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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가톨릭뉴스지금여기] 5.18 광주민중항쟁 30주년 기념미사 윤공희 대주교 강론 전문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0-05-19
  • 조회수 :  842
2010년 05월 18일 (화) 09:20:47 한상봉 isu@nahnews.net

 

          5.,18 광주민중항쟁을 하루 앞둔 5월 17일 광주교구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30주년 기념미사가 봉헌되었다. 이 자리에서 그날을 기억하며 윤공희 대주교가 강론을 맡았다. 시대를 읽는 노 주교의 강론 전문과 육성을 싣는다.      -편집자


형제. 자매 여러분

   
▲ 윤공희 대주교

우리는 오늘 5.18 광주민주화운동 3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광주시민들이 온 몸으로 ‘군사독재, 반민주’라는 불의에 떨쳐 일어난 지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한 세대에 이르는 시간의 간격으로, 참혹했던 학살의 역사적 사실마저 희미해져 가는 지금, 5.18을 다시 새롭게 기억하고 증거하는 영성적 작업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또한 우리는 이 미사에서 80년 오월의 영령들을 기리고, 5.18 정신을 우리 신앙의 유산으로 함께 성찰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5.18을 기억하는 것은 5.18 정신이 참되게 부활하여 이 세상에 그 정신이 계속 이어져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며 또한 그것을 실천(증거)하기 위해서입니다. 5.18은 지금의 나와는 상관없는 과거의 어떤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과 미래를 참되게 살기위해 늘 깨어 기억해야하는 현재진행형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불의에 대한 저항의 정신과 주먹밥 공동체로 상징되는 ‘함께 하는 세상’, ‘대동세상’이라는 5.18정신은 우리 안에 항상 살아있는 현재가 되어야합니다. 5.18 항쟁이 지향하고 증명하였던 가치들, 즉 민주주의, 상생, 공동체 의식, 참여와 실천의 정신, 열린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대화와 소통의 정신은 우리에게 늘 기억되고 되살아나야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오늘날 그때보다 더 집요하고 교묘하게 감추어진 죽음과 이기주의 문화를 물리치고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저항과 공동체 정신을 새롭게 기억하고 그 정신을 살아낸다면 우리를 비인간화 시키려는 온갖 불의에 맞서 참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오늘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80년 5월 이후 지난 30년 동안 5.18의 기억을 현재화하며 그 정신을 고취하여 온 성과가 없지 않습니다. 즉 “광주사태” 또는 “불순세력의 폭동”으로 왜곡된 항쟁의 진실이 올바로 자리매김 되어 이제는 ‘민주화운동’으로 기념되고 있고, 5.18묘역도 국립묘지로 격상된 외적위상의 변화뿐만 아니라, 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시기에 온 국민이 함께 저항한 87년 6월 항쟁으로 오만한 군부독재정권을 종식시키는 과정에서 국민의 주권 의식, 민주화의 주체로서의 시민의식이 성숙되었습니다. 또한 이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를 거치며 촛불집회를 통해 볼 수 있듯 그동안 뿌리내린 민주주의가 튼튼하게 자리 잡고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부끄럽게 5.18을 기억해야합니다. 아직도 생명의 가치와 문화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간성이 거부당하는 희생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동안 어렵게 뿌리내린 민주주의의 절차와 원칙이 무시되는 모습에 점점 더 큰 우려와 걱정을 갖게 됩니다. 개발논리, 경제논리로 생명과 상생의 가치가 파괴되어가는 현실도 아프게 바라봅니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사상 유래 없는 엄청난 예산으로 펼치는 국책사업입니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는 “우리 산하에 회복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대규모 공사를 국민적인 합의 없이 법과 절차를 우회하며 수많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한꺼번에 왜 이렇게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욕심으로 인한 경솔한 개발의 폐해가 우리 자신과 후손에게 지워질 때, 이 시대의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습니까?” 라며 이 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으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밀어붙이기식 불도저식 행정에 우리는 5.18 정신으로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과의 관계가 단절되며 한반도 평화가 위협당하는 현실과 좌파논리를 이용한 이데올로기 정치, 언론과 여론의 통제를 이용한 이 정권의 정치적 행태는 심각한 우려를 낳게 합니다.

또한 양극화로 인해 가중되는 ‘없는 사람들’의 고통과 어려움, 인간성의 성숙보다는 무한경쟁으로 내모는 교육현실 속에 죽어가는 공동체 문화, 상생의 가치뿐 아니라 우리의 무관심으로 소외되는 가난하고 힘없는 노숙자, 노인,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동포 등 오늘도 신음하고 있는 희생자들을 기억해야합니다.

우리가 5.18의 희생을 기억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힘없는 시민을 총칼로 제압하여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정권의 폭력 속에 비장하게 피어난 생명과 상생의 가치를 기억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기쁨과 평화를 살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을 선포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루카 6,20)

가장 낮은 모습으로 오셔서 가장 낮은 모습으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까지 가장 낮은 이들을 특히 사랑하시어 보편적이고 무제한적인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신 주님께서는 당신의 말씀과 삶을 기억하여 우리도 당신처럼 굶주린 사람들, 목마른 사람들, 감옥에 갇힌 사람들, 헐벗은 사람들, 아픈 사람들의 고통에 동참하기를 바라십니다.

인간성과 생명, 정의, 평화, 상생의 가치를 위해 자신의 피를 바친 5.18의 희생을 기억하고 나도 바로 지금 여기서 그러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5.18 항쟁기간 중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참여로 이루어진 나눔과 섬김의 살아있는 공동체(초대교회 공동체를 연상시키는 공동체)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십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예수님의 십자가 희생을 매일 미사에서 기억하고 그 희생을 따르는 삶으로 부활의 영광에 이르는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는 매일 주님이 명하신 당신에 대한 ‘기억記憶 anamnesis’을 ‘행行 martyria’해야 합니다.

주님을 기억하는 것은 남을 살리기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그분의 삶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 5.18 30주년 기념하는 미사에서 그리스도 예수의 ‘기억記憶 anamnesis’를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5.18을 다시 새롭게 기억하고 증거 하는 삶이 바로 우리 신앙인의 ‘기억記憶 anamnesis’이며 ‘증거(證據)martyria’ 의 삶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기억하고 증거 하는 성체성사의 삶으로 우리는 이 땅에 하느님의 정의와 평화의 나라, 하느님의 나라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성체성사적 기억을 행하는 삶으로 그리스도의 희생이 나의 희생이 되게 하고, 그리스도의 부활이 나의 부활이 되게 합시다. 또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며 그분의 사랑에 진정 감사드리는 것이 우리의 일상에서 기억과 증거의 삶을 살아내는 일임을 잊지 맙시다.

우리가 매일 성찬례에서 주님을 기억함으로써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늘 우리 곁에 살아있는 복음이 되고 그 말씀과 삶을 증거하며 살아가듯이, 우리가 오늘 5.18을 기억함으로써 오월의 정신을 지나가버린 과거에 묻어버리지 않고 지금 우리 곁에 항상 살아있는 현실이 되게 합시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 아멘.
  

▲자료제공/광주평화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