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소식
교구[평화신문]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세월호 참사’에 대해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4-06-12
- 조회수 : 501
참사 희생의 의미를 소중한 가치로 살리는 실천 필요
김 대주교는 10일자로 발행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이제까지 경제발전에 있어서 ‘인간애’가 빠진 이윤 추구 지상주의가 낳은 결과의 한 단면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이웃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너무 부족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사고 직후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하는 미사를 집전한 김 대주교는 “인간의 어떤 말로도 위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저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계시는 가족분들과 더불어 함께 있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참으로 안타까웠다”면서 “누가 이 꽃다운 자식들을 저 바닷속 깊은 곳에 가둬놓고 아무 힘도 쓸 수 없게 만들었는가를 생각하면 지금도 분노와 안타까움, 무기력감이 솟구쳐 오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정말 가슴 아픈 건 참사 초기엔 시신이 올라오면 내 자식이 아니길 바라다가 지금은 그 시신이 내 자식이길 바라는 부모의 참담한 심정을 곁에서 바라봐야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주교는 정부에 대해서도 “정부기관, 공무원뿐 아니라 정치인들도 대오각성하는 자세와 행동이 필요하고, 책임 있는 분들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며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대통령께서도 걱정을 많이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중요한 건 미사여구나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진솔함, 진정성이 밴 실천이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특히 “천만금을 얻는다 한들 생명과 바꿀 수 있겠는가만은 유가족들이 헝클어진 가족공동체를 추스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하겠다”면서 “정부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딸, 가족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일시적인 연민의 정을 나누는 데서 그치지 말고 연대감을 갖고 참사 희생의 의미를 소중한 가치로 살리는 가시적인 일들로 이어지길 바라고, 유가족들이 설립하려는 장학사업에도 국민들이 동참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생명경시 문제와 관련해서도 김 대주교는 “가톨릭교회는 생명을 강력하게 수호하는 입장을 강조해왔다”면서 “능력 있는 한 사람이 백보 앞서가는 사회가 아니라 어느 누구도 뒤처지는 사람 없이 백 사람이 일보를 함께 가는 사회를 지향할 때 모두가 백보 앞설 수 있는 결과를 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주교는 진정한 종교의 역할과 관련해 “이제라도 끊임없이 교회를 개혁하고 설립자의 정신을 되살리는 본연의 정신으로, 늘 쓰는 말 ‘처음처럼’ 같은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저 자신도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법이나 제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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