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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교서

2003년 교구장 사목교서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3-27
  • 조회수 :  1879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루가 10,25-37)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 교구공동체는 지난 한 해 동안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선포한 ‘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을 공부하였습니다. 교회가 무엇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리고 바로 우리 모두가 교회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참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향한 새로운 열의와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사명에 관해 새롭게 인식하며, 개인과 공동체의 성숙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이제 그 노력을 바탕으로 금년에는, 우리 교구 공동체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사회 안에서 드러내야 할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알아내고, 보다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해야 하겠습니다.
현대 산업화와 과학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를 급격하게 변화시켰고, 다방면에 편함과 세련된 감각, 안락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으며 지구를 하나의 사회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다양한 가치와 이념의 충돌,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와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배타의식과, 국가 간 지역 간의 빈부격차와 갈등을 증대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교구공동체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농어촌은 인구감소와 노령화로 피폐하게 되었으며, 중․소도시들은 환락의 유혹과 실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상대적 피해의식과 박탈감이 고조됨으로써 그 어느 때보다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감, 공동선의 추구가 요청되고 있습니다. 진리와 선을 지향해야 하는 인간이 오히려 삶의 현장과 인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 안에서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알아내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회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가 바로 우리 교회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사목헌장 1항). 이는 결국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완전한 인간이요 새로운 인간이신 그리스도(22항)’의 강생과 수난, 십자가와 부활로 계시된 하느님의 사랑으로 정화되고, 완성되어야 할 곳임을 깊이 깨닫게 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37항).
 
<사목헌장> 공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선포한 ‘현대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헌장’은 현대세계의 급변하는 현실을 직시하며 이 세계에 대한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과, 불의와 죄악으로 점철된 이 세계를 구원해 주시는 구세주 예수님의 사랑과, 이 세계의 완성을 위한 성령의 인도를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리고 교회공동체는 성령의 인도로 그리스도께서 하시던 일을 계속하기 위한 하느님의 백성이며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이 세계의 문제에 대하여 인류가족과 대화하며 그 문제들을 복음의 빛으로 조명하여 응답함으로써 인류 가족에 대한 연대와 존경과 사랑을 드러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3항). 동시에 “교회공동체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4항)”고 선언함으로써, 교회공동체가 지역사회 안에서 ‘세상의 시민(43항)’이면서 늘 ‘나그네(교회헌장 7장)’로서 수행해야 할 사명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과, 존엄한 인간이 이루어야 할 사랑의 공동체와, 행복을 위한 인간활동의 진단, 그리고 세계의 실제 문제들에 대한 교회공동체의 복음적 해법을 제시한 이 헌장은, 지금 살고 있는 여기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신 사명을 계속하도록 우리를 격려하고 독촉합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 몸의 한 지체인 우리 교구공동체는 이 헌장에서 바르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노력
우리 교구 공동체는 지난 1996년부터 소공동체 활성화를 새로운 복음화의 실제 방법으로 삼고 노력해왔습니다(1996년 사목교서 참조). 구원의 기쁜 소식인 하느님의 말씀을 함께 읽고 나누며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소공동체 의식교육을 위한 사목 자료집 제작과 보급, 그리고 열성을 지닌 사목자들과 평신도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면서 새로운 복음화의 기초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소공동체에 관한 기본인식의 부족과 이에 따른 부작용(신자들의 소극적이고 형식적인 참여, 신심단체간의 마찰, 복음나누기만을 위한 모임, 무절제한 친교방식 등), 사목자의 성향에 따른 혼선, 그리고 소공동체 활성화에 적합하지 않는 본당의 사목 구조의 현실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교구공동체가 지역사회 안에서 교회공동체의 구원사명을 효과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신앙공동체인 우리들의 형제애를 바탕으로 공동선을 지향하는 소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구나 본당의 다양한 환경에 적절한 소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찾는데 함께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은 결과적으로 지구단위의 협동사목을 활성화시킬 것이고, 공동체의 전례생활과 개인의 신앙생활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줌으로써, 우리 공동체의 복음화와 지역사회의 복음화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늘 새로운 희망
사랑하는 교구 공동체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여러분
우리의 현실이 공동의 선익보다 개인의 편익를 우선하고, 공동체의 친교보다 개인의 안락을 더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이 하느님을 닮기 위해 노력하며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우리의 소명을 불가능하게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형제애와 공동선을 지속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사랑의 공동체를 희망하며 이 현실에서 이루어가도록 재촉합니다. 우리 모두 새롭게 그리스도께서 주신 희망을 다짐합시다. ‘무관심과 게으름의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책임과 참여의 연대의식(30-32항)’을 통해 소공동체를 더욱 더 활성화시켜 시대의 징표를 바르게 알아보고 복음 정신으로 응답합시다. 이 과정에서 늘 ‘필요한 일에는 일치하고, 불확실한 일에는 개인의 의견과 자유를 존중하며, 모든 일에 사랑으로(92항 참조)’ 응답함으로써 참 그리스도인 공동체로 거듭납시다.
<사목헌장>은 우리에게 예수님께서 ‘또 하나의 자신’으로 섭리해주신 이웃을 존중하고, ‘가난한 라자로를 거들떠보지 않았던 부자(루가 16,19-31)’의 태도를 닮지 않으며(27항), 그리스도인으로서 바르게 사는데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지역사회에 진정한 이웃이 되어 복음의 빛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느님께 지혜와 용기를 청합시다. 성령의 인도로 하느님의 섭리 안에서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충실히 따르려는 우리에게 주님은 임마누엘(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이 되어 주실 것입니다. 생명의 빛이신 말씀은 우리 공동체 안에 살아 계시면서 우리 공동체를 통해 이웃에게 ‘그리스도의 향기(2고린 2,14-15)’로 전달될 것입니다. 우리 교구 공동체를 이루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그리스도의 향기를 지니고, “순결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서 그리스도의 날을 맞이하게 되고 또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써 올바른 일을 많이 하여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기 위하여(필립 1,10-11)” 더욱 정화와 쇄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갈 것을 다짐합시다.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우리 대교구 주민들과 이곳을 거쳐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3년을 맞으며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최 창 무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