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교서
1999년도 교구장 사목교서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3-27
- 조회수 : 1607
1999년도 사목교서
그리스도 안에서 겨레와 함께 하는 교회공동체
(새로운 복음화의 해, 4)
그리스도 안에 사랑하는 성직자․수도자 및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세상의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2000주년을 기념하는 ‘2000년 대희년’(大禧年)을 1년 앞두고, 천년대(1000년-1999년)의 마지막 해를 맞이하였습니다. 대희년은 우리가 회개와 쇄신을 통한 자기성화를 바탕으로 가정과 이웃과 일터와 사회에서 정의와 자유 그리고 평화와 일치를 위해 투신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기쁘게 맞이해야 할 주님의 구원과 은총의 해입니다. 따라서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이 시기에,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더욱 깊게 하면서 세상에 복음말씀을 효과적이고 실천적으로 선포하여, 우리가 사는 가정과 공동체 그리고 사회 전체의 새로운 복음화를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교구는 지난 1995년 추계 사제연수회를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됨』을 대주제로 하는 “대희년 맞이 교구 5개년(1996-2000) 사목계획”을 세웠고, 매년 일정한 사목주제와 함께 2000년 대희년을 나름대로 준비해왔습니다. 그 동안 교회 내향적(ad intra)․외향적(ad extra) 측면에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삶”(1996) ․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교구공동체”(1997) ․ “그리스도 안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공동체”(1998)를 각각 사목주제로 삼아 ‘새로운 복음화의 해’를 지내왔습니다.
교구는 올해의 사목주제를, 교회 외향적(대사회적) 측면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겨레와 함께 하는 교회공동체”로 확정하고, 동시에 ‘새로운 복음화의 해, 4’로 명명하였습니다. 물론 이전의 세 가지 사목주제들에 대해서도 계속 똑같은 관심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그것은 각각의 주제들이 ‘새로운 복음화’라는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는 상호보완적인 측면들로서 서로 연결되어 있고, 또한 서로 구별되지만 공존하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새로운 복음화는 우리 인간과 세상을 인도하시는 하느님을 ‘시대의 징표 안에서’ 새로운 의식과 함께 새롭게 묵상하면서, 우리 인간과 세상을 ‘새로운 열정과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표현으로’ 새롭게 복음화시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 교구의 사목주제들은 우리 모두가 그 동안 추구하여 왔고 지금도 추구하고 있으며 세상 마지막 날까지 추구하여야 할 목표이자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i
반성적 회고
1. 첫 번째 새로운 복음화의 해인 1996년에, 교구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새로운 삶”을 사목목표로 설정하여, 신자들이 회개와 쇄신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복음말씀을 더욱 견고하게 실천할 수 있도록 ‘사목적 복음화’를 계속 추진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복음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적 복음화’에 대한 헌신도 촉구하였습니다. 특히, 형식적이고 미지근한 신앙생활에 머물고 있는 신자들과 신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는 쉬는 교우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삼아 ‘새로운 복음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목목표가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도록,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증거생활 심화 ․ 가정성화 및 능동적인 전례참여 ․ 신자 계속교육 ․ 반모임(소공동체)의 활성화 ․ 홍보수단(특히, 광주평화방송)의 활용 등 몇 가지 실천사항을 제시하였습니다.
