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교서
2008-2010년 교구장 사목교서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3-27
- 조회수 : 2311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교구 설정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3년 동안 빛을 향한 여정(빛을 찾아서, 빛을 따라서, 빛 속에서)을 걸어오면서, ‘빛에서 빛을 받아 빛을 비추는 광주光州 공동체’를 희망하며 끊임없는 반성과 쇄신을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3년의 여정에서 거둬들인 과제와 전망들을 70주년 준비위원회의 <제안서>라는 그릇에 담아, 교구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제단에 바쳤습니다. 이제는 이러저러한 논의를 반복하기보다, 확고한 신념과 의지로 과제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단계에 왔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교회는 결코 현세적 야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교회는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추구한다. 곧 성령의 인도로 바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려는 것이다.”(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3항)라고 선언한 것처럼,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 속에서, 빛의 갑옷을 입고(로마 13,12), 빛의 자녀답게(에페 5,6-20)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일을 계속함으로써 광주, 전남지역의 모든 이가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알아 모시고 찬양하게 하여야 할 것입니다.(마태 5,16)
1.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성 요한 복음사가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고 하느님 강생의 신비와 목적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강생의 신비는 하느님께서 인류 역사 안으로 들어오시어 구원을 펼치시는 탁월한 신비입니다.(히브 1,1-3) “때가 차면 하늘과 땅에 있는 만물을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을 머리로 하여 한데 모으는”(에페 1,9-10; 갈라 4,4-5) 하느님의 계획인 것입니다. 이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친교 안에서 무르익는 계획으로서, 드높은 곳에서 세상에 내려 주신 선물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요한 3,16; 1요한 4,9-11) 하신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강생의 신비는 다른 종교에는 유례가 없는 신앙으로 그리스도교를 새롭고 보편적 종교로 만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하는 예언자가 아니라,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창조적 말씀으로 만드시고 지탱하시는 분이시며(에페 1,3-8. 4,3-7; 히브 1,1-4), 세상의 빛(요한 8,12)이시요 구원자이십니다.
2. 우리와 함께 계시는 말씀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께서는 교회를 사랑하시어 거룩하게 하시려고 당신 자신을 내어 주셨으며(에페 5,25-27), 교회를 당신과 결합시켜 당신 몸이 되게 하시고, 성령의 선물로 가득 채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세상 끝날 까지 우리와 함께 하시겠다고 약속 하셨습니다.(마태 28,20)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1테살 4,3) 우리는 하느님의 계획과 은총에 따라 ‘거룩한 교회’로 부름 받고, 교회의 거룩함을 드러내야 할 사명을 받았습니다. 또한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의 손으로 일하시고, 인간의 정신으로 생각하시고, 인간의 의지로 행동하시고, 인간의 마음으로 사랑하셨습니다. 동정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시어 참으로 우리 가운데 한 사람이 되셨으며, 죄 말고는 모든 것에서 우리와 같아지신 분이십니다.(히브 4,15. 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22항) 그러므로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거룩하게 살며, 이미 받은 성덕을 보존하고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어떠한 신분이나 계층이든 모든 그리스도인은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며, 그분의 모습을 닮아 모든 일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고, 하느님의 영광과 이웃에 대한 봉사에 온 마음으로 헌신하여야 합니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39-40항)
3. 쇄신과 발전을 위한 우리의 과제
우리가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빛을 비추고(마태 5,14-16), 그 강생의 신비를 드러내야 할 광주, 전남지역은 지금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항해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인 우리는 지역사회의 항해와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체험합니다.(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1항) 광주는 건국 이래 최대의 문화 프로젝트라는 신개념의 문화도시, 아시아 문화중심도시를 꿈꾸고 있고, 전남은 녹색의 땅을 기반으로 계획 신도시와 동북아 물류, 교역 및 해양관광 중심지역을 꿈꾸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 안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지역 사회와 연대하여, 우리 교구공동체도 개인의 성찰과 쇄신, 공동체의 의지가 수반된 신중하고도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세워 교구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단계별로 성실히 실천함으로써 꿈을 가진 교구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각오로 교구장의 자문기구인 ‘교구 사목평의회’는 70주년 준비위원회가 제안한 내용을 토대로 2010년까지의 교구 발전 추진방향을 제시하고, 특별기구인 ‘교구 사목기획 추진 위원회’는 교구 발전 추진방향에 따른 <교구 발전 3개년 추진계획>을 세워 단계별로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하여,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함께 쇄신과 발전을 위한 여정에 임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가 2010년까지 <교구 발전 3개년 추진계획>을 함께 점진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지역 복음화를 위한 교구 공동체의 면모를 새롭게 합시다.
