을 돕기도 한다.

최 할머니는 40여 년 전 일찍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홀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하며 6남매를 키웠다. 그리 녹녹지 않은 형편 탓에 쌀가게, 야채장사 등 안 해본 게 없을 정도로 앞만 보며 달려왔다. 그러던 중 20여 년 전 큰 며느리를 따라 봉사활동에 나섰다.

“큰며느리와 여기저기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니 억척스럽게 사는 것보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면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행복재활원, 애육원, 병원 등 시간만 나면 봉사활동을하러 다녔는데, 어느 날 엠마우스복지관에 봉사활동을 나와서는 이곳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반해버렸어. 이후부터는 나도 모르게 매일 이곳을 찾게 되더라고.”

복지관만 오면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는 최 할머니. 그렇게 20여 년 가깝게 엠마우스복지관에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최 할머니에게 장애우들은 친손자이고, 장애우들에게 최 할머니는 친할머니 같은 존재가 됐다. 이제는 하루라도 복지관을 오지 않으면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정성에도 불구하고 최 할머니는 장애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본인이 더 많이 배우고 특별한 기술이 있었더라면 아이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최 할머니는 “내 심장하고 팔이 앞으로 얼마나 견뎌줄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매일 엠마우스복지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싶다”며 “항상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할머니는 19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장애인복지협의회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

/사진=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