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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자료

교구3개년 특별 전교의 해나의 선교 - 2021년 2월 28일 주보 발췌

  • 작성자 :  홍보
  • 등록일 :  2021-02-24
  • 조회수 :  57

나의 선교

 

나의 선교는 먹을거리로 꼬시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 미사 끝나면 떡볶이도 주고 햄버거도 주고, 김밥도 주고맛있는 거 많이 주는데 같이 갈래?” 나는 복사여서 주일 미사를 꼭 가야 한다. 그런데 친구들과 함께 노는 도중에 혼자 미사를 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친구들은 먹을 것에 혹해서 신나게 미사에 따라왔다. 내 친구들은 미사를 드리는 게 처음이다. 그래서 성가를 부를 때 노래방에서 노래하듯이 목청껏 크게 불러 선생님께 야단을 듣기도 했다. 친구들이 혼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친구들과 함께 성당을 다니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었다.

심지어 나랑 친한 동네 동생은 내가 새벽 복사를 설 때 함께 미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그 동생은 미사를 처음 참석해서 성체를 모시는 시간에 앞으로 나오지 않고 미사 시간 내내 앉아 있었다. 내가 복사가 아니었다면 옆에 가서 일어나야 한다’, ‘지금 나가야 한다등 미사 드리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둘이서 재잘대며 돌아오는 길은 복사를 서느라 새벽 일찍 일어났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미사 시간에 빛고을 문제를 풀어서 낸 아이들은 앞에 나가 작은 선물을 받는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나가는 게 싫어 빛고을을 내지 않았다. 빛고을을 내지 않았는데, 갑자기 신부님이 나를 부르며 앞으로 나오게 하였다. 나는 빛고을을 내지 않았는데 왜 그러시지?’ 당황하며 앞으로 나갔다. 신부님께서 친구들을 성당에 많이 데리고 왔다고 선교상을 주셨다. 나는 부끄러우면서도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나와 성당을 함께 다니게 된 친구 중 한 명인 민기는 그날 이후로 꾸준히 성당을 다닌다. 그 후, 민기는 치평동 성당과 1시간 정도 떨어진 동네로 이사를 갔는데, 우리 성당까지 버스를 타고 온다. 그렇게 민기는 꾸준히 성당을 다니면서 세례를 받고,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으며, 첫영성체 교리를 받아 성체를 모시게 되었다.

민기에게 성당을 왜 계속 다니게 되었는지 물어봤다.

성당을 다니기 전, 네가 매주 성당에 꼬박꼬박 다니는 것을 어리석다고 여겼어. 친구들과 함께 놀다가도 핑 가버리고, 친구들보다 성당을 우선시하는 게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야. 하지만 나의 짧은 생각을 네가 바꾸어 주었어. 너는 내게 성당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주었고, 나를 성당으로 이끌어주었어. 처음 미사를 드릴 때, 미사에 임하는 자세 역시 어리숙했어. 그런 나를 너는 간단한 교리와 함께 바로 잡아 주었어. 미사에 임하는 너의 새로운 모습은 카리스마 있고, 또 투철해 보이기까지 했어. 그런 모습들이 나를 성당에 매주 다니게 했고, 신부님과 교리 교사 선생님들의 친절함이 더욱 나를 성당으로 이끌었어. 그 친절한 손길들 덕분에 16개월 동안 빠짐없이 성당에 나오게 되었고, 재미있고 신성한 시간들을 통해 나를 성찰하게 되었어. 교황님의 세례명과 같은 프란치스코라는 새 이름으로 태어났고, 내 마음속은 온갖 좋은 것들로 채워졌어. 너의 선교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야. 내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준 네게 매주 미사마다 고마운 마음을 전해.”

복사인 나보다 더 성당을 열심히 다니는 민기를 보면 내가 하느님의 부르심 도구로 쓰였나 보다하는 생각도 들고,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나는 성당을 가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 친구들도 성당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 신자가 아니었던 친구들의 마음에 신앙의 씨앗이 싹터 신자로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주님의 거룩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권하진 엘리지오(2)

치평동 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