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교구[가톨릭신문] 광주인권평화재단 ‘모의인권이사회’ 열리던 날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7-11-07
- 조회수 : 247
가톨릭교회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을 가장 중요한 사회 원리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인권의 중요성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됐다는 사실에서 기원한다. 따라서 인간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며, 교회는 인권 수호를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광주인권평화재단(이사장 김희중 대주교)은 광주광역시, 광주광역시교육청과 함께 2017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를 10월 28~29일 광주 치평동 5.18교육관에서 열었다. 이 행사는 토론과 협의의 과정을 통해 청소년들이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고 인권 의식 함양을 돕기 위해 마련했다.
■ 높은 인권 의식과 정치 참여 의지 보여
2017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는 청소년 참정권, 성 평등권, 환경권 등 세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청소년들은 2~3명씩 그룹을 구성, 총 30개 그룹 63명이 의장단과 토론단으로 참가했으며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들이 각 그룹별 활동에 동참했다.
이틀간의 일정은 빽빽하게 진행됐다. 첫째 날 네 차례에 걸쳐 그룹별 실무회의를 진행한 청소년들은 초반의 긴장감을 곧 풀어내고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 ‘청소년 참정권’ A, B팀과 ‘성 평등권’팀, ‘환경권’팀 등 총 4개 팀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찬반으로 팀을 나눈 ‘청소년 참정권A’ 그룹의 하나인 ‘영원’팀의 최종원(운남고 1년)군은 “촛불 시위에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많은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면서 “청소년들이 주체적인 판단 능력이 없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주장했다.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문제에 관해서 참가자들은 ▲학교가 정치 무대가 될 우려가 있고, ▲입시에 방해가 되며, 특히 ▲미숙하고 사회 경험이 없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정치적 판단 능력이 없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시간30분씩 세 차례의 회의를 거듭하고 난 후, 참가자들은 표결을 거쳐 “청소년은 정치적 판단 능력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4개의 각 그룹들에서는 서로 다른 주제들을 두고 뜨거운 토론이 시종 이어졌고, 청소년들은 각각 네 차례의 회의 끝에 본회의에 상정할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다.
둘째 날, 참가자들은 본회의장에서 ‘성 평등권’ 결의안을 둘러싸고 더욱 격렬한 토론을 이어갔다.
먼저 한 남학생이 “성 평등권 결의안의 모든 문구가 지나치게 여성 중심적”이라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페미니즘의 입장에서만 결의안이 작성됐고, 성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었다.
“여러분이 그렇게 느끼신다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나오자, 토론은 감정 섞인 언사와 태도가 뒤섞여 격렬해졌고 남녀간 대결 구도가 펼쳐지기도 했다. 그러자 청소년들은 5분간 휴정을 선언하고, 삼삼오오 모여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해나갔다. 각자가 보인 태도와 언사에 대한 사과도 이어졌다.
회의가 다시 열리자 참가자들은 굳은 표정을 풀고 환하게 웃으면서 타협점을 찾아나갔다. 과도하게 반복됐던 ‘여성’이라는 단어의 상당 부분은 ‘양성’, 혹은 ‘남성과 여성’으로 바꿨다.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마다 표결에 부쳐 합의를 도출했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부각해야 할 부분에서는 ‘여성’이란 단어를 그대로 살렸다.
걸핏하면 회의장을 비우거나 고성을 일삼는 정치인들의 행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민주적 절차에 따라 최종 결의안까지 내
참가자들은 이번 모의인권이사회에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세 가지 주제에 대한 최종 결의안들도 냈다.
‘청소년 참정권’에 관해서는 “일반 선거권은 연 나이 18세, 교육감 선거는 연 나이 17세로 선거권 부여 연령을 하향 조정하라”고 요청했다.
‘성 평등권’에 대해서는 양성 평등의 인권 교육과 정책을 촉구했고, ‘환경권’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탈핵과 재생에너지 발전을 지향하자는 의견을 냈다.
모의인권이사회 폐막과 함께 14명의 ‘인권 이사’ 중 한 명으로 선발된 정승준(문성고 2년)군은 “우리사회에서 고등학생은 대개 입시생으로 취급될 뿐”이라면서 “짧은 일정이었지만 ‘인권’ 문제가 이론에 그치지 않는 내 삶의 문제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
이환기(국제고 1년)군은 “처음에는 단순히 토론대회로 생각했다”며 “이틀 동안 친구들과 다양한 인권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나의 인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사회에서 소외돼 있는 사람들의 인권 문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인권평화재단 상임이사 김명섭 신부(광주대교구 사회사목국장)는 “청소년기의 경험이 세상을 보는 평생의 시각에 큰 영향을 준다”면서 “청소년모의인권이사회가 청소년들의 인권 감수성을 증진시키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