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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CBCK[경향잡지] 경향 초대석 -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 주교

  • 작성자 :  홍보
  • 등록일 :  2009-05-13
  • 조회수 :  447
 
교회 역사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5월은교회전례력으로성모성월이며, 성 소주일(3일),  홍보주일(24일), 교육주간(25일∼) , 청소년주일, 생명의 날(31일) 등 뜻깊은 기념일이 많다. 사회적으로는 이웃 종교의 큰 축일인 석가탄신일(2일)을 비롯한 여러 기념일도 있다.
흔히 엠마오라 부르는 부활 휴가를 지낸 다음 날 광주 상무동 옛 대건신학대학 건물에 자리한 광주 가톨릭 대학교 평생교육원을 찾아가 김희중 히지노 주교(63세)를 만났다. 김희중 주교는 2003년 6월 광주대교구 보좌 주교로 임명되었고,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와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제성소에 대한 체험과 주교가 되어 느낀점,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 문제, 나주 윤율리아 문제 등에 관해 들어보았다.
 
사제성소에 대한 체험
유아 세례를 받고 걷기 시작할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365일 거의 미사에 참례하고 교리공부도 거의 매일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대축일이나 성당에 무슨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학교는 못 갈망정 성당에는 꼭 갔습니다. 그때는 라틴어로 미사를 드렸기에 뜻을 알 수 없었지만 열심히 다녔습니다. 신부님들이 많이 귀여워해 주셨지요.
어머니는 지금으로 표현하면 구역장이셨는데 대녀들이 아주 많았어요. 대녀들이‘대모님, 대모님!’하고 부르니까 신자가 아닌 남자들도 어머니 이름이 대모님인 줄알고 대모님이라고 부를 정도였거든요.
신부님이 하시는 일은 다 좋은 것으로 생각하고 뜻도 모르면서 보자기를 어깨에 두르고 미사를 집전하는 흉내를 내며 놀았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그러면서 크면 신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요.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가슴 밑바닥에는 나는 장차 신부가 될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가정환경조사서’ 의 희망 직업 난에다 늘 종교인이 라고 적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사회 친구들의 영향으로 사회인으로 진출하는 길에 대해서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적극적으로 미래를 생각하면서 사제가 되는 것 이외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 않고 소신학교, 곧 광주살레시오 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본격적으로 사제성소의 꿈을 키우기 시작하였지요.
대신학교 입학하여, 군입대 전후로 조금 흔들렸던 것 같아요. 불현듯 평범한 가정생활을 꾸려나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즈음 한동안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거든요.
나만 혼자 공부한다고 나와 있는데 차라리 직장생활을 하며 좀 도움을 드려야 하지않을까 망설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때 형님이 사제성소에 대한 생각이 없으면 모를까 집안 경제를 돕겠다고 신학교를 나온다는 것은 도움이 안 될뿐더러 오히려 부모님께 근심만 안겨드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부모님께는 염치없었지만 신학교 생활을 계속하여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자기만 원한다면 장애 없이 뭐든지 그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삶이 사제생활 같습니다.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대로‘모든 이를 위해 모든 것’ 이 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생활이 사제생활입니다. 물론 독신문제는 본능에 속한 문제이기에 외면 할 수는 없습니다.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지요. 그러나 독신문제에 버금가는, 그 이상의 문제가 기혼자들에게도 있습니다. 문제의 질이 다르지 문제는 다 있습니다. 사제는 사제품을 받는 그 순간에 안착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흙이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주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주님 뜻대로 응답하는 생활을 해나감으로써 사제성소를 완성하도록 노력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주교가 되어 느낀 점
광주대교구는 섬도 많고 지역이 넓다보니 이동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립니다. 신부님들 숫자도 많아서 모든 신부님의 필요에 적절하게 응답해 드리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쁜 일정에 쫓기다 보니 개인생활이 없고 자칫 행정관리로서 타성에 젖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쉬고, 한 달에 한 번은 꼭 개인피정을 하면서 영육으로 재충전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웠지만 잘 안 되더군요. 아무리 일이 많을지라도 기도와 하느님과의 연결고리인 말씀 선포를 위한 시간에 최우선으로 시간 배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도행전 6장에서 사도들이 부제들을 선출하게 된 주된 동기의 정신대로 생활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주교로서 행정관리도 중요하지만, 주님의 뜻을 더 잘 헤아리고 주님한테서 힘을 받고자 기도에 더 전념하고 말씀 선포를 위한 강론 준비 등을 더욱 철저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신자들에게 물이 아니라 꿀을 주려면 제가 먼저 하느님을 체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려면 더욱 침잠된 영성생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저의 직무상 제가 수행해야 할 권한이 세속적인 권력이나 권세로 행사되지 않도록, 교구 현안에 대해서는 조금 늦어지더라도 신부님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노력하면서 결정하여 추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습니다. 사제품과 주교품을 받을 때 엎드려 하느님의 은혜를 청하고 성모님과 모든 성인들께 도와주시기를 청하는 그 정신과 마음자세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주님을 따라 겸손하게 섬기는 삶을 추구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늘 반성합니다.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계신데
제가 교회 역사를 공부했기 때문에 개신교 형제들과의 관계도 비교적 잘 알 수 있어 이 직무를 맡겨주신 듯합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주님을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끼리 서로 일치하지 못하는 모습은 비그리스도인들에게 하느님을 소개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됩니다.
490여 년 전에 유럽에서 일어났던 그리스도교계의 분열을 한국에 있는 우리가 마치 신앙의 유산인양 그대로 물려받아 이렇게 지내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이제까지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하였지만, 정작 신앙의 공통점에 관해서는 깊이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서로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신앙의 유산 가운데 서로 공통된 점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대화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로 간의 차이보다는 서로 간의 공통 된 유산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상대방의 결점을 찾아내는 데는 익숙했지만,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고 용서하는데는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국의 가톨릭과 개신교는 민주화 운동을 함께하면서 더 적극적으로 대화한 체험을 갖고 있습니다. 이즈음도 우리 사회의 공통 현안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는 과정에서 좀 더 가까워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이즈음은 가톨릭과 개신교가 해마다 일치위원회에서 워크숍을 하면서 대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에는 전세계 교회가 함께 하는 일치주간 기도문을 우리나라의 가톨릭교회와 개신교의 일치위원회가 공동으로 작성하고, 이를 교황청과 세계교회협의회에서 인정하여 사용하였습니다. 한국 그리스도교계의 위상이 한껏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종교 박물관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 다종교 사회인데도 비교적 이웃 종교와 관계가 좋은 것은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다른 지역에도 좋은 모범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타종교라는 용어보다 이웃 종교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습니다. 이웃 종교가 소중하게 생각하며 내세우고 있는 가르침과 종교 유산을 무분별하게 그대로 인정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소중하게 존중하는 관계에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각 종단의 수장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윤리도덕적인 문제에 대하여 서로 협력하여 올바른 길을 제시하자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석가탄신일을 맞이하여 교황청에서 세계의 모든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를 발표하셨습니다. 저도 이웃 종교의 중요한 행사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참석하려 합니다. 3대 불교 종단이라고 할 조계종에 이어 작년에는 태고종 본산인 선암사를 방문하였고, 올해에는 조계종과 천태종을 찾아갈 계획입니다.
 