2. 목포지역 선교 100주년 및 교구설정 60주년이자 두 번째 새로운 복음화의 해인 1997년에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가 되는 교구공동체”를 사목목표로 삼았습니다. 교구내 각 본당과 단체가 일치와 상호교류의 볼 수 있는 원천이요 기초인 주교를 중심으로 굳게 단합하여 ‘한 목자에 한 양떼’가 됨으로써, 유기적인 상호협력관계 안에서 하나의 신앙공동체를 건설하자고 호소하였습니다. 특히 사제들에게, 자신이 속한 사제단 안에서 그리고 사제단과 함께 공동사목을 수행하며 사제단의 단체성과 교구의 공동체성을 구현하는 것이 사목직 봉사의 본질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더불어, 농어촌지역의 본당과 공소의 신자들을 위한 공동사목과 형제적 나눔이 복음정신과 교회정신에 입각하여 실천되어, 희년의 정신이 교구 내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노력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그리스도와의 깊은 일치 ․ 신자 계속교육(특히, 성서와 가톨릭교회교리서 활용) ․ ‘한 목자에 한 양떼’ 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제단의 친교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사목 ․ ‘함께 하는 사목’을 실현하기 위한 평신도 지도자의 양성 및 활용 ․ 교구적인 사고방식과 활동 및 각종 지역단위 모임의 활성화 ․ 자매결연 정신의 내실화(특히, 인적 교류의 확대) ․ 도농(都農)간의 상호협력과 형제적 나눔 및 도농공동체운동의 활성화 등 몇 가지 실천사항들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교구 희년과 목포지역 희년을 맞아, 정신운동의 일환으로 사제들의 쇄신과 계속교육에 관한 연수회 ․ 마르코 복음 읽고 쓰기 60일 운동 ․ 교구 차원의 동시 선교운동 및 입교식을 실시하였고, 기념사업으로 우리 교구의 모교회(母敎會)인 목포 산정동성당에 목포지역 선교 100주년 기념관 및 레지오 마리애 전시관을 건립하였으며, 기념행사로 경축미사를 목포에서 봉헌하였습니다.
3. 세 번째 새로운 복음화의 해인 1998년은, 대희년을 준비함에 있어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여 희년의 열매인 사회교리로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그리스도 안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공동체”를 사목교서의 주제로 선택하였습니다. ‘하느님과의 깊은 일치와 전 인류의 깊은 일치를 표시하고 이루어 주는 표지요 도구’인 교회의 사목활동은, 자신이 처한 시대적․지역적 상황 안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지역사회)과의 대화와 봉사를 통한 세상(지역사회)의 복음화를 그 주제로 삼고 있음을 강조하였습니다. 특히, 사제들에게 개방된 목자적 사랑으로 지역주민에게, 특히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 그리고 특별한 어려움에 짓눌린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 속에, 봉사하는 사목을 실천하는 의식전환을 요청하였습니다. 아울러, 평신도들에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사람들과 사회를 복음화시키는 사회사도직을 자신의 임무로 여길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지난해에도, 인간세상의 일치의 표지요 도구인 교회공동체 ․ 지역사회와의 대화와 봉사인 사목활동 ․ 지역사회에 열린 본당공동체와 그 공동체의 사회사목활동 및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사목 ․ 사제들의 의식전환 및 사회사도직을 위한 평신도 의식교육 ․ 반모임(소공동체)의 활용 및 전례 안에서의 표현 ․ 청소년 사목 ․ 북한형제들과의 나눔 등 몇 가지 실천사항들을 제시하였습니다.
재 제안: ‘이미’ 그러나 ‘아직 아니’
4. 돌이켜 보면, 지난 3년 동안 교구내 각 본당과 단체들은 통상적인 사목활동과 함께 나름대로 교구 사목지침에 준하여 활동해 왔고, 그 동안 이루어진 다양한 활동들은 앞으로도 계속 실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지난 한해동안, 6․25 이후의 최대 국난이라는 imf 체제 아래에서, 여러 지역사제회의와 본당 그리고 단체들이 실직자와 그 가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실직자 가정과 결식아동을 위한 재정지원, 무료급식소 및 쉼터 개설 등)과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회공동체”로서 활발히 활동하였습니다. 교회는 앞으로도 계속 imf 체제 아래서의 경기침체와 실업사태 그리고 그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로 국민 대다수가 겪고 있는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교회는 이러한 경제위기를 경제문제의 극복차원에서만 대응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 국민들이 단순히 재화획득에만 관심을 가지는 물신주의(物神主義)적 삶을 살아왔는지 아니면 인간다운 삶(인간발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재화를 적절히 활용하며 살아왔는지 반성하도록 촉구하면서, 도덕성과 복음적 가난을 바탕으로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개인과 집단을 향해 내적 회개를 호소해야 하겠습니다. 참으로 “오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의 가르침이 제시하는 ‘반성 원리와 판단기준 그리고 행동지침’을 더욱 정확하게 의식하고 이를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는 것은 당면한 문제를 정확히 규명하는 데에도 또 그 문제를 최선으로 해결하는 데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사회적 관심, 41항).
