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교구[문화일보] 담장 허문 성당 ‘세상 속으로’
- 작성자 : 홍보
- 등록일 : 2009-09-03
- 조회수 : 866
물리적 장벽 철거 넘어 ‘신앙 + 생활’ 통합 추구
성당이나 교회, 사찰의 담장은 거룩함과 속된 세상을 분리하는 경계선이다. 종교가 스스로의 성스러움을 구체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바로 담장을 통한 자기표현이다. 하지만 성당이나 교회 외부의 관점에서 볼 때 담장은 배타적인 분리와 독점, 그리고 인위적인 차별을 만드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성당이나 교회, 사찰의 담장은 거룩함과 속된 세상을 분리하는 경계선이다. 종교가 스스로의 성스러움을 구체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바로 담장을 통한 자기표현이다. 하지만 성당이나 교회 외부의 관점에서 볼 때 담장은 배타적인 분리와 독점, 그리고 인위적인 차별을 만드는 상징이 되기도 한다.
몇몇 천주교 성당에서 성속(聖俗)의 분리와 차별 대신 성속의 만남을 추구하며 실천중인 담장 허물기가 확산될 기세다. 담장을 통해 물리적인 거룩함과 속됨의 경계선을 만들기보다 담장 허물기를 통한 신앙과 생활의 통합을 추구하고, 담장 안에 유폐된 교회를 세상 속으로 팽창시키자는 것이다. 천주교 미래사목연구소가 발행하는 월간 ‘사목정보’ 최근호는 ‘담장 허물기’특집에서 국내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담장 허물기의 실태와 의미를 전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 장성읍의 카페테리아 ‘꿈(CUM)’. 바깥에 데크와 파라솔, 벤치가 있는 작은 공간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이곳은 얼핏 보기에 여느 카페테리아와 구별되지 않는다. 하지만 광주대교구 장성성당에 위치, 주일 미사가 열린 직후인 일요일에 특히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이 공간은 보통 카페테리아와 확연히 다르다. 같은 건물에 성당 사무실과 주임신부의 집무실이 있는가 하면 성물 판매소와 유기농 제품 판매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담장을 허물고 비신자를 포함한 주민을 받아들인 성당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대구 수성구 시지동의 대구대교구 고산성당에도 담장이 없다. 이 성당이 담장을 허문 것은 지난 2002년 정홍규(경산성당 주임) 신부가 부임한 직후. 정 신부는 “물리적인 담장 허물기는 시작이었을 뿐, 이것의 진정한 의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성과 속을 분리하는 신앙의 이원론적 구조를 해체하고 신앙과 생활을 통합하는 것에 있었다”며 “담장을 허문 뒤 고산본당은 지역 노인대학, 지역문화 아카데미, 소박한 가게, 유기농 마켓 공동체 등을 만들고 지역환경 운동에 앞장서며 닫힌 신심에서 열린 신앙으로 업그레이드를 모색했다”고 말한다.
정 신부는 고산본당에 이어 부임한 경북 경산시 사정동의 경산성당에서도 담장을 없앴다. 경산성당에서 정 신부는 담장을 허물었을 뿐 아니라 성당 뒤를 꽉 막고 있는 학교 사택 부지를 매입해 앞뒤를 연결, 성당 마당을 아예 마을 통로로 만들어 버렸다. 정 신부는 성당 인근의 폐업한 중국음식점을 임대, 유기농과 공정무역 동네카페를 만든 것에 이어 새로 매입한 학교 사택 부지에 지역 아동 발달센터와 생태유치원 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 전주교구는 전북 군산시 나운 2동에 담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입지가 가장 좋은 곳에 주민 친교 공간이 있는 소공원 개념의 성당을 건축중이다. 또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과 저렴한 문화강좌로 잘 알려진 수원교구 분당 요한성당도 머잖아 성당을 둘러싼 담장을 허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성당과 나운2동 성당을 설계한 이호(광주대교구 사거리성당 주임) 신부는 “성당이 담장을 허문다는 것은 물리적인 장벽의 철거를 넘어 성당이 지역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면서 “성당의 담장을 허무는 것 못지않게 담장을 허문 뒤 성당이 사랑과 나눔 차원에서 지역 주민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보 2009-09-01 김종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