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문
2008년도 성모승천 대축일 담 화 문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4-10
- 조회수 : 1137
“하늘에 큰 표징이 나타났습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 여인은 아기를 배고 있었는데, 해산의 진통과 괴로움으로 울부짖고 있었습니다.” (묵시 12,1-2)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성모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오늘은 성모승천 대축일이며 광복절입니다. 교우 여러분과 모든 이에게 진정한 자유와 평화와 일치를 축원합니다. 8월 15일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는 광복일이며, 동시에 교우들에게는 성모님께서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대축일이기에 이중의 기쁨과 감사가 우러나는 날입니다.
교황 비오 12세께서는 <지극히 자비로우신 하느님>(1950.11.1)이라는 교서를 통해 성모 마리아께서 부활하신 주님처럼 영혼과 육신이 하느님의 영광을 입으셨음을 신앙교리로 선포하셨습니다. 이는 성모 마리아께서 하느님 강생구속의 신비에 얼마만큼 깊이 동참하시어 은혜 받으셨는지를 교황의 무류권으로 분명하게 선언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시려고 ‘나자렛 여인 마리아’를 선택하시어 친히 사람이 되셨고, 우리와 더불어 사시고 가르치시고 수고수난受苦受難하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습니다.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시어 당신의 구원계획을 성취하셨습니다. 이 구원계획 안에서 ‘나자렛 여인 마리아’가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라는 천사의 인사를 받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라고 응답하심으로써 구세주의 어머니가 된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희망이며 기쁨입니다. 구세주의 어머니는 예수님의 구원활동(요한 2,1-12; 마르 3,31-35 참조)뿐 아니라, 구세주의 십자가 고통에도 동참하시어 제자들과 깊은 인연을 맺음으로써(요한 19,26-27; 사도 1,14; 2,1-47 참조) 교회의 어머니도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고, 새로운 가르침과 징표로 인류 구원의 길을 열어 주시고,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로 죄와 죽음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구원의 신비를 계시하신 것은 그리스도교의 핵심 진리이며 신앙의 근거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죄와 죽음의 지배에 버려두지 않으시고 여러 세대를 통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생명의 길을 가르치시며(히브 1,1-3 참조) 죽음의 길을 버리고 생명을 선택하도록 재촉하십니다(신명 30,15-20). 그리고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시어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 되는 자격을 얻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갈라 4,4-5) 구세사救世史 안에서 ‘나자렛 여인 마리아’를 제외한다면 참 인간이신 예수님의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됩니다(루카 1,26-38 참조). 교회는 예수님의 어머니 ‘나자렛 여인 마리아’를 “천주의 성모”라고 고백합니다.(431년 에페소 공의회 교부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과 인성을 분리해서 생각하던 네스토리우스 이단을 반대하여 예수 그리스도는 참 사람이시며 참 하느님이시므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천주의 성모’라 칭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나자렛 여인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실 모태로서 죄와 죽음의 세력에 놓여 있을 수 없으므로 영원하신 하느님의 섭리로 원죄에 물들지 않고 잉태되신 분이라고 고백합니다(교황 비오 9세, 1854.12.8). 그러므로 죄에 물들지 않은 마리아께 죄의 결과인 죽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시어 티 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는 지상생활의 여정을 마치시고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시고, 주님께 천지의 모후로 들어 높여지시어 당신 아드님과 더욱 완전히 동화되셨습니다.”(교회헌장 59항) 결국 성모님의 승천은 그리스도의 부활에 특별히 참여한 것이며,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을 앞당겨 실현한 것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966항).
