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교구[광주일보 종교칼럼] 다름의 미학
- 작성자 : 홍보
- 등록일 : 2009-05-08
- 조회수 : 512
예전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다 천사라면”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모두가 천사라면 푸른 하늘 위로 새처럼 날아다니고, 나비처럼 춤추며 별나라도 구경할 수 있어서 재미있겠다고 표현하였다. 물론 모두가 천사라면 우리 마음속에 욕심도 없어지고 화목해지고 눈물도 사라질 것이다.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내 생각으로는 ‘하나도 재미없다’이다. 모두가 다 노래 잘하고 그림 잘 그리고 다 잘생겼다면, 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 다양성과 차별화가 있기에 존경이 있고 배려가 있고, 봉사와 사랑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
다양성을 배제한 채 한쪽으로만, 그것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몰고 간다면 그것은 획일화이며 하나의 폭력으로 존재하게 된다.
옛날 옛적 아기 원숭이가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아기 원숭이는 엄마를 찾아봤지만 찾지 못하고 어느 마을에 당도했다. 그 마을은 애꾸눈만 가진 원숭이들이 사는 ‘애꾸눈 원숭이 마을’이었다. 마을 원숭이들은 아기 원숭이를 보고 신기하게 생각해 두 눈을 가진 원숭이를 보려고 모여들었다. “야! 병신 원숭이로구나! 두 눈을 다 가졌네!” 그리고 그를 데리고 온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구경시켰다. 그래도 직성이 안풀렸던지 자기들처럼 “성한 원숭이”로 만들어야 한다고 여론이 일었고, 결국 아기 원숭이의 한쪽 눈을 찔러 애꾸눈 원숭이로 만들어 버렸다.
참으로 무서운 이야기다. 다양성이 배제된다는 것이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지 못함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지는 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나는 우리를 창조하신 창조주의 뜻은 획일화가 아니라 다양화에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삶 속에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듯하면서도 획일화시켜가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일제고사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겠지만 나의 뜻과는 다르게 나아가지 않도록 획일화시켜 상대를 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조종하고 싶어하는 지배욕이라고 보고 싶다.
또 정당간의 갈등들 상당수는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지만 나와는 다른 견해를 가진 이를 적으로 간주하고 적대적으로 대하는 아집으로 해석된다.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증진이라는 공통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내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의 밥그릇을 건드리는 유치한 싸움이 정치판에서 벌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의 증진의 목표까지도 상실한 채 자기가 속한 당의 발전과 자기 당을 지지하는 국민만을 위한 일들만을 목표로 삼고, 상대당과 지지자들을 매몰차게 대한다.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국회는 ‘애꾸눈 원숭이 마을’이다.
가정, 학교, 직장, 정치판 등 우리네 삶의 현장에서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좀 인정하자. 통일성에서가 아니라 다양성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부족한 점은 배려하고 봉사할 때 참으로 신명나는 삶의 터전이 되리라 믿는다.
<고재경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법원 판사>
© 광주일보 2009-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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