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문
2010년 교구장 성탄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0-12-21
- 조회수 : 1151
“이 세상에 참 빛이 오셨네”(요한1,9)
사랑하고 존경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새로운 희망을 주시기 위해 오시는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또한 예수님을 향한 여러분의 삶의 여정에 주님 사랑과 희망의 빛이 늘 비추길 바라며, 여러분의 가정에도 아기 예수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세상의 희망으로 오신 예수님
많은 재산이나 권력을 가진 이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의식할 뿐 아니라 남들도 그렇게 인정하도록 행세합니다. 그래서 도움을 주더라도 도움 받는 이들과 자신을 구분하고 마치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라도 하듯이 적선을 베풉니다. 이렇게 사람을 차별하는 관계 안에서는 결코 인간의 숭고한 가치를 발견하거나 인류애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천 년 전 이 세상에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신 예수님께서는 가난하고 천대 받는 사람들과 억울한 이들, 슬픔과 고통에 잠긴 사람들과 당신을 별개의 존재로 보고 적선을 베풀지 않으시고 그들의 처지를 당신의 처지로 받아들여 함께 머물러 주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아파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 안에 함께 머물러 주심으로써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 희망과 힘을 발견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진정으로 함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신 이 세상의 참다운 삶의 희망이십니다. 우리 모두 참 위로자이시며 희망의 빛이신 예수님만을 나의 빛, 나의 희망이라 고백합시다.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를 비추어 주시고, 또 “우리의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루카 1,79)
세상의 희망으로 초대된 그리스도인
우리를 형제라 불러주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사랑의 계명 안에 머무름으로써 당신처럼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마태5,13.14)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보잘것없는 우리들을 통하여 당신의 빛과 희망의 불꽃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하셨습니다. 따라서 우리 자신도 힘겨울 때가 많지만 당신께서 우리의 희망이 되어주셨듯이 지치고 힘들어 하는 이들, 슬퍼하며 절망하는 이들과 함께 함으로써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어주는 사명을 실천하도록 파견되었음에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사랑의 사명에 초대되어 기뻐하며 감사하는 사람들과 항상 함께 해 주실 것입니다.
희망의 빛을 세상에 비추는 그리스도인
많은 이들은 올 2010년 한 해가 민족의 평화와 번영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여 온 국민을 불안에 휩싸이게 하였고,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더욱 소외된 해였다고 말합니다. 그 첫 번째가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폭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여 온 국민을 놀라게 하고, 또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이 숭고한 생명들의 어이없는 희생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혼란에 빠져 국민 모두가 상처 받은 사람으로서 치유의 손길이 필요하기 때문인지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정한 위로와 격려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유가족들은 치유되지 않은 상처의 아픔 때문에 성탄의 참 의미보다는 분위기에 들떠 기뻐하고 축하하는 이 시간이 더 힘들게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포근한 손길이 이분들과 함께하시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다시 키울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또한 주님의 희망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가 유가족들과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연평도 주민들에게 슬픔을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따뜻한 위로와 힘을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 사회가 경제 제일주의와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들어 공동선을 외면한 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급급하였고,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 소비하는 것에 매몰된 것처럼 보입니다. 가난했어도 서로를 생각하며 부족하지만 작은 것이라도 나누었던 우리의 아름다운 모습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닌가 걱정됩니다. 부유한 이들 가운데 어떤 이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것에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으면서,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작은 나눔에는 더욱 인색해졌습니다. 특히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 비정규직과 이주민 노동자들 같은 소외된 계층에 대해 우선적으로 배려해야할 정부조차도 이들에 대한 정책을 뒤로 미루어 두고, 반면에 가진 자들의 편에 더 기울어진 것은 아닌지 많은 이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정책 기조가 경제와 효율에만 치중된다면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은 결국 경제의 도구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경제가 우선시 되는 삭막한 상황에서 자신만이라도 살아야겠다는 극단적 이기주의에 빠져든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암울한 어둠이 될 것입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이 아니라 약자들도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을 위한 배려와 상생의 정책이 실행되는 나라를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더욱 키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희망의 불씨를 살릴 뿐만 아니라 복음 정신과 교회의 가르침 따라 우리 사회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살리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번 성탄이 주님의 희망이 나의 희망이 되고 나아가 이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소외되고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가난하지만 순박한 목동들과 박식하지만 늘 참된 빛을 찾았던 겸손한 동방박사에게 당신의 오심을 먼저 알려주신 주님의 축복을 충만히 받으시길 빌며 예수님 성탄의 기쁨을 모든 형제, 자매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2010년 12월 2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