4. 2010년을 향한 우리의 노력
우리 각자와 공동체의 쇄신과 발전은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며 성화聖化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고 하신 구세주 예수님은 소금이 싱거우면 무엇에 쓰겠느냐고 하셨습니다.(마태 5,13) <교구 발전 3개년 추진계획>도 우리 자신의 성화를 지향하며, 아울러 “선교와 복음화”를 우선과제로 삼아 이 지역사회 안에서 하느님 강생의 신비를 드러내어야 할 것입니다.
1) 2008년 첫 해는 <영성 심화深化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교구민 모두가 각자의 고유한 은사와 직무에 따라 복음의 권고를 실천하며, 그리스도인 생활의 완성과 사랑의 완덕을 이루기 위한 영성을 되새기는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사제생활의 쇄신과 영성의 심화’를 우선적으로 희망합니다. 이는 교구 공동체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교구민의 노력에 빛나는 모범이 되고 튼실한 토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2) 2009년 둘째 해는 <사도직 활성화活性化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사제들은 영원한 대사제 그리스도의 모습을 따라 자신의 직무를 거룩하고 기쁘게, 겸손하고 용기있게 수행하며(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 41항) 사도직의 표양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도 가족들은 수도회의 고유한 성소에 충실하며 특수한 생활 형태로 교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며 다양한 사도직 활동의 모범이 되어 소금과 누룩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신도들은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 안에서 첫째가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만큼 저마다 나름대로 성령의 열매(갈라 5,22-23)를 맺고, 영혼이 육신 안에 있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안에서 그 혼이 되어야 하겠습니다.(교회에 관한 교의헌장 38항) 곧 세상의 관심사를 복음의 정신으로 식별하는 사도직을 수행하며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빛을 세상에 비추어야 할 것입니다.
3) 2010년 셋째 해는 <새로운 복음화福音化의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개개인의 영성 심화와 공동체의 사도직 활성화에 이어 지역 복음화를 위한 선교 공동체의 기반을 조성하고 환경을 개선하는 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역 복음화를 위한 기획과 추진을 통해 급변하는 지역 환경에 적응하며, 사회와 연대하여 보다 적절한 복음화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여 사람이 되신 말씀, 그리스도의 빛을 광주, 전남지역에 비추어 풍성한 열매를 맺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는 2010년 한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는 의미이며,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4) 기획과 추진, 이 기간 동안에 우리의 사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그 성과를 거두기 위한 기구개편과 시설들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 신비체인 교회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를 이루어주십니다. 성령 안에서 지체들 상호간의 유기적인 관계는 일치의 가시적 요소(1코린 12-14장; 로마 12장)이며, 교계제도는 이를 뒷받침하는 친교의 유대입니다. 우리는 공동체 일치와 친교의 토대인 교계제도의 효율적인 봉사를 위해 현재의 교구청 기구를 시대의 요청에 보다 적절히 봉사하는 기구로 개편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교구민 모두의 신앙 쇄신과 발전을 도모하는 평생교육을 위한 장(피정의 집, 교육관, 사제들의 연수관 등)을 기존의 시설 보완 및 새로운 시설 건립을 통해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늘어나는 사제들의 복지관련 시설(노후, 휴양 등)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사람의 마음속에 많은 계획이 들어 있어도 이루어지는 것은 주님의 뜻뿐이다.”(잠언 19,21)라는 현인의 말처럼 역사의 주재자이신 하느님께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내어 맡기며, 쇄신과 발전을 위한 우리의 계획이 주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지혜와 계시의 영(에페 1,17)을 겸손하게 간청합시다.
거룩하신 성삼께서 저희의 기획과 노력에 축복해 주시고, 구세주의 어머니시며 영원한 동정이신 교회의 어머니 성모님, 저희를 보살펴 주시며 저희를 위하여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저희가 당신께 바라는 그대로 저희 위에 당신의 자애를 베푸소서.”(시편 33,22)
2007년 12월 2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최 창 무 안드레아 대주교
공유하기 화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