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문
2014년 교구장 부활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4-04-15
- 조회수 : 1407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 28,5)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무덤의 승리자로 부활하신 거룩한 밤에, 그분을 따라서 어둠을 뚫고 빛의 세계로 들어왔습니다. 주님의 부활은 세상을 덮은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증명해 보여 주셨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내가 너희와 함께 있으니 두려워 마라’고 격려해 주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한 유일한 빛이라고 온 마음으로 고백합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주님은 죽음의 권세를 물리치고 죽을 운명을 지닌 인간들에게 부활의 영광과 영원한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빛으로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기쁨과 평화와 행복을 여러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울러 부활의 빛이, 순교자의 땅을 찾아오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방문 주제처럼 “일어나 비추어라”(이사 60,1) 하신 빛으로 되살아나서, 이 땅의 모든 이가 새로운 부활의 삶으로 거듭 태어나는 기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세상의 길에서 만난 도전들
“오늘날 가장 큰 위험은 온갖 극심한 소비주의와 더불어 개인주의적 불행”이라고 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급변하는 세태 속에서 세상의 또 다른 어두움을 발견하게 됩니다. 도시산업화로 인한 자연생태계 파괴는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자국민의 이익을 위한 대립의 긴장구조는 전쟁과 살생, 파괴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참된 기쁨의 빛을 잃어버렸고, 그로 인해 다른 이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결여되어, 폭력과 사회경제적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어 갑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음을 우리는 외면해서는 안 되겠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인생 여정의 빛과 위로의 원천이십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단지 2000여 년 전에 한 번 일어나고 끝나버린 일회적인 사건이 아닙니다. 우리가 삶을 영위해 가는 지금 이 세상 또한 2000여 년 전 예수님이 사셨던 시대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예수님을 배척하고 거짓증언으로 십자가의 죽음에까지 내몰았던 당시 지도자들의 죄는 지금도 우리 안에 사회악으로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불의가 만연한 세상에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삶의 여정에 구원과 은총의 빛으로 다가오십니다.
부활신앙은 빛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만드는 빛입니다. 부활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이 전부가 아님을 말해 줍니다. 그리고 삶의 희망과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생명에 관하여 선포합니다. 우리의 믿음은 십자가를 통한 부활신앙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을 이기는 힘이 부활의 빛 안에 있음을 우리는 선포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믿음입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때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극심한 고통과 두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렇게 삶의 방향을 잃고 고통의 바다를 헤맬 때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어떤 위로를 받습니까?
‘두려워 마십시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십시오!’
부활하신 주님 앞에 열린 마음으로 우리 자신을 내맡깁시다. 그러면 주님만이 주실 수 있는 삶의 참 기쁨과 참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분은 우리와 함께 살아계시어 영원한 인생의 동반자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세상 끝날까지 그분께서 항상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언약의 표징입니다.
형제적 친교와 나눔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선포합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라는 말씀은 주님의 사랑을 우리가 만나게 되는 이웃들에게 되돌려 주라는 당부이며 영원한 초대입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도 “부활을 체험한 이들은 그분의 모범에 따라 사회 속에 깊이 들어가, 모든 이와 삶을 나누고 그들의 관심사에 귀기울이고, 필요한 것을 도와주고,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다른 이들과 서로 손잡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해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269항)라고 하시며 우리 모두가 부활의 산증인이 되도록 권고하십니다.
부활신앙을 체험한 우리들이 어떻게 세상과 연대해야겠습니까?
우리가 다른 이들과 기꺼이 삶을 나누고 우리 자신을 내어 주려면, 모든 사람이 우리의 헌신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하느님의 소중한 자녀라는 사실을 먼저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새로운 열정으로 부활하신 주님의 참 기쁨을 나누십시오. 가정, 교회, 직장, 학교, 병원, 복지시설, 시장 등 모든 장소에서, 나눔의 장을 만들어 갑시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체험한 제자들은 두려움 없이 고통 받는 이들에게 다가갔고 그들이 가는 곳마다 “큰 기쁨이 넘쳐”(사도 8,8) 흘렀습니다. 그리스도의 부활의 은총은 세상 곳곳에 새로운 사랑의 싹을 틔웁니다. 이웃을 향한 우리의 진솔한 관심 역시 부활하신 주님 안에서 소중하고 아름답게 신앙의 빛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의 부활은 하느님의 질서가 새롭게 이 땅에 선포되는 은혜입니다. 우리의 삶을 통해서 주님이 영원한 빛이고 살아있음을 전해야겠습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그분께서는 늘 그리스도의 개선행진에 우리를 초대하시면서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의 향내가 우리를 통하여 곳곳에 퍼지게 하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립시다(2코린 2,14-15).
두려워 마십시오!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삶을 비추시고 영원한 빛으로 순례여정을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2014년 4월 20일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 희 중 히지노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