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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부활특집] 새 공소 신축 앞둔 광주대교구 강진본당 금일공소

  • 작성자 :  홍보
  • 등록일 :  2009-04-13
  • 조회수 :  564
예수님처럼 우리 공소도 부활할꺼랑께!
 
곳곳에서 부활의 기쁨이 넘쳐난다. 저 멀리 섬마을에도 부활의 기쁨은 가득하다. 새 공소 신축을 앞두고 공소부활을 꿈꾸고 있는 전남 완도 금일공소 신자들을 만나본다.
 "이번엔 또 주문이 얼마나 들어왔는가? 얼른 작업하장께."
 "요것들 많이 팔아서 성당 번듯하게 지어야지. 성당 다 되면 (미사에)나온다는 사람들 많은디."
해가 기울고 땅거미가 짙어지자 광주대교구 강진본당(주임 이정화 신부) 금일공소 할머니 신자들이 하나둘씩 공소로 모여든다. 다가올 주일에 광주 시내 한 본당에서 미역과 다시마를 주문했다는 연락을 받고는 다들 하루 일을 끝내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할머니들은 오자마자 구부정한 허리를 채 펴보지도 못하고 공소 마룻바닥에 앉아 연신 미역과 다시마를 포장지에 담는다.
 "어디 가서 이런 다시마 못본당께. 젤로 좋은 것만 파니께. 완도산은 전국에서 알아주지 않는겨?"
 "고럼! 글고 우리 공소서 만든 거는 정말 좋소잉. 한 번 먹어보면 안당께."
일년 내내 공소 신자들이 직접 재배하고 말린 자식같은 미역과 다시마란다. 품질에 대한 자랑과 자부심이 대단했다.
 

▲ 금일공소 최고여, 하느님도 최고여. 포장작업을 마친 공소 신자들이 미역과 다시마를 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신자 30명 공동체
금일공소는 전남 완도군 금일읍 화목리에 있다. 강진에서 고금도와 약산도를 지나(모두 다리로 연결돼 있다) 차로 1시간쯤 달리면 당목항이 나온다. 당목항에서 청정지역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30분 정도 배에 몸을 실으면 금일도다. 금일도 주민들은 4000명이 채 안되고 이 가운데 공소 신자는 30명 정도다.
 "참, 그 집 딸내미 결혼식 준비는 워떤가. 오늘 시내가서 한복 맞췄다며?"
 "우리 부활절 때는 뭐 있소? 글고 지난 주에 새로 온 그 자매님은 연락했소잉?"
미역과 다시마를 포장하며 두런두런 수다가 이어진다. 몇 십년지기 이웃이기에 말 그대로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훤히 꿰뚫고 있는 사이다.
공소 건축기금 마련해보겠다고 이렇게 신자들이 달라붙어 미역과 다시마, 멸치를 내다 판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한 푼, 두 푼 모은다고 모았지만 기껏해야 30명 되는 신자들이 수억 원 들어가는 건물 하나 짓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평균 연령 70대인 공소 신자들 형편은 말하지 않아도 뻔하다. 주일미사 봉헌금으로 걷히는 돈은 꼬깃꼬깃 접힌 1000원 짜리 20여 장이 전부다.
 

▲ 그동안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인 금일공소 전경. 성당에 관심을 보이던 마을 주민들도 낡은 공소를 보고느 발걸음을 돌리는 현실이다.
 
