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황양주(광주대교구 봉선조봉본당 주임) 신부 석사학위 논문 '나주 윤 율리아와 연관된 일들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식별' 내용을 중심으로 나주 현상에 대한 문제점과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을 살펴본다.
나주 윤 율리아측이 '기적'이라고 주장하는 일들은 진실성에서 이미 많은 문제들이 드러났다. 일례로 성체가 하늘에서 내렸다는 것은 윤 율리아가 주머니에서 이를 꺼내 던진 것으로 드러났고 성모상에서 나는 장미향도 윤 율리아가 지니고 다닌 향수주머니 때문이었다. 황양주 신부<사진>는 논문에서 "영적 체험자의 신뢰가 문제가 되면 나머지 현상에 대해서도 연출이나 조작이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결국 나주에서 일어난 현상들은 모두 그 진실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또 나주 메시지에서 드러나는 '마리아'는 잘못된 성모신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경 속 마리아는 예수의 어머니지만 동시에 예수의 충실한 제자다. 마리아는 듣고 간직하며 겸손과 순종의 자세를 지닌 인물이다. 하지만 윤 율리아에게 메시지를 준 마리아는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다. 예수는 마리아의 대변인과 보조자에 머물러있다. 또한 나주의 마리아는 존경받지 못해 불평하며(내가 언제까지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된단 말이냐. 어서 서둘러 내 아들 예수의 대리자인 사제들과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는 내 집을 마련해다오-1997년 나주 메시지) 성경 말씀이나 교회 가르침을 전파하기보다 나주 메시지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널리 전파하라고 말한다. 황 신부는 "나주 메시지는 죄악과 타락의 시대를 강조하며 매우 부정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며 "이러한 세계관은 부활을 향한 희망을 믿는 교회 가르침과 맞지 않을 뿐더러 죄의식과 불안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또 나주 윤율리아가 모신 성체가 입 안에서 살과 피로 변했다는 주장은 성체성사 교리에 대한 혼란을 가져온다고 우려했다. 성체성사 교리는 사제가 미사 중에 빵과 포도주를 축성하면 이는 곧 성체 성혈이 되지만 형상은 여전히 빵과 포도주로 남아있다고 가르친다. 빵과 포도주 형상이 사라지고 다른 실체로 변한다면 그것은 성체라 할 수 없다. 지금까지 교회 공인을 받은 발현 체험자들은 자신에게 선물처럼 주어지고 발생하는 체험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교회에 알려 그에 대한 판정을 기다렸다. 하지만 윤 율리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윤 율리아는 이제라도 자신의 체험과 주장을 인정받는 일에 몰두하기보다 이미 내려진 교도권 판단을 사심없이 받아들이고 순명해야 한다. 황 신부는 논문에서 영적 지도자의 성숙한 교회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황 신부는 사제와 같은 영적 지도자는 외적 표징을 우선시하지 않고 관할 책임자와 긴밀히 의견을 교환해 신중하게 문제를 다뤄야했다고 지적했다. 우리 신앙은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 29)는 말씀처럼 '보거나 보이는 것으로 살아가지 않고 믿음으로 살아가는 것'(2코린 5,7; 로마 8,24-25)이다. 황 신부는 "무엇이 하느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완전한 것인지 분별해야 한다"면서 "하느님 뜻을 발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다시는 나주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교회 공동체가 성숙히 대처하며 신자들을 올바른 신앙생활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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