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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교서

2007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3-27
  • 조회수 :  1769
 
빛 속에서
- 당신 빛으로 저희는 빛을 봅니다. - (시편 36,10)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그리스도는 인류의 빛이십니다.(교회헌장 1항 참조) 교회공동체는 그 빛에서 빛을 받아 세상에 빛을 비추고자 오늘도 빛을 따라 순례의 여정을 걷는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우리는 교회공동체 안에서 한 몸이 되어 그리스도를 머리로 모시고 성령의 활동 아래에서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쇄신하여 결코 꺼질 줄 모르는 빛에 이르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교회헌장 9항 참조) 특별히 우리 교구공동체는 교구설정 70주년을 맞이하기 위해 2년 전부터 ‘빛을 찾아서’(2005년), 그리고 ‘빛을 따라서’(2006년)를 준비해왔고, 이제 ‘빛 속에서’라는 주제로 금년을 지내고자 합니다. 이는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100여 년 전 이 지역에 신앙의 씨앗을 뿌리시어 본당공동체의 싹을 틔우시고(1897년, 목포 산정동 본당 설립), 교구공동체(1937년, 광주지목구 설정)를 이루시어 지금의 대교구(1962년, 승격)에 이르기까지 광주와 전남지역에 믿음과 바람과 사랑의 공동체를 끊임없이 살펴주시고 지탱하여주신 은총에 감사하기 위함입니다. 아울러 우리 교구공동체가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보다 충실히 따르며 ‘진리의 광채’(1993년, 교황 요한 바오로2세의 회칙)로서 세상을 밝히는 교회이자, 천상의 보화로 가득 찬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이 지역 안에서 거듭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1. 하느님의 자비와 우리의 성찰
 
과거는 하느님의 자비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회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기쁨이자 힘입니다. 우리는 교구공동체의 과거를 되돌아보며 새로워지고자 지난 2년간 노력하였으며, 이는 광주, 전남지역에 빛으로서 파견된 우리에게 끊임없는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였습니다. 쇄신은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교구설정 70주년 준비위원회’가 5개의 분과(교구운영, 영성운동, 복음화, 기념사업, 수도자)로 나누어 교구공동체의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의 전망 안에서 현재의 쇄신을 위한 제안을 준비했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노력이 여러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을지라도, 우리는 그 미숙함까지도 성찰과 쇄신의 과제로 받아들이며 겸손하게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에 맡겨드려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를 빛이신 그리스도께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며, 어둠을 벗어나 그 빛 안에 머무르게 합니다. 그러므로 지난 2년간의 성찰을 통해 거둔 결실들을 빛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끊임없는 쇄신의 발판으로 삼아 걸어 나아가도록 합시다.
 
2. 하느님의 섭리와 우리의 쇄신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 안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는 하느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신앙인의 희망이자 힘입니다. 70년을 지나 100년, 그리고 종말까지 우리 교구공동체의 미래는 단순한 시간 연장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희망 안에서 이루어지는 우리 의지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단순히 현재 이후에 당연히 다가오는 것으로 이해하지 말고, 현재와 미래 사이에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구공동체의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대한 굳은 희망으로 변함없는 쇄신의 길을 다짐하는 우리 공동체의 현재입니다. 우리는 교구설정 70주년을 기념하는 금년을, 하느님의 섭리에 위탁하며 우리의 희망이며 빛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읍시다.
 
