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CBCK천주교, 4월 9일부터 성삼일(聖三日) 시작
- 작성자 : 홍보
- 등록일 : 2009-04-02
- 조회수 : 488
“주님의 십자가로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성삼일의 첫날인 성목요일에 사제는 신자들의 발을 씻기는 발씻김 예식(세족례)을 한다.
이는 최후의 만찬 때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다는 요한복음서 13장의 기록에 근거한다.
▲ 성삼일의 첫날인 성목요일에 사제는 신자들의 발을 씻기는 발씻김 예식(세족례)을 한다.
이는 최후의 만찬 때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다는 요한복음서 13장의 기록에 근거한다.
□ 오는 4월 9일(목)부터 12일(일)까지 전 세계 가톨릭교회는 가톨릭에서 1년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성삼일(파스카 삼일)을 지낸다. 사순시기의 마지막 관문인 성삼일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동시에 사순 저금통․사랑의 쌀 한줌 모으기 등 사순시기에 실천해 온 이웃사랑의 결실을 모아 봉헌하는 기간이다.
◎ 성삼일의 유래
□ 성삼일 예식은 신약성경의 4개 복음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인류의 속죄를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은 구약성경에 누차 예언된 하느님의 계획이었다. 그 예언대로 예수는 이스라엘의 해방절인 파스카 축제를 앞두고 예루살렘 도성에 들어갔다. 유대교 대사제들의 음모와 제자 유다의 배반으로 죽음을 맞이하기 전날 저녁, 예수와 열두 제자들은 최후의 만찬을 나눈다. 이때 예수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내어줄 몸과 피”로 제자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떼어주었으며, 그들의 발을 씻김으로써 겸손의 모범을 보였다. 가톨릭 신자들이 하는 영성체나 성목요일의 발씻김 예식(세족례)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 만찬 직후 예수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밤새 기도했다. 예정된 죽음을 거두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비는 기도였다. 마침내 안식일(오늘날의 토요일) 전날 새벽 예수는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았고, 정치범들의 사형도구였던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당한다. 예수가 부활한 날은 그로부터 사흘째, 곧 안식일 다음날(일요일)이다. 주 예수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함으로써, 금단의 선악과를 따먹고 죄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인류는 빛과 구원의 세계로 건너가게(파스카, Pascha) 되었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주 예수가 부활한 이날을 ‘주님의 날’ 곧 주일(主日)로 지낸다.
◎ 성삼일 전례: 죽음에서 생명으로 가는 72시간의 여정
□ 가톨릭교회에서 성삼일은 1년의 중심이자 절정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부활 신앙이고 부활의 전제는 그리스도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성삼일 전례는 전 세계 모든 성당에서 똑같이 거행되며, 신심 깊은 신자들은 성삼일 전례와 묵상기도를 특화시킨 3박 4일 성삼일 전례피정에 참가하기도 한다. 교황청에서는 그리스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이 사흘간의 전례를 매년 전 세계에 위성중계하고 있다.
□ 성삼일은 목요일 저녁(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로 시작된다. 최후의 만찬(마태오 복음서 26장 26-29절)을 기념하는 이날 사제는 신자들의 발을 씻기는 ‘발씻김 예식’(세족례)을 한다. 이 예식은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다는 요한 복음서 13장의 기록에 근거한다. 당시 남의 발을 씻기는 것은 종들이나 하는 일이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가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시어”(요한 복음서 13장 1절) 인간을 섬겼듯이, 하느님의 종인 사제들도 몸과 마음을 낮추고 신자들을 섬겨야 한다.
□ 주님 만찬 미사가 끝나면 성전은 텅 비게 된다. 예수의 몸인 성체가 밖에 따로 마련된 ‘수난 감실(受難龕室)’에 도착하면 밤샘기도(성체조배)가 시작된다. 이 기도는 죽음을 앞둔 예수의 번민과 고통에 동참하려는 것으로, 성금요일 예식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된다. 성당마다 신자들이 교대로 드나들며 밤새도록 불을 켜고 기도하는 모습은 이날에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 성목요일 미사를 마치고 수난 감실에서 기도하는 수녀들.
이 기도는 목요일 밤부터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된다.
▲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 중 십자가 경배.
