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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드림이만난사람] 김재학 신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0-10-27
  • 조회수 :  829

 4대강·영산강 사업 중단 촉구, 근로정신대 문제 사죄 시위, 북한 수해동포 지원, 미얀마 민주화 시위 지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등.

 광주·전남 지역에서 굵직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김재학 신부는 올곧은 목소리를 낸다. 성서와 종교적 양심에 바탕한 시대적 소명을 담은 성스런 외침이다. 4대강 지킴이와 인권평화일꾼으로 나선 김재학 신부를 만나본다.

 ‘광주인권평화재단’ 일꾼 자원

 지난 25일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해 ‘광주인권평화재단’을 띄웠다. 김재학 신부는 여기에서 상임이사로 ‘인권평화 일꾼’을 자처했다.

 ‘광주인권평화재단’는 1980년 광주가 고립무원의 어려움에 처했을 당시 따뜻한 마음으로 광주를 지원해 준 은인들을 기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5·18 희생자들에 대한 감사와 보은의 정신으로 지금도 고통 받는 지구촌 형제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여러 활동을 한다.

 김 신부는 “한 세대를 뛰어 넘은 시간의 괴리로 인해 항쟁의 정신이 점점 희미해지고, 심지어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억마저 차츰 퇴색해 가고 있어 이런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광주인권평화재단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 신부는 사제단과 함께 10여 년 전부터 북녘 동포 돕기, 동티모르 난민 돕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하지만 30년 전 고도의 섬처럼 고립됐던 광주의 아픔에 동참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은인들을 기억하고 보답하기란 역부족이었다. 결국 김 신부와 같은 이런 마음들이 쌓여 ‘인권평화재단’이 태동하게 된 것이다.

 그는 광주인권평화재단에서 다양한 인권교육과 해외 평화활동을 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사업으로 인권관련 학술활동, 법률구조활동 등을 펼치고, 해외사업으로는 풀뿌리 민주인권 평화활동, 해외 난민촌 자원활동 등을 지원할 예정.

 출범식은 며칠 전 치러졌지만 이미 지난 7월 사무실을 내고 다양한 준비활동 등을 해왔다. 우선 그 첫 번째 활동으로 다음달 5일 광주카톨릭대학교 신학연구소와 함께 ‘인권 심포지엄’을 연다. 이어 자원봉사단을 꾸려 미얀마·스리랑카 난민촌 자원봉사도 계획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오는 12월 둘째주(5~11일) 인권주간에는 다채로운 인권강좌도 열 계획이다.

 김 신부는 “인권이라는 범주가 상당히 넓다”며 “앞으로 사업에 대해서는 여러 토론들을 거쳐 긴급구호 형태는 긴급구호, 물품지원은 물품 등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광주처럼 아픈 곳이 있다면 찾아서 돕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단의 재원은 천주교 광주 대교구에서 당분간 전액 지원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천주교 신자들이나 일반 시민들의 후원을 받아 점차 키워갈 생각이다. 특히 이번 ‘미얀마 난민촌 자원봉사’를 앞두고 여러 시민들의 작지만 다양한 후원이 절실하다.

 그는 “의료 기술이 있는 사람은 의술로, 뜨개질에 특기가 있는 이라면 뜨개질 교육을, 활동력이 강한 이라면 서명운동을, 컴퓨터나 집수리 등 자신의 재능을 살리는 후원이 필요하다”며 “작지만 소중한 정성들이 모이면 인권이 유린되고 평화가 위협받는 제2의 광주를 돕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후원을 당부했다.

 후원 방법은 간단하다. 전화(062-234-2737)나 이메일(ghpf@ghpf.or.kr)을 통해 문의하면 된다. 회원가입을 통해 광주인권평화재단에 정기적으로 헌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

 

 생명파괴하는 4대강 사업은 ‘죄악’

 광주인권평화재단에 앞서 김 신부는 ‘4대강 지킴이’로도 투철하게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4대강과 관련해 영산강 사업 지지 발언을 한 손학규 대표에게 쓴 소리를 하고 지역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을 위해 사죄를 받아내기도 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수질개선 한다’ ‘영산강 살린다’라는 그럴싸한 말에 휘둘려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자신들의 편익에 따라 해석하고 있습니다. 강을 살린다고 말하지만 물길을 막아 댐을 만들고 하천을 준설하는 것은 오히려 하천의 생명을 죽이는 일입니다. 결국 영산강은 강이 아닌 영산호·죽산호·승촌호가 돼버립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 신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 들어 ‘4대강 지키기’ 활동에 대중들의 참여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물가가 급등하고 경제가 어려워져서인지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떨어졌단다.

 하지만 김 신부는 “4대강은 이명박 정권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헤쳐 놓아도 언젠가는 돌이켜야 하는 것이다”며 “그 강이 복원될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천주교 연대와 함께 4대강 사업 저지에 나선 지 1년. 그동안 4대강 사업의 내용이 어떤 것인지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를 알리는 데 힘써왔다. 국민들이 정부의 현란한 ‘말 바꾸기’에 현혹되지 않도록 교회적 입장·사제적 양심으로 국민들이 4대강 사업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해 오는 11월8일 오후 2시 목포 옥암동 성당에서 전국 집중 영산강살리기 생명평화 미사를 진행한다. 이어 옥암동에서 전남도청까지 항의행진도 한다.

 이런 활동에는 정치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따랐다. 하지만 사제로서 양심을 버릴 수는 없었다.

 그는 “생명을 지키는 것은 종교적으로 당연한 이치”라면서 “정부와 언론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훼손하고 있다.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멈추고 주민과 국민의 말을 들을 때까지 함께 할 것이다”고 재차 강조했다.

 

 근로정신대 등 시민사회 문제에 적극 동참

 종교인으로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부담이 되기도 할 터. 하지만 그는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자 대변인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일부에서는 ‘종교인의 정치화’란 말을 하기도 하지만 이는 종교적 판단이 아니라 선출직 개념의 세속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성서와 종교적 양심을 근본으로 생각한다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죠.” 그렇게 종교인으로서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그는 종교인으로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을 하며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바뀌길 희망한다. “경제·돈이란 가치 말고 더 숭고하고 훌륭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승자독식하고 무한 경쟁하는 황금만능주의가 아닌, 이웃을 향한 관심과 배려가 우선시 되는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지금의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가 있다”고 말한다. 여러 일들을 겪으면 우리 스스로 반성하게 됐다는 것. 이런 이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서로 연대해 나가면 언젠가는 올바른 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란다.

 정치, 계층, 종교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요즘 그는 종교인이자 선각자로서 마땅히 실천해야 할 사랑과 자비, 화해와 평화의 사명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글=강련경 기자 vovo@gjdream.com

사진=임문철 기자 35mm@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