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권 판단 거부, 스스로 기적 주장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파문제재' (2008년)를 받은 '나주 윤 율리아'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나주 윤 율리아 측은 파문 이후에도 교회가 인정하지 않은 사적계시와 기적을 홍보하며 신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특히 6월 30일에 '나주 성모님 눈물 흘리신 기념일 25주년' 행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기적이라고 주장하는 현상이 담긴 동영상 DVD를 전국에 배포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전국 교구 사목국장 신부들은 5월 나주 윤 율리아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하면서 윤 율리아 문제가 확산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구대교구와 수원교구는 황양주(광주대교구 봉선조봉본당 주임) 신부가 윤 율리아 문제를 신학적으로 검토하고 비판한 석사학위 논문 '나주 윤 율리아와 연관된 일들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식별'(2009년)을 사목자와 신자들에게 배포하며 이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황 신부는 광주가톨릭대 대학원에서 실천신학을 전공하면서 윤 율리아 문제를 다룬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황 신부 논문 내용을 중심으로 나주 윤 율리아 문제가 지닌 신학적 문제점과 가톨릭교회 입장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 사적계시 같은 한 개인의 체험을 공적으로 주장하려면 반드시 교도권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프랑스 루르드 성모 마리아 발현은 그 지역 타르브 교구장 로랑스 주교의 진위 여부 조사를 거쳐 발현 4년 후인 1862년 공식 인정됐다. 포르투갈 파티마 성모 발현 역시 발현 13년 후인 1930년 파티마가 속한 레이리아 교구의 호세 코레이아 다 실바 주교가 서한 ‘하느님의 섭리’를 발표하면서 공식인정됐다. 사진은 루르드 성모 발현지에서 미사를 봉헌하는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황양주 신부는 석사학위 논문 '나주 윤 율리아와 연관된 일들에 대한 그리스도교적 식별'에서 가톨릭 신앙을 '공적인 신앙'이라고 전제했다. 한 개인이 자신의 체험과 신념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공적으로 주장하려면 체험과 신념에 대해 교회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 판단의 권한은 '체험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교도권'에 있다. 특히 주장하는 내용이 기적이나 사적계시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가톨릭교회는 이를 식별하기 위해 판단기준을 마련해 왔다. 그 기준은 첫째 교회 전통적 가르침과 일치 여부, 둘째 체험자 인품과 진실성, 교도권에 대한 순명(겸손)의 문제, 셋째 애덕 실천이다. 하지만 윤 율리아 측이 주장하는 여러 기적과 사적계시는 이같은 판단 기준을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윤 율리아 집에 있는 성모상에서 눈물이 흘러내린 일, 이 성모상에서 피눈물과 향유가 흐르는 것, 윤 율리아가 예수와 성모에게 받은 메시지 등은 교도권 판단 없이 윤 율리아 스스로 기적이고 사적계시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와 관련한 문제는 2007년 방송된 문화방송 TV 시사 프로그램 'PD수첩'(기적인가, 사기인가- 나주 성모동산의 진실)을 통해서도 윤 율리아 측이 조작한 현상임이 드러난 바 있다. 또한 윤 율리아 측은 교회 교도권이 윤 율리아 측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발표된 후에도 겸손의 덕을 보이지 않았다. 윤 율리아는 자신을 인정하는 사제들만 사제로 인정하고 비판적 성직자는 사탄 유혹에 넘어간 불의한 자들로 여겼다. 그리고 추종자들과 함께 '마리아의 구원 방주회'라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의식을 거행했다. 교도권을 무시하고 교회 일치를 거부하며 이교(異敎)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황 신부는 논문에서 "이 모든 것은 기적과 사적계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한 것에서 비롯됐다"면서 "또 외면적이고 감각적 현상에 집착하는 편향된 신심활동이 문제다"고 말했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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