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교구 청년국(국장 배상희 신부)은 5월 16~17일 양일간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과 정의평화위원회가 마련한 ‘5·18 정신계승을 위한 도보순례’ 행사에 참가했다.
광주대교구는 매년 5·18 도보순례를 진행해왔지만 다른 교구 청년들이 단체로 함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6일 오후 광주에 도착한 대구 청년순례단은 5·18 민주화운동기록관과 옛 전남도청 등 광주민중항쟁 관련 사적지들을 둘러봤다.
17일에는 광주대교구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 살레시오고등학교에서 국립 5·18 민주묘역까지 도보순례 후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이번 도보순례는 이전까지 ‘도보’에 치중해 정작 민주묘역을 둘러보는 시간이 적었다는 아쉬움을 해소하고자 묘역 곳곳에서 포스트게임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구묘역과 신묘역의 추모관, 유영봉안소, 추모탑 등을 둘러보며 시대적 배경과 사건의 발단, 시민들의 대응 등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대구대교구 ‘선택 주말’ 대표 봉사자 홍대식(대건 안드레아)씨는 “직접 기록관을 찾아책으로만 알고 있던 부분들을 보니 잘못 알고 있던 부분도 있었고, 전혀 몰랐던 새로운 사실도 배울 수 있었다”며 “앞으로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많은 젊은이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고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청소년사목국 청년 담당 김영호 신부는 “5·18을 광주대교구만의 축제가 아닌 다른 교구민들과 함께하는 장으로 마련하자는 교구장님 뜻에 따라 대구대교구 청년들을 초대했다”며 “초대에 응해준 젊은이들에게 고맙고 검은 것을 검다고 흰 것을 희다고 당당히 말하는 멋진 청년들이 되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 5월 17일 국립 5·18민주묘지 ‘역사의 문’에서 봉헌된 5·18 희생자 추모미사에서 도보순례 참가자들이 손을 맞잡고 주님의 기도를 노래로 바치고 있다.
■ 봉사자 광주대교구 김봉철씨
“영호남 청년 만남으로 미래 ‘희망’ 봤어요”
“대구 청년들이 5·18 도보순례에 참석하러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대도 있었지만 우려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우려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창피하네요. 5·18 민중항쟁에 대해 저희들보다도 더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5·18 기념 도보순례 기간 중 봉사자로 활동한 김봉철(알렉산델·37·광주 양산동본당)씨는 참가자들에게서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민중항쟁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아 당시 분위기와 시대상을 몰라 체감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이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다.
“대구라는 것을 떠나서 다른 교구 청년들이 온다는 것 자체가 좋다고 봐요. 물론 그 처음을 대구대교구가 시작해줬다는 사실이 더 기쁘긴 하죠. 교회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인터넷 상에서 볼 수 있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글들로 인해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던 김씨는 실제 청년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런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중항쟁 중 이런 일 저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보다도 당시 투쟁하던 분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그 기억들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삶에서 실천한다면 지역감정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리라 믿습니다.”
■ 대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회장 손현철씨
진실 체험한 좋은 경험의 장
“5·18 민중항쟁과 관련된 현장에 직접 가본 것도 좋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기저기에 걸려있는 5·18을 기억하겠다는 현수막들이에요.”
대구대교구 가톨릭대학생연합회 손현철(프란치스코·26) 회장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광주광역시를 방문했다. 대구대교구 신학생들과 광주대교구 신학생들이 함께 공부했던 옛 광주가톨릭대학교 자리에서 1박을 하고, 5·18 민중항쟁의 현장을 직접 가서 느낀 바는 컸다.
“공수부대랑 대치를 했던 그 거리에 서보니 책으로 배웠던 5·18과는 다른 느낌이 확 왔어요. 충격적이면서도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사실 대구에 있을 때는 달력에 작게 써있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 글씨를 보거나 “5·18 몇 주년 기념일을 맞아 이런 추모 행사가 있었습니다”하는 뉴스를 듣는 것 정도가 전부였거든요.”
일전에 봤던 영화 덕분에 5·18 민중항쟁에 대해 알고, 관심을 갖고 있었던 손씨는 마침 5·18 기념 도보순례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서둘러 응답했다.
“우리 교구에서도 5·18 도보순례에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많아요. 더러 어른들 중에는 못마땅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다는 것을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젊은이들에게까지 내려올 필요는 없다고 봐요. 후배들에게 의미 없는 색깔론과 지역감정 등을 전해주지 않기 위해서 저희가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