나주 윤 율리아 문제
이미 교구에서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교구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신앙과 교리에 관한 문제는 일차적으로 교구장 주교님의 책임하에 조정되고 교구장 주교님께 순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세계 여러 곳에서 성모님에 관해서 일어난 여러 기적적인 현상들에 대해서도 그 당사자들이 현지 교구장 주교님의 지도에 어떻게 순명하였는지 역사를 보면 잘 아시게 될 것입니다.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인물일지라도 성인으로 인정되느냐 아니면 이단으로 전락 하느냐 하는 과정을 보면, 교회 장상의 합법적인 권위와 지도에 순명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서 갈라집니다. 초기 교회의 여러 이단도 그렇고, 중세시대 카타리파나 발도파도 그렇습니다. 발도파의 창시자는 자신의 재산을 모두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청빈하게 살면서 복음을 설교하였지만, 자기처럼 가난하게 살지 않는 성직자는 복음을 설교할 자격이 없다고 과도하게 말하고, 교회의 교도권을 무시하면서 결국은 이단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제까지 교회에서 인정된 성모님과 관계된 기적의 당사자들은 다들 한결같이 교구장에게 순명하였습니다. ‘나주 문제’ 는 안타깝습니다. 교구장에게 순명하지 않고 하느님께 순명한다는 말을 들으면,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요한 1서 4장 20절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홍보, 교육, 청소년, 생명 등 뜻 깊은 주제가 많은 달인데
모두 다 거의 동급의 중요성이 있는 주제입니다. 특별히 홍보문제에 대해 언급하면, 우리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교회가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지도 있다 하더라도 일반 사람들에게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있으나 마나 한 셈이겠죠. 언론에 교회를 알릴 때도 좀 더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방법을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에 대해서도 어른 말을 들어야 하는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차세대 주인공으로서 인격적으로 대접을 할 때 교회 안에서 청소년들이 좀 더 자기 몫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본당에 있을 때 근처에 개신교회가 있었는데, 개신교 아이들은 뛰어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운동화를 끌면서 부모에게 끌려옵니다. 저는 토요일과 주일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모든 교육기관이 문을 닫자고 주장합니다. 공부에서 해방되어 산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게 말입니다. 청소년들은 놀이문화를 통해서 양보와 질서를 배우고 화합도 배웁니다. 또 체력도 강화되고 정서도 완화됩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는데 좀 더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한 말씀 더
한국 교회가 교세가 늘고 이를 좋은 현상이라고들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위기라고 생각합니다. 질적으로 함께 성장하지 못하면 숫자가 늘고 있는 것이 오히려 교회에 되돌아올 화살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 교회가 사제생활의 쇄신과 신자들의 재교육을 위해서 진지하게 노력하고 좀 더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서둘러 서울로 돌아오는 길,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남녘의 산과 들은 부활의 푸른빛이 짙어가고 있었다. 이즈음도 신학교에서 강의를 한다는 김 주교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루 반짝 영광, 평생 십자가” 라는 주교직무를 수행하는 한국 교회의 모든 주교님들을 위해 약속한 대로 짤막한 화살기도를 바쳤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던 예언자셨습니다” (루카 24,19) .
엠마오로 향하던 제자들의 고백처럼 신자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사제가 되기를 빌고 잠을 청했다. 시대의 징표는 있는데 외면하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라던 당부도 되새기며.
 
글·사진 _ 배봉한 편집장 ipse@cbck.or.kr
 
© 경향잡지 2009-05, 22-2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