‘새날 새삶’ 운동
5. 때 마침,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10월 15일 추계 정기총회를 마치면서 “새날 새삶 운동을 펼치며”라는 제목으로 담화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주교회의가 제시한 ‘새날 새삶’ 운동은 새로운 천년기라는 ‘새날’을 맞아 2000년 전에 베틀레헴에서 구세주로 태어나신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그분을 따라 그분 안에서 ‘새삶’을 살자, 즉 그리스도 강생의 사건을 오늘에 되살려 인간의 본 모습을 되찾고 참 그리스도인으로서 새로 나 모든 이가 함께 기쁨을 나누는 삶을 살자는 우리의 바람과 다짐을 실천하는 운동입니다. 이러한 ‘새날 새삶’ 운동은 한국교회 전체의 차원에서 실시할 일종의 대희년 맞이 생활실천운동이지만, 아울러 교회 내부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도 2000년 대희년 정신과 그에 따른 삶을 널리 확산시키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대희년 정신의 구현과 아울러 우리 사회와 국가가 처한 실직자 문제를 비롯한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도 매우 유익할 것입니다.
‘새날 새삶’ 운동의 4가지 대주제(기본틀)와 15가지 실천사항들은 ‘새날’을 맞아 “나부터 새롭게” 변화하여(개인), “참된 가정 이루기”와 “좋은 이웃 되어주기”를 실천하면서(가정 및 지역사회), “함께 가요, 우리”의 정신으로(민족, 나아가 인류) 다 함께 ‘새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자기자신의 새로운 복음화로부터 시작하여 가정과 이웃 그리고 지역사회를 비롯한 민족공동체의 새로운 복음화를 지향하며 제시한 ‘새날 새삶’ 운동의 기본적 흐름은, 우리 교구가 지난 1996년부터 대희년을 준비하기 위하여 단계적으로 제시한 주제들 및 실천사항들과 같은 사목적 맥락 안에 있으며, 앞으로 우리 교구에서 실천해야할 매우 유익한 내용들도 담고 있습니다. 따라서 각 개인과 가정 그리고 각 본당과 단체들은 교구 5개년 사목계획에 따른 다양한 실천사항들과 함께 ‘새날 새삶’ 운동에 따른 실천사항들을,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실천방안을 다시 마련하여, ‘나부터 새롭게’ 구체적 일상생활을 통해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ii
인간세상의 역사와 함께 하는 교회의 복음화 사명
6.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올해에,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전망 안에서 세상을 보도록 권장하면서(사목계획), 우리 스스로의 잘못을 고백하며(성사적 초점) 사랑의 관점에서(강조된 對神德) 가난하고 버림받은 이들을 위해 우선적인 선택을 할 것을 촉구하셨습니다(제삼천년기, 49-50항). “참으로, 그토록 수많은 갈등과 참을 수 없는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으로 점철된 우리의 세계에서 정의와 평화에 대한 투신은 희년의 준비와 경축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제삼천년기, 51항).
사실 복음화는 단순히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복음과 은총을 전하여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계획에 어긋나는 인간의 가치관과 생활방식 및 현세질서 등을 복음의 힘으로 내부로부터 변혁시켜 바로 잡는 것도 포함합니다. 이처럼 복음화의 두 가지 목적은 서로 구별되지만 분리되지 않고 하느님의 한 계획안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교회는 인간의 희로애락과 세상의 관심사를 자신의 것으로 삼아, 다양한 형태로 아픔을 겪고 있는 세상사람들에게 복음적 희망을 제시하며 전인적 해방(구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국가적 각 분야에서 정의와 평화가 구현되고 인간의 기본권과 구원이 요청될 때, 사람들의 마음 안에서 ․ 그들이 속한 공동체 안에서 ․ 구체적인 사회환경과 세계역사 안에서 인간세상의 구원사명을 실천하면서 하느님의 나라를 실현시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제삼천년기, 46항; 사회적 관심, 47항; 사목헌장, 76항 참조).
