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문
2019년 교구장 부활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9-04-15
- 조회수 : 426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에제 18,31)
예수님께서 부활하시어 우리와 세상 모든 것을 살리셨으니, 이는 우리의 마음과 영을 새롭게 비추는 빛이 되고, 온 인류의 심장에 새로운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 축제가 될 것입니다. 알렐루야!
십자가와 부활
예수님의 부활은 죽음의 고통마저 두려워하지 않는 십자가의 헌신과 사랑의 절정입니다. 이 부활은 우리가 일상의 삶에서 매일매일 직면하는 고통과 불안, 죄와 어두움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세상에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흔들림 없이 신뢰하는 믿음의 뿌리입니다. 이 부활은 세상에 악의 힘과 세력도, 심지어 죽음마저도 굴복시킬 수 없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의 원천입니다. 또한 이 부활은 자본과 권력의 막강한 영향력과 횡포는 물론이고 폭력의 악순환조차도 무력화시키는 무조건적인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드러내주는 영원한 사랑의 징표입니다. 그리고 이 부활은 나 혼자만이라고 여기는 황량하고 고립된 사막 한 가운데서도,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한결같은 사랑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하게 합니다(마태 28,20 참조).
새 마음과 새 영을 갖추어라
부활하신 예수님의 사랑은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마음, 새로운 영을 불어넣어줍니다. 이 새로운 마음, 새로운 영은 일찍이 에제키엘 예언자가 시대의 파국에 직면하여 절박하게 증언하고 선포했던 하느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람을 학대하지 않고 빚 담보로 받은 것을 돌려주며, 강도짓을 하지 않고 굶주린 이에게 빵을 주며, 헐벗은 이에게 옷을 입혀주고, 변리를 받으려고 돈을 내놓지 않으며, 이자를 받지 않고 불의에서 손을 떼며, 사람들 사이에서 진실한 판결을 내리면서, 나의 규정들을 따르고 나의 법규들을 준수하여 진실하게 지키면, 그는 의로운 사람이니 반드시 살 것이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에제 18,7-9)
에제키엘 예언자의 선포는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 바오로 사도의 증언 속에서 되살아납니다. “그리스도께서 ...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 우리의 옛 인간이 그분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죄의 지배를 받는 몸이 소멸하여, 우리가 더 이상 죄의 종노릇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로마 6,4-6: 파스카 성야 서간)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부활 신앙에 대한 증언을 통해서 새로운 마음, 새로운 영을 강조하십니다. “우리의 이기심과 자아도취를 뒤로하고 예수님의 파스카를 향해 돌아섭시다. 어려운 우리 형제자매들의 이웃이 되어 우리의 영적 물적 재화를 그들과 함께 나눕시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죄와 죽음을 이기신 그리스도의 승리를 우리의 삶 안에 실제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모든 피조물에게도 그리스도의 승리가 가져다 준 변모의 힘을 전하게 될 것입니다.”(2019년 사순 시기 담화 중에서)
부활 신앙과 우리 시대의 새 마음, 새 영
부활 신앙은 우리가 이를 오늘의 현실 속에서 새로운 마음, 새로운 영,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삶의 기준으로 증언할 때, 비로소 세상 사람들이 신뢰할 만한 가치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3.1 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임을 기억합시다. 무엇보다도 우리 민족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으로 강탈된 조국의 현실을 고통스럽게 감내하면서도 무자비한 폭력에 저항하고 자주 독립과 평등, 인간존엄성과 세계 평화를 위해 의분을 표함으로써, 인간의 품위를 잃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감춰져 있거나 아직 밝혀내지 못한 역사적 사건의 진실 규명 또한 시대적 과제요 요청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제주 4.3, 여순사건, 광주 5.18 민주화 운동 그리고 최근의 세월호 침몰과 같은 사건들은 우리가 진실 규명에 나서지 않을 때, 오히려 진실을 왜곡하는 안타까운 일들을 끊임없이 겪게 된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아울러 새로운 마음, 새로운 영을 지닌 부활 신앙은 오늘날 복음을 바탕으로 낡은 가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새로운 기준을 찾음으로써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환대(루카 4,18-19 참조), 사회적 약자들과의 연대(마태 25,31-46참조), 배타적 경쟁과 차별이 아니라 협동과 공생의 공동체성 회복, 고립된 삶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기, 인간만이 아니라 다른 피조물 돌보기, 남북의 평화 공동체 건설을 위한 노력, 사람을 살리는 복음의 합리성을 구현하는 사목실천(마르 3,1-6 참조), 소통과 존중의 문화 이루기 등이 그 실천의 예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께서 유다 지방과 예루살렘에서 하신 모든 일의 증인입니다.”(사도 10,39) 예수님께서 동시대의 역사 속에서 죽음과 부활로써 사랑을 완성하신 것처럼, 친애하는 교구민 모든 분들 또한 우리 시대에 부활의 증인이 되기를 기원하며, 예수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2019년 4월 21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