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교서
‘3개년 특별 전교의 해’(2020~2022) 교구장 사목교서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20-11-30
- 조회수 : 402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1.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속으로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주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참으로 인류의 빛이십니다. 지금 우리는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라는 거센 풍랑 속에 놓여있습니다. 그 풍랑 속에서 인류가 겪는 질병과 고통, 슬픔과 고뇌는 곧 우리 그리스도인의 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언제 엄습해올지 모르는 질병 앞에서 속수무책인 채 지쳐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곤궁해졌습니다. 생계와 질병,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소리 없이 고통받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긴박해졌습니다. 그야말로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질병, 고통, 죽음은 인간의 나약함을 경험하게 해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삶을 그리고 악에서의 해방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상기시켜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교에의 부르심, 곧 자신을 벗어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향하여 나아가라는 초대는 그 자체로 나눔, 봉사, 전구 기도를 위한 기회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자기 자신만의 안위를 염려하거나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과 공동운명체임을 새롭게 자각할 때입니다. 세상 사람들 한가운데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속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각자가 이웃을 위한 기쁜 소식이 될 때입니다.
2. 3개년 특별 전교의 해(2020~2022)
(1)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교회가 되는 길
우리 광주 대교구에서 선포하고 실시하는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복음 선포 사명’을 우리 시대의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새롭게 묻고 확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교회의 복음 선포 사명은 언제나 그렇듯, 시대의 징표와 구체적인 인간 현실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코로나 상황에서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는 것은 시의적절한 응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복음 선포의 열정을 새롭게 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2)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교구 사목평의회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교회의 선교 열정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자 2019년 10월 한 달을 특별 전교의 달로 선포하신 프란치스코 교종의 지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교구 사목평의회는, 우리 교구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복음 선포의 열정을 새롭게 하자는 데 뜻을 모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특별 전교의 해로 선포해주시기를 교구장인 제게 청원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교구 사목평의회의 청원을 흔쾌히 받아들여 10월 특별 전교의 달 폐막미사 때(2019.10.31), ‘3개년 특별 전교의 해’(2020~2022)를 선포하였습니다.
이처럼 3개년 특별 전교의 해의 시작은 교회의 아름다운 공동합의성(Synodalitas-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의 정신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는 동안 이 공동합의성의 정신이 보다 나은 교회를 위한 모든 논의와 실천의 과정에서 폭넓게 실현되고 충만하게 드러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보다 나은 교회를 위한 공동합의성의 정신은 또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3) 우리 모두가 선교하는 제자요 자비의 선교사로 사는 길
우리 교구의 어느 본당은 ‘선교란 자신이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입니다.’라는 글귀를 써 놓았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신(마르 1,14) 예수님과 그 복음의 기쁨을 체험한 본당공동체로부터 나온 글귀여서 큰 감동을 줍니다. 복음 선교란 세상에 파견된 그리스도인이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되어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1,15)를 내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복음의 기쁨’에서 말씀하신 것도 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이에게 선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만난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선교하는 제자’,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그렇기에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지닌 우리 스스로의 신앙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요긴합니다. 우리는 삶의 현실에서 겪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의 기쁨과 평화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지, 일상 속에서 복음의 기쁨과 사랑의 힘을 믿고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복음의 힘이 우리의 가치관, 판단기준, 관심사, 사고방식, 생활양식에 깊이 스며들어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4)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실천 방향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선교사로서 세상 속에서 복음의 기쁨과 희망을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여정입니다. 이 여정이 새로운 교회를 위한 풍요롭고 뜻깊은 과정이 되기 위해서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기획위원회’가 마련한 다섯 가지 실천 방향을 교구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기를 제안합니다.
➀ 교구민 모두가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간다.
교구민 모두가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은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는 가장 본질적인 의미가 될 것입니다.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교구민 모두가 이 취지를 공유하고, ‘선교하는 제자요 자비의 선교사’라는 의식을 지니고 실행 주체가 되어야 그 목적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➁ 우리 시대의 징표 안에서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표현,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우리 시대의 상황, 특히 코로나 사태에 직면하여 그 징표들을 복음의 빛과 신앙의 눈으로 읽어내고 식별하여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는 것은,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고 역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현존과 계획을 깨닫는 교회의 마땅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➂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를 지향한다.
