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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평화신문] 아픈 현대사 담은 ‘비움의 십자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6-05-18
  • 조회수 :  336
광주대교구, 내년 설정 8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작

▲ 김희중 대주교가 4월 30일 광주대교구청 마당에 설치된 비움의 십자가를 축복하고 있다. 이힘 기자



광주대교구가 2017년 교구설정 8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교구사와 한국 근ㆍ현대사에서 기억해야 할 사건을 담은 ‘비움의 십자가’를 4월 30일 광주대교구청 마당에 설치, 봉헌했다.

비움의 십자가는 가로 폭 12m, 높이 8m로 27점의 금산석 조각이 모여 4개의 형체를 만들어 그 사이 공간이 3개의 십자가를 이루고 있다. 십자가 앞면에는 선교 초기 박해와 순교의 모습과 6·25 때 피랍돼 피살된 순교자들의 모습과 한국전쟁, 5·18 광주민주항쟁, 4·16 세월호 참사 등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비극적 사건을 조각으로 형상화했다. 뒷면에는 ‘그리스도의 소통’을 비롯한 14점의 드로잉이 음각으로 부조돼 있다.

광주대교구가 이날 교구청에 비움의 십자가를 설치한 이유는 이 십자가에 새겨진 사건들을 슬퍼하고 아파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안에 담고 있는 순교 정신과 민주주의, 평화와 정의를 기억하며 그 정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8월 한국 교회 사목 방문의 의미를 ‘기억ㆍ희망ㆍ증언’이라는 세 단어로 함축해 표현한 바 있다. 이 땅의 신앙 선조들이 물려준 풍요로운 유산을 기억하고 되살려서 오늘 삶의 자리에서 증언함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세대에 기쁨과 희망을 전하라는 뜻이었다. 이날 봉헌된 ‘비움의 십자가’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교회에 던진 화두와 같은 의미로 과거의 비극을 기억하고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며 지금 이 자리에서 치유와 화해의 연대를 증언하기 위함이다.

이날 축복식을 주례한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인간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바탕으로 할 때에만 비로소 미래를 향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서 “비움의 십자가는 바라볼 때마다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끊임없이 기억하며 일상의 삶에서 실천하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이끌어 주는 기념비적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마라”고 당부했다.

비움의 십자가를 제작한 이춘만(크리스티나) 조각가는 “비움의 십자가를 만드는 동안 항상 주님의 부르심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임했다”며 “이 십자가가 우리의 세속적 마음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여 우리가 서로 일치하도록 도움을 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구상부터 비움의 십자가란 이름까지 작업에 함께한 조광(이냐시오) 교수는 “비움의 십자가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의 씨앗이 순교와 민주의 꽃으로 피어나고, 대동 세상을 향한 간절한 소망이 충만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비움의 십자가는 이춘만 선생의 재능 기부와 광주대교구 경제인회의 제작비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이힘 기자 lensman@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