금년은 우리 민족에게 광복 63주년이 되고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인생 60이면 이순耳順이라 했습니다.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난 지 63년이고 자유 민주국가로 출발한지 60년이 되는 우리 민족이 참된 해방의 자유와 광복의 평화를 누리고 있는지 성찰해 봅시다. 광복 63년이 분단 63년이고 건국 60년이 분단된 국가 60년이며 더구나 민족상잔의 치욕으로 불신과 비방, 원한만 키워온 역사는 아닌지요. 누구에게 탓을 돌리겠습니까? 형제간의 세력 다툼이 비방과 기득권 싸움으로 해결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구약성경을 통해 이스라엘이 건국하여 얼마 되지 않아 권력 다툼으로 남북으로 갈리고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외세에 아첨하거나, 지혜로운 외교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열강에 종속되면서 나라를 잃고 세상에 흩어지는 신세가 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지혜로 삼아 건국 60주년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옛 글에 “순천자존順天者存하고 역천자망逆天者亡한다.”고 했다면, 건국 60주년을 맞는 우리는 ‘지천명知天命’하여 ‘이순耳順’해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우리가 광복 63주년, 건국 60주년을 맞이한 만큼 민족끼리 서로 헐뜯거나 비방하는 일을 멈춥시다. 과거에 부족했던 것이 있으면 채우고 옳은 것은 키우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수정 보완하여 민족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진력합시다. 그리고 유물사관唯物史觀을 버리고 인간 존중, 생명 존중에 진력하고 협력합시다. 이는 인간이라면 거부 못할 양심의 명령이며 천명天命으로 받아들일 진리입니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생명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시는 창조주 하느님, 구세주 하느님을 믿는 징표徵表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해 교구설정 70주년(1937-2007)을 기념하였습니다. 우리는 3년의 준비과정(빛을 찾아서, 빛을 따라서, 빛 속에서) 안에서 과거의 부족과 잘못을 반성하고 받은 은혜에 감사하며 쇄신과 발전을 도모하였습니다. 교구 사제단은 2005년 추계 연수회 때(10.17-18) 밤샘 토론을 하며 한마음으로 쇄신과 발전을 위한 희망찬 계획들을 세웠고, 교구 설정 70주년 경축제(2007.5.28. 성령강림 대축일)에서 교구민의 뜻을 모아 하느님 대전에 봉헌하였습니다. 그리고 금년, 그 실천단계의 첫 해로 <영성 심화의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영성 심화의 해>의 우선적 과제는 성직자 수도자들의 쇄신과 발전입니다. 그리고 지역 공동사목의 활성화, 교구청의 쇄신, 보다 효과적인 사목을 위해 필요한 건물의 개보수 내지 신축이라는 과제를 두고 있습니다. 저는 교구장으로서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사제단의 지구사목 활성화, 협동사목의 고취, 교구청의 효과적 봉사를 위한 구조 개편을 단행하고자 합니다. 금년 가을부터 교구청은 5국에서 1처 3국(사무처, 관리국, 사목국, 사회사목국)으로 구조를 개편합니다.
‘사무처’는 교구 행정을 총괄하며, 교구의 대외관계 곧 주교회의와 교황청 관계의 일과 각 지구와 본당 관계 사무를 담당하며 홍보업무와 전산업무를 활성화하고, ‘관리국’은 교구 재정의 관리와 운영을 담당하고, ‘사목국’은 교구의 선교사목을 주관하는 대내적 기구로 기존의 성소국과 청소년 사목국의 기능을 통합하고, ‘사회사목국’은 대사회적 선교와 자선을 담당하는 기구로 삼고자 합니다. 따라서 사회사목부와 사회사목 주교대리제는 개편과 함께 폐지되고 사법대리(교회법원)만 존속하게 되며, 기타 특별 기구들 예컨대 평화방송, 군종 및 각 사제위원회 등은 교구장 직속으로 두겠습니다. 이를 기회로 삼아 교구의 모든 사제들은 “누구든지 우리를 그리스도의 시종으로,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무릇 관리인에게 요구되는 바는 그가 성실한 사람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1코린 4,1-2)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를 새기기 바랍니다. 특별히 새로 개편된 교구청 근무 사제들은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본받아 성실하고 충실하게 봉사하며 상호협력과 친교에 노력할 것을 당부합니다.
피조물인 ‘나자렛 여인 마리아’가 “천주의 모친”이 되고, “영혼과 육신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신” 특권은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조건 없이 순명하신 결과입니다(루카 1,26-38 참조). 구세주 예수님께서 인류구원을 완성하신 것도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순명의 삶(마태 26,39)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성모승천 대축일이자 광복절이며, 건국 60주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인류가 참된 자유와 행복을 얻고 평화를 누리기를 빌며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마태 6,33) 하신 구세주 예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하도록 노력합시다. 하느님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며, 우리가 주님의 뜻을 진정으로 찾는지, 양심을 기르고 양심을 따르려고 노력하는 지에 따라 그 완성은 앞당겨질 것입니다.
구세주의 어머니시며 하늘에 올림을 받으신 영원한 동정이신 우리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08년도 성모승천대축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최 창 무 안드레아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