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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소식

교구[평화신문] 타 종교 지도자들과 터키 다녀온 김희중 대주교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3-09-16
  • 조회수 :  572
타 종교 이해 높으수록 갈등은 사라져



중동 지역엔 '화약고'란 꼬리말이 늘 붙어 다닌다. 크고 작은 전쟁이 끊이지 않는 중동의 불안한 정세 중심에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있다. 최근 화학무기 살포로 국제사회 비난을 받고 있는 시리아 내전 역시 이슬람 세력 간 충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한 무슬림의 차별과 박해를 피해 고향을 떠난 그리스도교 난민이 해마다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슬람은 과연 폭력과 분쟁의 종교일까.

 지난 8월 19~26일 국내 타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터키 기자작가재단 초청으로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 이슬람 문화를 체험하고 온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김희중(광주대교구장) 대주교를 6일 광주대교구청 집무실에서 만나 이슬람과 종교 간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 대주교는 "일부 무슬림의 폭력으로 이슬람교 전체가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에서는 용서와 화해, 나눔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교 지도자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무슬림은 폭력주의자가 될 수 없고, 폭력주의자는 무슬림이 될 수 없다고요. 코란에서는 곤충이나 동물도 죽이지 말라고 나와 있답니다. 초기 무슬림은 곤충이 사람들 발에 밟혀 죽는 것을 막기 위해 신발에 방울을 달고 다녔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만큼 생명을 존중하고 경외하는 종교입니다. 그들 역시 일부 무슬림들의 전쟁이 이슬람교 전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습니다."

 김 대주교는 특히 전쟁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며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파괴하고 윤리와 도덕을 무너뜨리는 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전쟁 중에는 두 가지만이 절대선(善)입니다. 이기는 것과 살아남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위해선 어떤 일도 용납되는 상황이 됩니다. 인간성이 철저히 파괴되는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화로 풀어나가야 합니다. 전쟁은 대화를 기다리지 않고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조급성이 원인입니다."

 김 대주교는 이번 일정 중 매일 한 가정을 방문해 현지 가족과 함께 식사하며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이슬람 문화를 접했다. 또 재래시장과 학교, 신문사, 구호단체 등을 둘러봤다. 터키는 국민 99%가 무슬림이다. 김 대주교는 터키 사상가이자 세계적 이슬람학자인 페툴라 귈렌(73) 박사가 주창하는 세계시민 정신을 실천하려는 터키 국민들 모습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했다. 귈렌 박사가 펼치는 '귈렌 운동'은 종교 간 대화를 바탕으로 이슬람 문화를 전파하는 문화 운동이다.

 "귈렌 선생은 터키 정신문화의 대부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귈렌 정신으로 세워진 야만라르 사립고등학교를 방문했는데, 학생들에게 관용과 평화를 심어주려는 교육 방침이 인상 깊었습니다. 늘 다른 이를 도우라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웃 사랑 실천은 그리스도교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리스도교 역시 종교나 국적, 이념이나 피부색에 상관없이 이웃을 도울 것을 강조합니다."

 모든 종교가 선한 가르침에선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고 강조한 김 대주교는 "각 종교의 가르침과 정체성을 잘 이해하고 따른다면 종교 간 갈등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이웃 종교 지도자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는 김 대주교는 "만남을 통해 관계가 더욱 깊어진다"면서 서로의 삶의 터전에서 함께 만나 대화하는 것이 서로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김 대주교는 터키로 떠나기 전날 주교수품 10주년을 맞아 교구청에서 교구청 사제단과 조촐하게 기념 감사미사를 봉헌했다. 반짝이는 불빛처럼 10년이 지났다고 말한 김 대주교는 "10년 전 제단 앞에 엎드려 모든 성인과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며 목자로서 열심히 살겠다고 약속드렸는데, 그 약속을 다하지 못한 것 같다"며 지난 소회에 대해 말을 아꼈다.

 김 대주교는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능력만큼 발휘하고 있는지 돌아봤다"면서 "그날은 개인 피정을 하며 저 자신을 반성하고 용서를 청해야 하는데, 여러분께 축하를 받는 것 자체가 과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점이 모여 선이 되고 하루가 이어져 일생이 되듯, 매일의 소임과 작은 일에 충실하며 사목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