이날 사제가 입는 붉은 제의는 그리스도의 피를 상징한다.
□ 다음날인 성금요일은 미사 대신 주님 수난 예식을 거행한다. 예수가 숨을 거둔 오후 3시 무렵 사제와 신자들은 조용히 성당에 모여 예수의 수난기를 읽고 기도한다. 이어 십자가 경배 때 사제는 “보라, 십자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라는 노래로 그리스도교의 대표 상징인 십자가에 경의를 표한다. 영광의 구세주가 참혹한 수난을 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예수의 으뜸 제자였던 베드로 역시 예수의 수난 예고를 듣자마자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반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날 때부터 마구간의 여물통에 몸을 누인 겸손의 인간이었고, 가장 비참한 죽음으로써 가장 비천한 사람까지 끌어안는 만인의 구원자가 되었다. 죽음의 도구인 십자가가 생명의 표지가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 수난 예식이 끝나면 교회는 침묵에 잠긴다. 예수께서 무덤에 계시는 동안 미사를 비롯한 모든 예식이 중단된다. 이 침묵은 성토요일의 해가 지고 어둠이 빛을 기다릴 때까지 계속된다.
□ 토요일 밤의 부활성야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1년 중 가장 영광스러운 시간이자 세례 받던 날의 첫마음으로 돌아가는 때다. 부활 대축일이 토요일 밤에 시작되는 이유는 일몰(日沒)을 새로운 하루의 시작으로 보던 이스라엘의 전통에 있다. 이날은 전통적으로 예비신자들이 세례를 받는 날이지만, 세례식을 하지 않더라도 신자들은 자신이 세례 받던 그날처럼 초를 들고 어두컴컴한 성당에 모인다. 사제는 그리스도의 빛을 상징하는 부활초에 불을 붙이고, 신자들은 부활초의 불씨를 각자의 초에 나누어 붙이며 어둠을 밝힌다.
□ 이날 미사에서는 성경에 기록된 인류 구원의 역사를 읽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내용은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를 건넌 사건이다. 하느님의 인도로 이루어진 이 구약의 파스카는 예수의 부활, 곧 인류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게 한 신약의 파스카를 예시(豫示)한다. 인류 구원에 관한 9개 텍스트(독서)를 차례대로 읽는 동안 성당 안은 점점 밝아진다. 성가대는 사순시기 동안 삼갔던 기쁨의 노래 대영광송과 알렐루야를 웅장하게 노래하고, 신자들은 빛 속에서 세례서약을 갱신하며 그리스도인의 정체성과 사명을 되새긴다. 예수 부활 대축일은 다음날인 주일(올해는 4월 12일) 저녁까지 계속되며, 부활 축제(부활시기)는 이날로부터 성령강림 대축일까지 50일간 이어진다.
* 용어 풀이
- 파스카(Pascha): ‘건너가다’(pass)라는 뜻의 라틴어. 이스라엘의 해방절인 과월절을 가리키는 말로,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출애굽)에서 유래했다. 구약성경의 탈출기 12장에 따르면, 하느님께서 천사를 시켜 이집트 겨레의 모든 맏아들을 죽이실 때 문설주에 어린양의 피를 바른 이스라엘 겨레의 집은 천사가 피해서 지나갔다고 한다. 이집트 전역을 덮친 맏아들의 죽음은 파라오가 이스라엘 겨레를 놓아주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파스카 삼일’은 한국 천주교에서 성목요일에서 예수 부활 대축일까지의 기간을 가리키는 공식 용어이나, 이 자료에서는 내용 이해의 편의상 ‘성삼일’로 적는다.
- 성령강림 대축일: 예수께서 승천하신 뒤 제자들에게 성령이 내려옴을 기념하며 경축하는 날. 사도행전 2장에 따르면 “오순절에 하늘로부터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으니, 제자들은 모두 성령께서 표현의 능력을 주시는 대로 다른 언어들로 말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예수의 제자들이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성령강림 사건에서 비롯됐다. 오순절(Pentecost)의 ‘50’은 50일을 뜻한다. 오순절은 과월절(파스카)로부터 50일째 되는 날이므로 교회는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강림 대축일까지 50일을 부활시기(부활 축제 기간)로 지낸다.
© 주교회의(CBCK) 2009-03-31
공유하기 화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