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교구[평화신문] 세월호 참사 1주기…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에게 듣다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5-05-26
- 조회수 : 434
▲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16일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1주기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이힘 기자 lensman@ |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광주대교구장) 대주교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우리 사회 발전의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세월호 참사 1주기 다음날인 17일 광주대교구청 집무실에서
평화신문과 가진 세월호 참사 1주기 특별 인터뷰를 통해
“진상 규명만이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고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길”이라며
정부 측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김 대주교는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인 배금주의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철학과 함께 살아 있는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혼탁한 정치 풍조와 관련,
정치인들에게 당선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근본 목적을 되새길 것을 주문하고,
분단 70년이 되는 남북 문제의 해법으로는 민간과 종교 차원의 교류 활성화를 제시했다.
김 대주교는 또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 대한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고,
하느님에게서 무상으로 받은 자비의 은총을 이웃과 나눌 것을 요청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됐습니다. 진상 규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유가족에게는 어떤 말도 위로가 되기에 부족합니다. 그들의 처지를 잊지 않고 함께한다는 것을 그들이 피부로 느낄 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리라 봅니다.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그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결코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돼선 안 됩니다. 적당히 넘어간다면 훨씬 더 참혹한 참사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언제든 그러한 참사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는 유가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진상 규명에 함께해야 합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희생자들의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고 우리 사회 발전의 징검다리가 되게 하는 것이 유가족을 진정으로 위로하는 길입니다. ”
▲해양수산부가 입법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은 문제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을 조사의 주체로 지정한 시행령으론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 정원을 줄이겠다는 발상은 조사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위원회 업무를 대폭 축소하겠다는 것도 잘못을 인정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정부 공언을 불신하게 할 뿐입니다. 시행령은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더불어 세월호 선체 인양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보상 절차를 진행하는 것도 반대합니다. 돈으로 덮으려는 모습으로 비칩니다.”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배금주의입니다. 어떻게 해야 배금주의 풍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인생의 가치관과 목적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철학이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물질만능주의에 기반을 둔 사회 발전은 인간을 약육강식의 정글로 내모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 참사도 당사자와 관련 기관원들이 돈 때문에 법과 원칙에 어긋난 행위를 했기에 벌어진 일입니다.
독일 철학자 피히테는 조국이 전쟁에 패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순간에도 총과 칼보다 도덕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윤리 의식의 부재는 인간을 맹목적 출세주의ㆍ물신주의에 빠지게 만듭니다. 철학하는 사회, 윤리와 도덕이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정치권이 불법 정치 자금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정치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합니까?
“정치인들에게 정치하는 근본 목적이 무엇인지, 정치철학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정치적 신념 없이 당선이라는 개인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만 급급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정치인들이 공약을 철저하게 이행하도록 하는 검증과 확인을 제도적으로 확립해야 합니다. 임기 중에 주민소환제를 통해 중간평가를 하고 재신임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선거에서의 당선이라는 목표보다는 단 한 번의 임기만이라도 아름답고 깨끗하게, 그리고 명예롭게 마치겠다는 마음가짐을 기대해봅니다.”
▲남북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남과 북이 어떻게 해야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요?
“정치와 민간 교류 또는 경제 협력을 분리해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민간과 종교 차원의 교류는 좀 더 활발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흑백논리는 위험합니다. 융통성을 갖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조화를 찾아야 합니다. 남과 북의 다양한 분야 사람들이 자주 만나 대화한다면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하셨습니다. 자비로운 삶은 어떤 삶입니까?
“내 잘못을 남이 너그럽게 봐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 자신도 남에게 너그럽게 대하는 삶입니다. 하느님께서 자비하시기에 하느님을 따르는 우리 역시 자비로운 사람이 돼야 합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한계가 없습니다. 무한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에게서 공짜로 자비의 은총을 입었습니다. 은총으로 받은 자비를 움켜쥐고만 있지 말고 나눠야 합니다.”
▲희망을 갖기가 참으로 어려운 세상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신앙은 ‘하느님의 능력을 믿는 행위’입니다. 그리스도교는 희망의 종교입니다. 내 머리카락 수까지 다 세어 두신,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의 어려움을 모르실 리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실패는 과정일 뿐입니다. 희망은 실패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는 데서 끝납니다. 하느님의 뜻을 지금 당장은 이해 못 하더라도 언젠가 때가 되면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 자비의 섭리에 맡기는 이가 그리스도인입니다.
마지막으로 사회 모든 문제를 복음의 눈으로 보기를 부탁드립니다. 복음은 세속적 시각에서 바라보면 나약하기 짝이 없겠지만, 세상만사를 풀어가는 근본 원리를 제공합니다. 복음과 교회 가르침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투신하기를 바랍니다.”
남정률 기자 njyul@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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