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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평화신문] [세월호 2주기 추모 미사] 시간 멈춘 팽목항… 아물지 못하는 상처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6-04-22
- 조회수 : 402
참사 2주기, 전국서 시민 발길 이어져, 미수습자 가족, 팽목항 떠나지 못해
세월호 참사 2년째가 된 4월 16일. 진도 팽목항의 시간은 여전히 731일 전 참사 그날에 머물러 있었다. 방파제 울타리를 노란빛으로 물들인 빛바랜 세월호 리본 위로 ‘세월호 온전한 인양!’이라고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 세월호 참사 2년째가 된 4월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인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얼굴 사진을 쓰다듬으며 울고 있다. |
이날 팽목항에는 참사 2주기를 추모하고자 전국에서 시민들 발걸음이 이어졌다.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을 모신 합동 분향소 앞은 이른 오전부터 그들의 넋을 기리고자 찾은 추모객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자기 일처럼 하염없이 먼 바다를 바라보는 이들, 임시 건물에 마련된 팽목항 성당을 찾아 기도하는 이들…. 추모객들은 세월호 고통과 함께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로 보이는 앳된 청소년들은 한편에서 노란 리본을 나눠주기도 하고, 다른 쪽에선 줄을 지어 침묵의 도보 행진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2년째 이어지고 있는 고통을 나누고자 경건하고도 분주했다. 그들 속에 미수습자 가족들이 있었다.
▲ 세월호 참사 2년째가 된 4월 16일 진도 팽목항 한편에 미수습자 구조를 희망하고,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내용이 적힌 노란 조약돌들이 쌓여 있다. |
교사 아들 사진 앞에 주저앉은 팔순 노모
“아이고, 승진아. 대체 어디 있니? 엄마가 왔어.”
팽목항 방파제 끝 붉은 등대 아래에서 아들을 찾는 엄마의 눈물겨운 통곡이 퍼졌다. 미수습자인 단원고 양승진(57) 교사의 어머니다. 팔순의 노모는 바다를 향해 절을 올린 뒤 난간에 기대어 대답 없는 아들을 연거푸 불렀다. 2년 동안 아들의 시신조차 마주하지 못한 어머니의 한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한 어머니는 다른 한편에 붙어 있던 아들의 현수막 사진을 발견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실제 마주한 듯 수십 차례 얼굴을 쓰다듬었다. “보고 싶다. 아들아.” 인성생활부장으로 생활지도를 했던 양 교사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졸업 후에도 아들 같은 후학들과 꾸준히 연락하는 ‘천생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다.
“은화는 공부도 잘했고, 늘 ‘아빠, 저 전교 1등 했어요’라고 전화하던 기특한 아이였어요. 잘 다녀오라는 인사도 못 했는데, 글쎄 수학여행을 700일 넘게 떠날 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단원고 2학년 학생 조은화(미수습)양 아버지 조남성(54)씨는 사고 이후부터 아내 이금희(46)씨와 줄곧 이곳 팽목항을 떠나지 않고 있다. 미수습 가족생활관에서 만난 엄마 이금희씨는 “제 딸이 바닷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추울까요. 엄마를 얼마나 애타게 찾을까요. 하루라도 빨리 딸을 찾아야 하는 게 엄마이기에 이렇게 견디고 있다”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와 총대리 옥현진 주교 및 사제단이 세월호 참사 2년 미사를 봉헌하며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
거센 비바람에 진도실내체육관서 미사
하늘도 슬픔에 동참하는 듯 이날 오후부터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 광주대교구는 애초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2년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었으나, 급히 계획을 변경해 2년 전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머물렀던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봉헌했다.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루카 15,4)를 주제로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주례하고 총대리 옥현진 주교와 사제단이 공동 집전한 미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신자 2800여 명이 참여해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진상 규명을 기원했다.
김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왜 그토록 참담한 사고가 일어났는지 그 원인과 진상이 명확히 밝혀지길 기대했지만,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관계자들의 태도를 보면 참다운 반성과 진실 규명을 위한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이 매듭을 풀지 않고 우리나라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수습자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른 김 대주교는 “진실과 정의가 실종됐는데, 아무리 화려한 아흔아홉 개의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선체가 유실 없이 인양되고, 아홉 분 미수습자들이 가족 품에 돌아올 때까지 함께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미사 말미 제대에서 눈물의 호소를 한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 이야기가 끝나자 김 대주교는 미사에 참례한 국민의당 정동영(다윗)ㆍ김경진(그레고리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그레고리오), 정의당 윤소하(암브로시오) 의원을 향해 “이분들 절규가 계속되지 않도록, 세월호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도록 의원 여러분께서 꼭 힘써 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미사 후 진도군 일대에는 더욱 거센 비바람이 불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장재학 명예기자 bio2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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