금일공소는 1986년 설립됐다. 당시 33㎡(10평)짜리 낡은 건물 하나를 겨우 구해 신자 2~3명으로 시작했다. 그 사이 신자들은 30명으로 늘어났고 건물은 작은 컨테이너박스 하나 덧대 넓힌 게 전부다.
워낙 낡은 건물이어서 폭삭 무너져내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공소 신자들은 "성당으로 누굴 초대할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이 남기고 간 감동은 섬마을에도 전해졌다. 천주교가 뭔지, 성당이 어디 있는지 생전 관심도 없던 마을 주민들도 김 추기경 선종 후에 '우리 마을에 성당이 어디 있느냐'며 제발로 성당을 찾아왔다. 하지만 쓰러져가는 건물을 보고는 '나중에 오겠다'며 하나같이 발걸음을 되돌렸다.
김순홍(알로이시오, 73) 선교사는 "아마 공소 건물이 새로 지어지면 선교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신자들도 어깨 쭉 펴고 자신있게 성당에 나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더 늦출 수 없다. 그래서 일단 판은 벌였다.
격주 주일마다 미사를 집전하러 오는 이정화 신부가 더이상 끌어서는 안되겠다며 올해 3월부터 그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새 공소 공사를 시작해버렸다.
그나마 부지 구입 비용이 들지 않아 가능한 일이었다. 2년 전 서울에 사는 한 은인이 금일도가 고향인 부모님께 받은 유산인데 공소를 위해 내놓겠다며 바다가 훤히 보이는 명당자리를 쾌척했기 때문이다.
새 공소는 성당과 교육관 등 330㎡(100평) 규모로 소박한 섬사람들 분위기에 맞춰 아늑하게 설계했다. 신자들은 앞으로 공사비를 감당할 생각에 앞이 깜깜하지만 그래도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철근 골조가 하나씩 만들어져가니 절로 신이 나는 모양이다.
 "난 하루에도 몇 번씩 공사장에 나가본당께. 거기서 바다쪽 바라보면 우리네랑 형님네 양식장이 보여잉."
 "성당만 지어지면 인자 사람들 많이 올 것이요. 내가 벌써 몇 사람 예약 받아 놨응께."
새 성당 이야기로 화제가 옮아가자 주름 패인 할머니들 얼굴에 모처럼 웃음꽃이 핀다. 하루종일 바닷일에 힘들었을법도 한데 미역과 다시마를 포장하는 손놀림이 금새 가벼워졌다.
도서지역 공소가 그렇듯 금일도에도 젊은 사람들은 거의 다 빠져나가고 없다. 50대면 새파란 젊은이다. 남은 건 대부분 어르신들 뿐. 이들은 미역과 다시마, 전복 양식 등 바닷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된 바닷일을 마치고서도 이렇게 주문 연락만 오면 저녁식사도 제쳐두고 한걸음에 달려온다. 비가 오거나 날씨가 궂어 일을 못하게 되는 날이면 따로 연락하지 않아도 으레 공소에 모여 틈틈이 포장 작업을 해두곤 한다.
건축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운(요셉, 75)씨는 "그래도 공사를 시작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신자들도 더 의욕적으로 물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면서 "신부님이 밀어붙였기에 공사가 시작됐지 안그랬음 아직도 지지부진 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 금일공소 주일미사 참례자는 평균 15명이고 미사 봉헌금은 꼬깃꼬깃 접힌 1000원짜리 20여장이 전부다. 이정화 신부와 함께 주일미사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금일공소 신자들.

이정화 신부는 "모든 인맥을 총~동원해서 우리 신자들이 만든 진짜 '명품'을 팔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밖에는 별다른 힘이 되고 있지 못하다"면서 말을 아꼈다.
 "고생은 우리 공소 신자들이 다 하고 있죠. 그래서 제 자신에게 꼭 한가지 약속한 게 있어요. 무슨 일이 있어도 공소 미사는 거르지 말자고요. 열악한 환경에서도 한 마디 불평않고 신앙생활하는 공소 신자들 믿음을 알기 때문이죠."
주님, 공소, 미역 모두 최고 작업을 하면서도 손에서 묵주를 놓지 않는 그런 믿음이다.
새 공소 공사는 장마가 오기 전까지 끝내도록 계획은 세워놨다. 비용이 문제다. 공사가 늦춰지면 늦춰질 수록 비용부담이 커지기에 최대한 빨리 공사를 진행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예수님만 부활하나요? 새 공소 지어지면 우리 금일공소도 부활하는 거랑께. 하하하하."
공소 신자들은 "다들 새 공소 생각에 하루하루 설레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한껏 치켜세우며 외쳤다. "금일공소 최고여. 하느님도 최고여. 아니, 우리 미역하고 다시마가 최고여!"
 
■ 물품구입문의 : 061-555-1204
■ 후원계좌번호 : 수협, 550-61-006409, 예금주 천주교 강진성당 금일공소
 
© 평화신문 2009-04-12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