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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가톨릭평화신문] 광주대교구 학다리본당 석정공소에 피어난 사랑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7-01-05
  • 조회수 :  489
새 승합차 타고 ‘씽씽’ 신앙생활 열정 ‘활활’

▲ 석정공소 어르신들과 주임 김진모(오른쪽) 신부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를 통해 받은 성금으로 지난해 구입한 새 승합차 앞에서 손을 흔들며 독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 석정공소 신자 어르신들이 13일 낮 공소에 모여 환하게 웃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듯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해도 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가톨릭평화신문의 사랑 나눔 캠페인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가 사랑의 구슬을 전하는 역할을 했다. 그 결실이 누적 성금액수 100억 원 돌파라는 열매를 맺었다. 성탄절을 맞아 전하는 이 기쁜 소식은 독자 여러분이 16년간 꾸준히 사랑의 구슬을 꿰어준 결과다. 성탄절을 앞둔 지난 13일 독자 여러분의 사랑이 피어난 시골 공소에 다녀왔다.

글·사진=이힘 기자 lensman@cpbc.co.kr



공소에 피어난 웃음꽃


서울에서 승용차로 4시간여 만에 도착한 광주대교구 전남 함평 학다리본당(주임 김진모 신부)의 석정공소에는 어르신 몇몇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곳에는 평균 나이 70대 중반인 어르신 17명이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은 화요일이었다. 주일에 만났다가 하루 걸러 다시 만난 어르신들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날씨도 포근해 모임 하기엔 딱 좋은 날이었다.

어르신들의 화제는 공소 승합차에 쏠려 있었다. 어르신들은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20년이 다 돼가는 낡은 승합차를 이용했다. 그러다 본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2015년 3월 8일 자, 제1304호)에 보도된 후 새 승합차를 선물 받았다. 어르신들은 “낡은 승합차는 새 차를 구매한 후 곧바로 폐차시켰다”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차에서 탱크 소리가 났당께. 언덕을 못 올라갔어. 탄력을 안 받으면 20~30㎞로 밖엔 못 가부렀었지.”(나옥자 수산나, 65)

공소에서 보기 드문 젊은이(?)로서 운전 봉사를 하는 나옥자씨가 1997년식 이스타나 차량을 운전했던 기억을 더듬자, 옆에서 귀를 기울이던 어르신들은 “맞아~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누적 주행거리가 22만 ㎞를 넘겼던 옛 승합차는 수동기어 차량이어서 운전에 제약도 따랐다. 아예 시동이 걸리지 않은 날이 부지기수였고, 오래전 단종돼 단순 고장에도 부품을 구하기 어려웠다. 지붕에서부터 양옆과 앞뒤 철판이 녹이 슬어 흉물이 따로 없었다. 어르신들은 차를 탈 때마다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가슴을 졸였다고 했다.

어르신들에게 새 승합차가 꼭 필요했던 이유는 낡고 붕괴 위험이 있는 공소 재건축을 하고 있었기에 주일마다 학다리성당까지 가야 했기 때문이다. 석정공소와 학다리성당 사이 거리는 약 4.5㎞에 이르는 데다 어르신 대부분이 공소에서도 수㎞ 떨어진 용호ㆍ금산ㆍ흑룡마을에 거주하기에 차량 없이는 사실상 미사 참여가 불가능했다. 학다리본당도 주일 미사에 100여 명 남짓 참여하는 규모여서 공소 재건축에 힘을 쏟느라 새 승합차를 살 여력이 없었다.

어르신들은 신문 보도 후 한 달 반만인 지난해 4월 열린 성금 전달식에서 독자들의 사랑이 담긴 1300여 만 원을 받았다. 여기에 본당 지원금을 더해 새 승합차를 구매했다. 새로 구매한 스타렉스 승합차는 1년 8개월 만인 이날까지 4740여 ㎞를 주행한 상태다.

새 차량은 학다리본당의 또 다른 공소인 재생공소 한센인들을 위한 이동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새 승합차 덕분에 석정공소 어르신들이 한센인들을 위한 사랑 나눔도 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주임 김진모 신부는 “옛 승합차가 많이 노후화해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불편이 컸는데, 주님과 신문 독자들, 여러 은인의 도움이 더해져 새 승합차를 마련하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사실 시골 어르신들의 신앙생활(공동체 전례 참여)은 교통 여건에 따라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여러분의 사랑으로 구매한 새 승합차 덕분에 공동체가 감사와 큰 기쁨 속에 더욱 활기차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기뻐했다.



석정공소는

현재 전남 함평 학교면 중천포로 442(금송리 502-3)에 있는 석정공소의 관할 지역에 복음이 전해진 것은 1892년 석정리에 살던 이내환이 서울에 다녀오다 정읍에서 어느 천주교 신자에게 교리를 들은 후부터다. 이내환은 이듬해 전북 나바위에서 ‘바오로’로 세례를 받고 돌아와, 석정리와 금송리, 월호리 등 일대 마을에 복음을 전파했다. 신자 수가 늘어나자 1935년 당시 나주본당 주임 신부였던 현 하롤드 대주교의 도움으로 공소를 짓게 됐다.

이후 1991년 태풍으로 공소 건물이 크게 훼손돼 금산 마을 앞에 새 땅을 매입하고 조립식 건물을 지었다가 건물이 낡아 2005년부터 새 공소 건축을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섰다. 본당과 공소 신자들이 합심해 폐품을 모아 팔고 함평 나비축제장에 참가해 부스를 마련, 국밥과 특산물 등을 판매해 기금을 모았다.

2008년 현 부지 왼쪽 쉼터에 있는 가옥을 매입해 임시 성전으로 사용하다가 누수와 악취, 곰팡이 등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2015년 현 위치에 122㎡ 규모의 새 공소를 지었다. 공소 어르신들에게 지난해는 집과 차량을 모두 새로 얻은 뜻깊은 한 해였다.

공소가 새로 완성되자 교구에서 위탁 운영하는 함평군 청소년 문화의 집 부관장 장욱종 신부가 석정공소에 거주하면서 사제가 상주하는 공소로 거듭나게 됐다. 장 신부는 틈틈이 어르신들을 위한 사목 활동도 펼치고 있다.

전남 함평은 친환경 농업으로 유명하다. 석정공소 어르신들도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 쌀을 비롯해 친환경 무화과 등의 농사를 지으며 주님 사랑 안에서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서 유아세례를 받은 이점웅(알렉시오, 78) 어르신은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금송리와 월호리, 석정리 마을 주민 대부분 신자여서 공소가 늘 신자들로 북적였다”면서 “먹고 사는 게 힘들었던 그 시절엔 동네 잔칫날이 따로 없었고 성탄절이 그날이었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