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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05년도 교구장 부활 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4-10
  • 조회수 :  584

“어둠을 밝히신 구세주 예수님, 찬미 받으소서”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빛으로 오신 주 예수님께 나아가 그분의 축복과 평화를 받읍시다.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오늘 어둡고 고통 중에 있는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생명의 빛으로 어두움을 밝히고 우리가 고통을 이기게 해 주실 구세주를 겸손한 마음으로 영접합시다. 어둠과 절망 속에 있는 인류에게 희망과 기쁨과 평화를 전해 주시는 구세주 예수께 감사합시다.

 

1. 어둠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이사 9,1a).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올 것입니다. 당신께서 주시는 무한한 기쁨, 넘치는 즐거움이 곡식을 거둘 때의 즐거움 같고, 전리품을 나눌 때의 기쁨 같아 그들이 당신 앞에서 즐거워 할 것입니다.”(이사 9,1-2)

이스라엘 백성이 자유와 해방을 얻기 위하여 삶의 현장을 용감히 떨쳐 버리고 광야에서 40년을 헤매었고, 많은 예언자들의 외침을 따라 바른 생활을 했던 때처럼, 우리도 진정한 자유와 해방, 참 행복을 얻기 위해 진리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비리와 부정, 불의와 부패의 고리를 떨쳐 버려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은 굳이 열거해 보지 않아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연일 신문과 라디오와 각종 방송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 고발하고 있으나 책임을 스스로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하고 치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구세주 예수님께서는 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시려 세상에 작고 낮은 모습으로 외양간 구유 안에 내려 오셨습니다. 누구를 대신 파견하거나 천사를 보내지 않으시고 당신께서 친히 오시어 구해 내십니다(이사 63,8). 그리하여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은혜로우신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부요하셨지만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분이 가난해지심으로써 여러분은 오히려 부요하게 되었습니다(2고린 8,9).

 

2. “나는 세상의 빛입니다”(요한 8,12b).

 

우리에게 빛으로 오신 구세주 예수께서는 우리의 잘못을 단죄하고 처벌하려 오신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분의 빛을 통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새로워져 구원받기 위해 오셨습니다(요한 3,16).

어두운 세상은 빛을 갈망하기 마련이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요한 1,5; 8,12-19). 마치 해가 뜨면 어둠은 사라지듯, 의로운 태양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어 세상의 불신과 부정을 단죄하시고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요한 16,5-11). 이 빛을 발견하고 이를 따라 사는 사람은 참 생명을 얻을 것이며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구세주 예수님은 우리에게 약속하십니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입니다”(요한 8,12). 이렇게 해서 새로워지는 세상을 이사야 예언자는 다음과 같이 알려 주십니다: “그날에는 귀머거리들도 책에 적힌 말을 듣고 맹인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 겸손한 이들은 주님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즐거워하리니 포악한 자가 없어지고 빈정대는 자가 사라지며 죄지을 기회를 엿보는 자들이 모두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송때 남을 지게 만들고 성문에서 재판하는 사람에게 올가미를 씌우며 무죄한 이의 권리를 까닭없이 왜곡하는 자들이다”(이사 29,18-21).

우리 구세주는 부정하고 불의한 사회와 타협하지 않으시고 가난하고 초라한 외양간에 태어나시고, 전능하신 힘으로 위협하지 않으셨으며, 불의한 세상마저 구원하시고자 이집트로 피난하시고 부당한 재판을 감수하였으며, 죽음의 세력을 없애시고자 죽음을 받아들이시고 부활의 영광을 받으셨습니다(필립 2,5-11). 그리하여 하느님의 지혜와 능력이 어떠한 것인지 세상에 드러내 보이셨습니다(1고린 1,18-2,9). 그분은 세상을 향하여 당당히 선언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 나라가 너희 것이니.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이들! 너희가 배부르게 되리니.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이들! 너희가 웃게 되리니.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며, 그리고 사람의 아들 때문에 너희를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하늘에게 받을 상이 크다.”

