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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종교 칼럼] 십자가의 길(자기희생)은 승리의 길

  • 작성자 :  홍보
  • 등록일 :  2009-04-13
  • 조회수 :  530
오늘은 그리스도교인들에게는 참으로 의미 있는 날이다. 2천여 년 전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 우리들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날이기 때문이다. 오늘 모든 성당들에서는 예수님의 십자가상 희생제사를 기념하는 주님수난예식이 거행된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 마르 8,34 ; 루가 9,23)고 말씀하셨다. 그리고선 먼저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다.
사실 ‘십자가를 지고 따른다는 것’(자기희생)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손해가 따르기 때문에 선뜻 선택하기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아니라 이익이라는 것을 예수님은 직접 몸으로 보여주셨다. 아무런 죄도 없이 십자가 위에서 처참하게 돌아가셨지만 결국엔 우리의 구원을 이루어내셨던 것이다. 이처럼 자기희생은 결국은 승리로 끝을 장식하게 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추운 겨울날 세 명의 나그네가 눈 쌓인 험준한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날이 저물어 여관에서 잠을 청하게 되었는데, 한밤중에 일행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돈을 훔쳐 도망가버렸다. 다음날 아침 일찍 두 사람은 돈을 훔쳐 달아난 사람의 뒤를 열심히 쫓아갔다.
정오를 넘길 즈음 눈보라 속에 쓰러져 있던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자신들의 돈을 훔쳐간 사람이었다.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목숨이 아주 위태로울 지경이었다.
일단 두 사람은 자신들의 돈을 되찾고 갈 길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발길을 뒤로 돌려 눈 속에 쓰러진 사람을 부축하고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그 마음씨 착한 사람을 비웃으며 자기 혼자 눈 속을 헤치며 가버렸다.
뒤에 남은 두 사람은 힘이 빠져 눈 밭에 넘어져 가면서도 밤이 깊어질 무렵 드디어 마을이 보이는 곳까지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두 사람을 남겨 놓고 앞서 떠난 한 친구가 그곳에 눈 속에 파묻혀 죽어있었다.
서로 의지해가며 산을 넘은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주고 받으면서 얼은 몸을 녹일 수 있었지만, 먼저 혼자 간 친구는 추위를 이기지 못해 결국 얼어 죽었던 것이다.
무릇 남에게 베푸는 것은 결코 헛되거나 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새로운 삶에로 넘어가는 다른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자신의 것만을 고집하고, 손해를 보상받아야 한다는 것이 삶의 원칙으로 존재하는 한 세상은 변화될 수 없다. 하지만 남을 용서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우리들의 조그만 행위 하나하나가 모일 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참으로 살맛나는 따뜻한 세상이 될 것이다.
 
© 광주일보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