2000년대를 눈앞에 둔 역사적 분기점에 서있는 우리 교회는, 우리 조국과 민족의 여러 문제들과 더불어, 특히 동서화합을 통한 지역갈등 해소문제 및 남북화해와 교류를 통한 평화통일 문제를 대희년 준비를 위한 시대적 투신내용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동서화합을 통한 지역갈등 해소
7. 동서고금을 통하여 지역간의 갈등문제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존재해 왔고, 거의 대부분의 경우 종족이나 종교 등의 차이가 원인이 되어 자연스럽게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경우, 영․호남 두 지역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갈등문제는, 특히 정치집단이 자기 출신지역을 기반으로 권력을 지향하려는 사고방식을 가짐에 따라, 단지 지역이 다르다는 것이 원인이 되어 인위적으로 발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이 점차 심화되어 국민화합과 국가․사회의 균등한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동서화합 문제는 매우 오랜 시간과 쉽지 않을 과정을 요하는 사항이지만, 또 그만큼 영․호남 양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염려하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동서화합 문제는 정치권뿐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합심하여 풀어나가야 하겠습니다:
- 먼저, 정부와 정치권에서 지역간 균형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인사와 예산을 집행하고 권력구조를 공동선을 지향하는 개혁적인 방향으로 개선하면서, 지역화합을 저해하는 일체의 정치적 태도를 삼가야 하겠습니다(結者解之).
- 영․호남 양 지역민들은 이미 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각종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자매결연과 각종 행사들이 지속적이고 실제적인 동서화합운동으로 발전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언론매체들도 동서화합에 도움되는 사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도하면 좋겠습니다.
- 우리 모두가, 자기 지역에 대한 소박한 애향심을 지니면서도,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지역연고에 기초를 둔 각종 발언을 삼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실 영․호남 지역의 교회와 신자들의 의식만 비교해 보아도, 특히 현 정부 출범이후, 구체적 사회문제에 대한 태도나 정치권에 대한 관점이 서로 뒤바뀔 수도 있다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세례로 그리스도 안에 하나가 된 영․호남 출신 신앙인 역시 지역갈등 해소와 동서화합 문제에 대해 책임감과 함께 과제도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남북 화해와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통일
8. 5000년 역사를 지닌 우리 조국이 남북으로 갈라진지 50년을 넘어버린 오늘날, 동서화합문제와 더불어 우리 민족의 절박한 과제들 가운데 하나는 남북간 화해와 교류․협력 및 평화통일과 함께 민족동질성을 회복하고 민족번영을 이룩하는 것입니다.
그 동안 자주․평화․민족적 대단결을 3대 원칙으로 한 ‘7․4 남북공동성명’(1972년)과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1991년 합의, 1992년 발효)가 발표되었지만, 실제적으로는 남북한 당국만이 대화창구를 독점한 상태에서, 남북관계가 진정으로 개선되지는 못하였습니다. 수많은 대화와 접촉이 있었지만, 아직도 이산가족들이 편지 한 장 자유롭게 주고받지 못하는 현실이 바로 남북관계의 현주소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정부는, 정경분리원칙에 따른 대북 포용정책(햇볕정책)과 함께 대북정책 3대원칙(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화해․협력 적극 추진)을 천명하고, 재계와 각계 단체들과 함께 경제협력 등 남북 사이의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각종 교류와 협력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북한이 하나가 되는 것은 단순히 정치적 남북통일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치현상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통일을 달성하는 일에 앞서, 그리고 그 이후에도, 사회경제적․문화적 민족통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실제적으로는 정치적 남북통일보다 더욱 어려운 문제가 바로 민족통합문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우리의 자세
