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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한겨레] 윤공희 대주교 “정의에 대한 요구는 계속해야 한다”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3-10-24
  • 조회수 :  435
윤공희(88) 대주교
5·18 민주화운동 때 신군부의 폭력에 맞서 시민의 편에 섰던 윤공희(88·사진) 대주교가 17일 “정의에 대한 요구는 계속해야 한다”며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 개입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윤 대주교(빅토리노)는 올해 주교 수품 50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광주 서구 광주가톨릭대 평생교육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천주교계의 국정원 대선 개입 비판 움직임을 두고 “정의에 대한 요구는 계속할 수 있다. 천주교가 용서해야 한다고 해서 정의에 대한 요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의 결정에 함께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윤 대주교는 “독재정치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그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큰 시련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역사에서 배워가야 할 것을 못 배우는 것 아닌가”라며 묻고 “정치인들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고 신장하는 정치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주교는 1963년 10월20일 주교품을 받은 뒤 1973년 11월 7대 광주대교구장을 맡아 27년 동안 헌신했다. 그는 1980년 5·18 당시 ‘두가지 부끄러움’을 고백했다. 계엄군에게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는 젊은이를 보고도 “너무 무서워서” 나서지 못했다는 것, 80년 5월27일 계엄군에 의해 진압된 뒤 6월 초 남동성당에서 열기로 했던 시국 기도모임을 군인들이 포위하자 “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걱정돼” 미사를 취소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대주교는 서릿발처럼 강단진 면모로 알려져 있다. 5·18 이후 신부 8명을 끌어간 신군부 소령급 책임자가 내란 음모 혐의가 적힌 신병 인수서를 내밀자 반사적으로 거부하고, 내란 혐의라는 말을 뺀 인수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80년 5월19일 서울에서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 현장에서 목격한 내용을 전하고 시국미사를 집전하는 등 천주교계가 5·18 진실 규명에 나서도록 하는 구실을 했다.

평남 진남포에서 태어난 실향민인 윤 대주교는 “13년 동안 공부했던 원산의 덕원신학교가 가장 가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는 “얼마나 남을 위해서 살았는가, 어려운 사람과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았는가, 많이 반성한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는 오는 22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임동성당에서 윤 대주교의 주교 수품 50주년을 기념하는 미사를 마련한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