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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가톨릭신문] 5·18 민주화운동의 증인 광주대교구 조철현 몬시뇰 선종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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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고비 때마다 묵묵히 앞장섰던 재야 민주화운동의 큰 별이 졌다. 그의 유언은 “장례 화환 대신 쌀을 받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줘라”였다.
광주대교구 조철현(비오) 몬시뇰이 9월 21일 오전 3시20분 선종했다. 향년 78세. 조 몬시뇰은 말기암 판정을 받고 투병하다 병세가 악화됐다.
장례미사는 9월 23일 오전 광주대교구 임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교구 사제단과 신자, 정·관계 인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일생을 민주화와 복음화를 위해 살다 떠난 조 몬시뇰의 정신을 우리 삶 속에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몬시뇰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는 삶을 살면서 정의가 짓밟혔을 때는 예언자로서의 소명을 수행하셨다”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고(故) 조 몬시뇰의 조카 조영대 신부(광주 용봉동 주임)는 유족 인사를 통해 “남기신 말씀대로 마지막 가시는 길에 장례 화환은 받지 않았고 뜻있는 분들의 쌀 화환을 받았다”고 말했다. 쌀 화환을 통해 정치인, 시민단체, 사회복지단체 등에서 보내온 쌀 4180㎏이 모아졌고 이는 모두 가톨릭광주사회복지회에 기부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장례미사를 마친 후 조 몬시뇰의 유해를 실은 영구차는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옛 전남도청을 찾았다. 5·18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가운데 장지인 광주대교구 천주교 담양공원묘역 성직자묘지에 안장됐다.
고인은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헌신하며 시대의 부조리에 대항했다. 1938년 출생한 그는 1969년 사제 서품을 받았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일어난 참상을 보고 민주화 운동에 투신, 당시 시민수습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폭력에 반대하며 평화를 외치던 그는 당시 신군부에 의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핵심동조자로 지목되면서 옥고를 치렀다. 특히 1989년 5·18 진상규명 국회 청문회에서 신군부의 잔학한 학살행위를 생생하게 증언했다.
이후 5·18기념재단 초대 이사장, 조선대 학교법인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광주·전남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 아리랑 국제평화재단 이사장 등을 맡으며 통일을 위한 발걸음도 계속했다.
조 몬시뇰은 소외된 이웃들에게는 한없이 큰 사랑을 베풀었다. 2006년 퇴임 후 그는 지적 장애인 쉼터인 소화자매원 이사장을 맡았다. 남은 생애를 봉사활동으로 보내며 청빈의 삶을 산 그는 지난 2008년 몬시뇰에 서임됐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마삼성 광주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