3. 하느님의 사랑과 우리의 기쁨
 
금년은 우리 교구공동체를 보살펴주시며 지탱하여주시고 이끌어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눈뜨며 그 사랑에 감사하고 감탄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이끄심에 대한 신앙을 가진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현재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교구설정 70주년을 맞은 우리 공동체는 우리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에 그저 감사드릴 뿐입니다. 지난 2005년과 2006년 사목교서에서 말씀드렸듯이, 금년은 교구공동체의 미래를 전망하며 참 빛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70주년의 의미와 기쁨을 만끽하는 축제와 내일을 다짐하는 한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 교구공동체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하느님의 선물이요 소명이며 과제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물을 받아들이고, 기쁜 마음으로 소명에 충실하며, 확신과 희망으로 과제를 짊어지고 나아갈 때, 우리 교구공동체는 계속하여 하느님의 구원역사役事를 이 지역에서 완성시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1) ‘교구설정 70주년 준비위원회’가 준비하고 있는 <제안서>는 준비위원들의 열정과 공동체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의안집으로, 우리 공동체에 주어진 소명이며 과제가 될 것입니다. 이는 어떤 형태로든지 교구민 모두와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후속작업을 통하여 그 결실을 거두어야 할 것입니다. 교구 대의원회의나 주제별 학술회의, 사목회의 등을 통해 제안된 내용을 다듬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확정하는 방법이 있겠으며, 필요하다면 교구조직의 개편이나 이를 더 객관적으로 접근하며 연구하고 추진할 기구를 구성하여 일정기간 동안 단계적으로 검토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해에 “2007년까지 이 지역 하느님 백성의 목소리를 수렴 집약하여 앞으로의 교구 향방을 가늠케 하는 중요한 의안들이 마련될 것이며, 이 의안의 성격에 따라서 필요하다면 교구 대의원 회의를 열어 급변하는 현대사회와 지역사회의 필요에 응답할 수 있는 교회의 역할을 다 하는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현한 바가 있습니다.(‘교구사 문답지’ 인사말 중)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방법이든지 그것은 교구민 모두의 열망과 애정을 담은 축제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감사드리고, 하느님의 섭리에 믿음과 희망을 간직하며, 변화와 쇄신을 위한 노력을 기쁘게 받아들일 때 가능한 것입니다.
 
2) 70주년 <기념제>는 으레 치르는 일일행사나 대회가 아니라, 그동안에 준비한 모든 것을 상징적으로 담아 내면에 다지며 신앙의 열정이 충만한 기간축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금년에 지내게 될 ‘사순시기’는 교구공동체가 그리스도의 빛을 찾아 성찰하고, 빛을 따라 회심하는 표지가 되고, ‘부활시기’는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 안에서 거듭나 쇄신의 기쁨을 누리는 시기가 되어, ‘성령강림대축일’에는 우리의 끊임없는 쇄신을 위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고 다짐하는 축제일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3) 새로운 출발과 쇄신을 다짐하는 우리의 각오는 선언이나 내면의 울림으로만 그칠 수는 없습니다. 교회공동체 내에서 신앙인의 내면을 쇄신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지만, 세상을 향한 증언과 증거의 사명을 부여받은 우리는 지역공동체를 향한 공동의 실천노력이 이 시대 가장 효과적인 복음 선포활동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이는 교구민 모두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행동으로 실천되고 지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 세계성체대회(1989년)가 계기가 되어 당시 신앙인의 실천운동으로 ‘한 마음 한 몸 운동’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우리 공동체도 70주년을 맞아 우리 지역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지역민들을 위한, 지역민들에게 공동선의 표지로 드러낼 수 있는 <신앙실천운동>을 지혜를 모아 찾아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4. 빛에서 빛을 받아 빛을 비추는 광주光州 교구 공동체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를 부르시고 파견하시어 이 지역에서 빛과 소금으로서 사랑과 구원의 역사를 완성하여 가실 것입니다. 우리가 교구설정 70주년을 기념하며 끊임없는 쇄신을 다짐하는 것은 변함없는 하느님의 사랑과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하고자 하는 신앙과 희망과 사랑의 고백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의식하며 살아가야 할 신앙인으로서의 본분과 사명은 사실, 보화를 깨지기 쉬운 질그릇(2코린 4,7)에 담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나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요한 15,5)라고 하시며, “너희가 내 이름으로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내가 다 이루어주겠다.”(요한 14,13)라고 격려하십니다. 그리고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6-17)고 명령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주님 안에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이 말씀을 되새기며, 교구설정 70주년을 맞아 우리 모두가 빛에서 빛을 받아 지역사회에 빛이 되어 빛 속에서 기쁘고 감사하는 새로운 한해가 되도록 합시다.
 
 
 
 
 
 
 
 
 
 
 
 
 
 
교구설정 70주년인 2007년을 맞이하며
대림 첫 주에, 2006년 12월 3일
 
 
 
광주대교구 교구장 최 창 무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