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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5·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를 만나다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0-05-13
  • 조회수 :  463
▲ 국립 5·18 민주 묘지에 이태규 요한의 영원한 안식을 비는 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 국립 5·18 민주 묘지에 이태규 요한의 영원한 안식을 비는 기도문이 새겨져 있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1980년 5월 18일 로마 유학 중이었다. 곤봉과 총검으로 난폭하게 시위대들을 내려치는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현지 TV 뉴스를 통해 봤다.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그는 카타콤바(로마 박해시대 신자들의 지하 무덤과 집회소)에서 5·18 희생자들과 부상자들,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미사를 봉헌했다.


40년이 지난 2020년 5월 김희중 대주교는 모든 시민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과 정의·평화를 바탕으로 한 대동정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동정신을 바탕으로 남북이 평화통일을 이루는 징검다리를 놓자고 했다. 7일 광주대교구청 집무실에서 김희중 대주교를 만났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



- 올해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입니다. 어떻게 40주년을 맞고 있습니까?

“원래 40이라는 숫자는 성경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하고 정화하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성경에 의하면 홍수로 새 세상을 준비하는 데 40주야 비가 내렸고,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된 복지에 들어가기 위해 40년간 광야에서 준비해야 했습니다. 또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께 계명을 받기 전에 40주야 단식재를 했고, 예언자 엘리야가 하느님의 산 호렙에 가기 위해 40주야를 걸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40주야를 단식하셨으며, 승천하시기 전 40일 동안 지상에 머무르셨습니다. 이를 볼 때, 이 ‘40’이라는 숫자가 장차 성취할 중대한 사건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시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습니다.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공동체성 회복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중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 40년 전 광주를 어떻게 기억하시나요?

“저는 유학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의 처참한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하는 현지 TV 뉴스를 통해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군인들이 무자비하게 곤봉과 총검으로 시위대들을 내려치는 장면들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부끄러웠습니다. 당시 로마에 있던 우리나라 신부님들과 수도자들이 카타콤바에서 5·18 희생자와 부상자,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미사를 봉헌하고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성명서를 작성하여 윤공희(당시 광주대교구장) 대주교님께 보냈습니다.”


- 아직도 진상규명이 미흡합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시는지요.

“대나무가 가늘고 높게 자라지만 일정하게 마디가 형성돼 성장하기 때문에 쉽게 꺾이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정리되어야 할 역사적 사건은 확실하게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평가가 객관적인 사실에 입각해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 나치 치하에서의 레지스탕스 운동을 소재로 한 ‘나타샤’라는 영화를 수십 년 전에 감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나는 마지막 화면에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마라!”라는 글귀가 아직도 저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원한에 찬 복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끄러운 과거의 역사가 후손들에게 대물림되지 않기 위해서는 역사적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근 광주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습니까?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합니다. 자기 대에 정리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자신뿐 아니라 아들들, 손자들도 손가락질받지 않습니다. 5·18 만행을 저질렀던 것에 대해 솔직하게 ‘잘못했다, 미안하다, 용서해 달라’, 그렇게 끊고 가야 후손들에게 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대로 치욕적인 선조로 기억될 겁니다.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 겸손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주교는 광주정신의 핵심은 모든 시민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권과 정의·평화를 바탕으로 한 대동정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40주년을 맞아 광주정신을 새롭게 살리자고 했다.


- 5·18의 핵심 정신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대동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인권·정의·평화, 그리고 우리 한반도의 특수성을 반영한 남북통일을 향한 염원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러한 정신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해당하며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여 추구해야 할 가치입니다. 그동안 어느 정도 혼란도 있었지만, 우리가 마음을 합하고 힘을 모은다면 대동정신이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고 더 괄목한 성장이 이루어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5·18 민주화 운동이 민주·인권·정의·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위대한 시민운동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김 대주교는 가톨릭교회의 특별한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5·18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 5월 18일을 교구 기념일로 지정하고 기념 미사를 지내고 있으며 광주인권평화재단을 설립해 나라 밖 이웃과 형제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 40주년을 맞아 가톨릭교회의 시대적 소명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은 거창한 정치적인 투쟁이 아닙니다. 인권과 정의·평화를 바탕으로 대동정신과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며 남북이 언젠가 서로 자유롭게 합의하여 평화 통일을 이루는 징검다리를 놓자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각자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소임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과거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를 건너고 가나안에 이르기 위해 칠흑 같은 밤에 광야를 건너갈 때 불기둥이 이스라엘 백성의 길을 밝혀주었듯이 우리 각자가 세상의 빛이 되고 이 빛이 모여 횃불이 되고 이 횃불이 불기둥을 이루어 모든 국민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히도록 신자들이 솔선수범하여 국민과 함께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교구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전임 교구장이신 최창무 대주교님께서 강조하신 5·18 정신의 영성화를 위해 광주대교구에서는 광주인권평화재단을 설립하여 5·18 정신의 생활화를 위한 교육과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인권과 민주, 정의 평화에 대한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광주교육청과 협력하여 청소년인권모의재판 프로그램을 매년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5·18 정신의 영성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2차 헌금을 1년 한 차례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금을 활용해 아시아나 아프리카, 또는 남미 나라 가운데 우리가 겪은 1980년 5월과 비슷한 나라들의 정의 평화와 인권을 신장하기 위한 교육과 평신도 양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 대주교는 코로나19 극복과 선교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코로나19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가톨릭평화방송(cpbc)이 큰 역할을 했다며 한국 교회 신자들의 기도를 당부했다.

“이번에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한 것은 국민들이 혼연일체의 대동정신으로 동참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톨릭평화방송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신자들에게 영적인 선익을 위해 봉사한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고전적인 선교의 개념에 갇히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는 방송, 사회의 재현상에 대해 시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사건의 배경과 동기를 깊이 파악해서 비전을 제시하는 철학이 있는 방송국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가톨릭평화방송은 단순히 한 교구가 운영하는 매체가 아니라 한국 교회의 자랑이고 힘입니다. 모두가 지원하고 기도하고 성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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