9. 지금 북한에서는 지난 수년동안 지속되어온 수해와 가뭄 그리고 식량생산체계 마비로 인해 수백만 명의 아사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어린이와 산모 및 노약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와 각종 민간단체들은 굶주리는 동포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순수한 민족애의 차원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북한동포들을 돕고 있습니다. 특히, 1982년에 주교회의 북한선교부를 설립(1985년에 북한선교위원회로 개칭)한 이후, 교회는 북한에 대해 ‘침묵의 교회’에 대한 선교방법론적 차원보다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북한선교의 관점보다는 민족의 화해와 일치라는 복음적 가치를 바탕으로 형제적 나눔과 민족복음화를 이루려는 관점에서 북한과 북한주민 그리고 북한교회를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갈라진 우리 민족을 위한 진정한 희년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통한 남북 평화통일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양한 기구와 단체들을 통해 기도운동과 함께 식량과 각종 물자 및 재정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남북 평화통일이 단지 남북한 정권의 합의를 통해서, 몇몇 재벌들의 경제협력을 통해서 그리고 언론의 일정한 역할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만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분단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물론 한국 교회의 차원에서 추진해야할 일들이 많이 있겠지만, 우리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형제적 나눔을 실천하고, 나아가 민족 평화통일의 그날을 대비하여 북한교회의 부흥과 북한동포의 사목적 역량을 갖추는 활동을 실시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한국천주교 사목지침서, 200조 참조). 이를 위해, 통일교육을 통한 계몽운동 ․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운동 ․ 식량과 물자 그리고 재정 지원을 통한 한겨레 나눔 운동 ․ 북한교회를 위한 통일기금 마련 ․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인 보살핌 등이 교구와 각 본당을 중심으로 신자들과의 연계 속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물론 우리가 imf 체제 속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지만, 더욱 절제된 생활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며 북한형제들의 고통에 함께 하는 것은, 동포애적 사랑운동이요 겨레의 생명을 살리는 생명운동이며 민족화해를 통한 평화통일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남는 것’으로 도와줄 뿐 아니라 ‘필요한 것’으로도 도와줄 정신으로, 헐벗고 굶주리는 그리고 떠돌며 고생하는 우리 형제들을 모르는 체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감추어 계시는 이웃과 고통을 나누는 행위는 바로 하느님께 해드리는 봉헌행위입니다.
친애하는 성직자, 수도자 및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우리의 존재이유인 그리스도 안에서 동과 서 그리고 남과 북에 있는 우리 겨레 모두가 하나됨을 염원하면서, 교회 외향적인 사목목표인 “그리스도 안에서 겨레와 함께 하는 교회공동체”를 올해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물론 각 본당이나 단체 차원에서 겨레와 함께 하는 다양한 사목활동을 구체적으로 펼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겠지만, 해방과 구원의 축제인 2000년 대희년을 내다보면서, 우리 신앙인들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유대인과 이방인을 갈라놓았던 담을 헐어버리시고 서로 원수가 되었던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신 ‘평화’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에페 2,14-15 참조), 동서가 화합하고 남북이 한 겨레로 새롭게 태어나도록 더욱 힘을 모음으로써 ‘이 땅에 빛을’ 가져오는 도구가 된다는 것은 ‘시대의 징표’에 따른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희년 준비의 마지막 해인 올해에, 주교회의에서 요청한 ‘새날 새삶’ 운동을 우리 교구에서도 대희년 맞이 생활실천운동으로 펼칠 것을 요청합니다. 사실 “그리스도 안에서 겨레와 함께 하는 교회공동체”라는 주제는 ‘새날 새삶’ 운동의 네 가지 주제들 가운데 하나인 “함께 가요, 우리”의 ‘민족화합에 앞장서기’와 관련된 주제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동안 교구에서 작성한 “대희년 맞이 교구 5개년(1996-2000) 사목계획”에 따라 개별적으로나 공동체적으로 실천해 왔던 사항들 역시 보다 심도있게 추진되어져야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여타의 통상적인 사목활동과 더불어, ‘새날 새삶’의 정신으로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면서 복음정신과 교회정신에 입각하여 동서남북의 ‘하나됨’을 추구하면서 살아갑시다. 그리하여 동서남북의 ‘다양성 안에서의 일치’가 이루어지는 ‘새 하늘과 새 땅’에서, 모든 종류의 억압과 가난으로부터의 해방을 약속한 희년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1998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윤공희(빅토리노) 대주교
공유하기 화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