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전체메뉴 보기
메뉴 보기

교회소식

교구[한겨레신문] 미국 출신 양노린 수녀, 김용근 민족교육상 수상

  • 작성자 :  홍보
  • 등록일 :  2009-06-01
  • 조회수 :  596
노환에도 제자들 이름 되뇌며 기도
미국 출신 양노린 수녀, 김용근 민족교육상 수상

 
▲ 양노린(82·미국 이름 메리 노린) 수녀
 
사랑의씨튼수녀회 광주 본원의 양노린(82·사진·미국 이름 메리 노린) 수녀는 빛바랜 수첩 한 권을 아낀다. 이 수첩엔 사랑하는 이들의 이름과 가족사항이 빼곡히 적혀 있다. 30여년간 전남 강진 성요셉여중고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만났던 제자들이다. 노환으로 요양중인 그는 지금도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한다. 그래서 젊은 수녀들은 노 수녀의 이 수첩을 ‘기도 노트’라고 부른다.
 
양 수녀는 최근 ‘제15회 김용근 민족교육상’ 수상자로 뽑혔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연희전문 재학 때 일제 탄압으로 옥고를 치렀고 5·18 민중항쟁 때 제자들을 숨겨주고 투옥돼 병을 얻어 세상을 뜬 김용근 선생의 교육 정신을 기리는 상이다.
 
양 수녀는 61년 강진에 정착해 성요셉여중고에서 92년 평교사로 은퇴한 뒤에도 2004년까지 영어회화를 가르쳤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출신으로 시튼힐여대에서 초등교육학을 전공한 뒤 중고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양 수녀는 61년 당시 천주교 광주대교구의 교육 선교 수녀 파견을 요청에 따라 한국에 왔다. 그는 동료 수녀 3명과 함께 피아노와 오르간, 난로 등 교육도구와 생활용품들을 챙겨오느라 화물선을 타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을 거쳐 28일 만에야 인천항에 도착했다.
 
강진 성요셉여중고 출신들은 지금도 양 수녀의 따뜻한 사랑을 잊지 못한다. 한국 이름도 ‘어질고 순하다’는 뜻을 지닌 ‘양순희’다. 푸른 눈의 수녀들에게 영어 뿐아니라 음악과 무용도 배울 수 있었던 제자들은 지금도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올해까지 졸업생은 9810명에 이른다.
 
요즘도 편지를 주고 받는 제자들은 가족들과 함께 수녀 은사님을 찾아 인사를 드린다. 제자 손화정(54)씨는 “수녀님이 가정방문 때 시골집마다 대접하려고 내놓은 삶은 달걀을 사양하지 않고 드셔서 배탈이 나셨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아줌마 제자’들은 16일 오후 3시 광주 망월동 국립5·18묘지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해 노스승의 수상을 축하할 계획이다.

© 한겨레신문 2009-05-08 정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