세상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품고, 지역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여정은 곧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의 본연의 모습을 이루어가는 여정입니다. 이는 개인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 모든 사람이 연대하는 ‘공동체성’ 회복의 소중한 체험이 될 것입니다.
➃ 생태환경을 살리는 교회를 지향한다.
복음 선포 사명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해방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는’(로마 8,22) 지구를 살리는 일 또한 복음화를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특별 사목 교서’가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임을 명백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자연이라는 책은 하나이고, 나눌 수 없는 것으로 환경, 생명, 가정, 사회관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 훼손은 실제로 인간 공존을 실현하는 문화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고, 또한 ‘자연 보호,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 사회적 헌신, 내적 평화가 불가분의 유대를 맺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➄ 공동합의성의 정신을 바탕으로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 되도록 한다.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3개년 특별 전교의 해의 목적이라면 공동합의성의 정신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동반자 역할을 의미합니다. 공동합의성은 그 자체로 교회가 되어가는 길, 교회의 삶과 사명을 수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교회 현안을 공동으로 식별하고, 자유롭게 논의하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교회다움을 실현하는 행복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여정에서 성령의 현존을 체험하고, 교회의 풍요로움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5)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슬로건: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3개년 특별 전교의 해 기획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여 교구민들의 응모를 받은 결과,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이 최종 대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고통받는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이 되자는 내용입니다. 이는 복음의 정신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우리 시대의 상황과 요청을 반영하여 새롭게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슬로건은 3개년 특별 전교의 해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함께 공유할 주제입니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는”(로마 12,15) 교회가 되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본당과 지구, 그리고 교구는 이 슬로건에 초점을 두어 사목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찾아 실천하기를 권고합니다.
3. 복음 선교 이야기: ‘낯선 이의 이웃’이 된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29-39)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복음 선교의 보편적인 의미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과 다름이 없는 사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성별, 나이, 혈연, 지연, 종교, 언어, 민족, 언어, 인종 등에 어떠한 차별도 두시지 않고 다만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일하셨습니다. 이방인, 병든 이, 공동체로부터 버려진 사람들, 심지어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마르 11,19)가 되고 이웃이 되어 주셨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꼭 그랬습니다. 그는 강도당하여 초주검이 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이 되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강도당한 사람의 출신성분 그리고 문화적, 역사적, 종교적인 다름은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았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그는, 다만 절실하고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통당하는 이웃이었을 따름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요 그의 구체적 실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착한 사마리아인은 우리 시대 복음 선교 영성의 구체적인 표양이기도 합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이 곧 하느님을 만나는 길이며, 이웃에게 눈을 감으면 하느님도 볼 수 없다.’는 복음의 근본 가르침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오늘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과 영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4. 3개년 특별 전교의 해: 기억과 실행의 시간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기억과 실행’의 시간입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2,24)라는 말씀은 우리가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원천이요 동기입니다. 이 기간이야말로 인간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기억하여, 이를 오늘의 세상 사람들을 위한 사랑과 헌신으로 실행할 때입니다.
- 기도는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모든 계획과 활동의 원천이요 결실이 될 것입니다.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교구 기도’와 ‘선교를 위한 기도’ 그리고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와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 이와 더불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기도’,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 시성 기도’(시복을 준비 중인 광주대교구 순교자들을 기억합시다)를 함께 바침으로써 복음 선교의 열정이 끊임없이 불타오르도록 합시다. 아울러 낯선 곳, 낮은 자리, 세상 한가운데에서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사랑과 헌신에 그지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 본당 및 각 공동체 차원에서 복음 선교에 대한 연수 내지는 피정을 계획하여 본당 고유의 목표 설정과 실행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기회를 주도적으로 마련하기를 권고합니다. 교구민 모두가 자비의 선교사가 되는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지금은 또한 실행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는 길’(마태 6,33)은 다름 아닌 세상의 가장 작은 이들을 찾아 그들의 이웃,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 세상 한가운데 살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이며 또한 그분을 맞아들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요한 1,11. 14 참조)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2020년 11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 희 중 히지노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