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 전체메뉴 보기
메뉴 보기

사목교서

2011년 교구장 사목교서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0-11-11
  • 조회수 :  2919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출발

-거룩하게, 아름답게, 기쁘게-

친애하는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제가 교구장에 취임한 이래 여러분들께서 제게 보여주신 많은 사랑과 기도, 기대와 희망, 격려와 성원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도 주님 안에서 여러분 모두와   깊은 일치를 느끼며 교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각별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구장 취임사에서 교회를 사랑하고 교구를 위하는 마음이 가득 담긴 신부님들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면서 "쇄신과 개혁의 필요를 절감하는 교구민과  함께 교구의 미래를 설계하며, 함께 희망찬 내일을 꿈꾸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바 있습니다. 그리고 수도자들의 카리스마가 존중되고, 교구민 여러분들이 신앙생활에서 기쁨과 보람을 누리며 삶의 희망을 가지고 생활하시도록 모든 일에 여러분과 함께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힌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근본정신의 바탕 위에서 교구장으로서 저의 향후 사목방침들을 제시할 것입니다.

2011년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저는 교회생활과 사명의 원천이며 정점인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출발'을 우리 교구의 사목지표로 삼고자 합니다. 그동안 저의 선임 교구장님들께서는 사제단과 교구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구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튼튼한 기초를 놓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바탕위에서 실질적인 열매를 거두어들이기 위하여,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교구의 내적성장을 이루어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을 잘 알고 그 기본과 본질에 충실하려 할 때" 전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결코 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요즈음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의 수가 날로 늘어나고 주일미사 참례자수가 현저히 감소되고 있는 추세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급선무는 성찬례를 통하여 교우들로 하여금 교회에 소속감을 갖게 하고, 신앙의 기쁨을 되살리게 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례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을 고취함으로써, 새로운 복음화의 원년이 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1. 전례를 거룩하게!

"그리스도께서는 언제나 교회에, 특별히 전례행위 안에 계시며, 성사 집전자의 인격 안에 …… 현존하신다. 그러므로 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전례거행의 효과는 교회의 다른 어떠한 행위와 같은 정도로 비교될 수 없다”(전례헌장 7). 그리스도께서는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하신 약속을 전례를 통하여 이루고 계십니다. 사제는 그분의 대리자로서 미사를 집전하지만, 전례의 참 집전자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므로 전례는 거룩한 행위이고 하느님의 일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교 삶 전체의 중심인 교회의 거룩한 전례는 공동체의 모습을 가장 탁월하게 드러내는 공동체의 기도입니다. 그리고 전례집전의 날인 주일은 영적 보화를 발견하는 거룩한 날이고 기쁜 축제의 날입니다. 그러나 주일전례가 짐이 되고 무의미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것은 바로 주님을 만나려는 마음이 처음부터 부족하거나 의무감에서 참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참되고 살아있는 예배가 되기 위하여 “모든 신자가 전례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전례헌장 14) 권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혼의 목자들은 모든 사목활동에 있어, 적절한 교육을 통해 이를 실현하려고 성실히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전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전례헌장 14-20 참조).

2. 전례를 아름답게

전례는 풍부한 은총의 샘이고, 인간 성화와 하느님 찬양이 탁월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므로(전례헌장 10항 참조) 이에 걸맞게 전례가 집전되는 공간을 거룩하고 품위 있고 아름답게 꾸며야 하겠습니다. 또한 전례에 임하는 자세가 거룩한 전례에 어울리게 경건해야 하며 전례에 임하는 옷차림이 품위있고 단정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자세가 기도의 원초적인 자세의 하나이므로 무릎을 꿇고 기도할 수 있는 공간도 배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한 전례를 더욱 아름답게   거행하기 위하여 기도의 환경과 시설과 준비된 각종 전례봉사자, 전례위원회의 다양한 활동 등과, 무엇보다 회중의 마음가짐을 포함하여 정성을 기울이는 철저한 준비와 교육이 우선되어 있을 때 완전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전례가 될 것입니다. 특히 “성음악은 기도를 감미롭게 표현하거나 또는 한마음을 이루도록 북돋아 주거나 또는 거룩한 예식을 더욱 성대하고 풍요롭게 꾸며주므로”(전례헌장 112) 본당 성가대의 양성과 활동이 더욱 적극적으로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3. 전례를 봉사의 삶으로 기쁘게

부활하신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은 초대교회 신앙인들에게는 큰 기쁨과 행복의 원천이었고, 그것은 복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주님을 기억하는 전례는 언제나 신앙인들에게 큰 기쁨과 행복의 원천입니다. 4세기 초까지도 황제의 권한으로 전례가 금지되어 있었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날의 거행에 헌신하면서 순교를 각오하고 주일 성찬전례를 거행하였습니다. 우리 순교선조들은 미사 한번을 참례하기 위해서 백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주일이 되면 잔칫날처럼 지냈습니다. 성찬전례는 형식적인 절차나 요식행위가 아니라 바로 서로의 발을 씻겨주는 그 실천임을 복음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성찬례는 교회안의 모든 봉사자들이 섬김과 나눔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이러한 정신과 마음으로 미사에 참례할 때, 신앙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아, 삶과 사랑이 일치하는 믿음의 기쁨과 보람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참된 전례는 우리가 빌고 바쳐서 내가 복을 받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주님은 우리의 뜻을 이루기 위해 빈말로 기도할 것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는 것이 참다운 기도이고 참다운 신앙이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이 꿈꾼 교회는 모두가 존중받고 환영받는 공동체를 이루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아버지의 사랑을 드러내시어 병자를 치유하셨고 위로하셨으며 모두를 차별 없이 안아주셨습니다. 따라서 성찬례는 하느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기 위해 자신을 바치는 희생제사이므로 희생과 봉헌이 없는 제사는 결코 참된 전례가 될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소통과 친교를 통해 교회 공동체 안에서 일치하고, 봉사로써 세상과 일치하려는 우리 노력의 바탕은 바로 하느님과의 일치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일치를 향한 우리의 노력은 바로 전례생활의 활성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신자가 되려고 준비하는 예비신자가 우선 신앙을 갖도록 하는 것은 교리적 양성으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교회 공동체와 함께 생활하는 실천적 양성,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는 전례적 양성, 그리고 공동체와 함께 봉사하는 사도적 양성을 포함하는 총체적 양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과정의 점진적 양성단계를 통하여 마지막 세례성사와 성체성사의 의식을 받도록 하고, 세례이후, 신비교육의 기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그 기간 동안 성경을 가까이 하며 기도하는 법을 익히고 특히 고해성사를 보는 체험을 마련하여야 할 것입니다.

2011년 올 한 해는, 앞으로 맞이하게 될 교구설정 75주년(2012년)과 더 나아가 교구설정 100년(2037년)을 바라보면서, 교구의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가는 데에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 시작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부터여야 할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우리가 서로간의 신뢰와 일치를 바탕으로 사제단이 먼저 일치하여 모범을 보이고, 수도자들은 기도와 증거의 삶으로 이를 뒷받침해주며, 교우 여러분들께서는 세상에 복음을 전하는데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전례의 활성화를 통한 새로운 출발’이 이루어지는 한 해가 되도록 함께 노력합시다.

2010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