그리고 나서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자들! 너희가 이미 위로를 받았으니.

불행하여라, 너희 지금 배부른 자들! 너희가 굶주리게 되리니.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자들! 너희가 슬퍼하며 울게 되리니.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사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루가 6,20-26).

 

이는 어느 특수계층이나 사람들에게만 하신 말씀이 아니고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정신이 없고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지 않는 사람들과 이러한 삶의 희생자들을 두고 하신 말씀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여러분은 세상에서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십시오(필립 2, 15). 

 

하느님께서는 죄스런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권력과 재물과 영광스런 명예의 모습이 아니고 아주 가난하고 어린 아기로 태어나시고 성장하셨으며 이웃과 더불어 사셨습니다. 죄 외에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같은 생활을 하시며 우리의 일상을 근원적으로 치유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권력과 재물과 명예로 행세하며 그것을 삶의 힘으로 삼는 인간을 부끄럽게 하시고,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받게 된다는 참된 인간 구원의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마태 11,25-27; 1고린 1,18-2,9). 그리고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의 가르침을 따라 삶으로써 모두가 밝은 세상을 만드는데 빛과 소금이 되라는 호소도 담고 있습니다(마태 5,13-15).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어둠이 드리워진 땅에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하고 어둠 속에서 빛을 노래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의 빛이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고 새 삶으로 초대하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삶의 고우리의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의 희망이며 새 생명으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경배하며, 그분의 축복을 받읍시다. 구세주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어 우리 대신 십자가에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죄의 모습인 온갖 냉대와 모욕과 고통을 당하시고 무참히 십자형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죽음의 고통에서 풀어 다시 살리셨습니다"(사도 2,24).

곧 그분은 부활하셨습니다. 죽을 운명을 지닌 우리에게 새 희망과 새 생명을 주셨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모든 축복의 근원이며 은총의 원인이 되었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믿는 이들은 그 십자가로 말미암아 연약함에서 힘을, 수치에서 영광을, 죽음에서 생명을 얻게 됩니다(성 대 레오).


 

1.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워 새 반죽이 되십시오"(1 코린 5,7)

  이제 우리는 부활의 희망 속에 새로운 삶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믿고 사는 사람들은 옛 생활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선택해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우들에게 "여러분은 누룩 없는 빵입니다. 우리의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묵은 누룩, 곧 악의와 사악이라는 누룩이 아니라, 순결과 진실이라는 누룩 없는 빵을 가지고 축제를 지냅시다"(1코린 5,7-8)하시며 파스카의 신비를 경축하며 살아가도록 권고하십니다.

 


2. 유대인의 과월절 축제를 우리의 파스카 축일로 계승합시다.

 

   구약의 하느님 백성은 민족의 해방절이며 자유인의 축제인 과월절을 매년 성대하게 지냅니다. 그들에게는 에집트 탈출이 단순히 역사적 사건, 폭정과 억압에서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만은 아니었습니다. 야훼 하느님께 합당한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 권리의 회복이며 이스라엘의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의 예배를 드리는 것을 자신들의 의무로 인정하고 받드는 축제로 지내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무교절이나 과월절은 단순한 기념 축제가 아니고 신앙 고백이었으며 에집트 탈출에 대한 감사와 그 은혜에 상응한 생활을 하는지 확인하고, 삶 안에서 그 큰 사건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예배 행위였습니다.

 

  신약의 하느님 백성인 교회는 파스카 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 사건을 새로운 파스카로 기념합니다.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와 새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구원사건으로 이해하고 감사드리며 기념하는 것입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유대인들이 과월절을 지내기 위하여 새끼양을 잡던 같은 시간에 파스카 양이신 예수님을 십자형에 처한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탈출 12,15-28. 43-50; 13, 3-16; 요한 19,31-36 참조).

 

  그러므로 세례를 받아 그리스도 예수와 하나가 된 그리스도인들은 파스카 양이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리스도의 빵"이며 "파스카 양"으로서 세상을 구원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확인하는 축제가 되어야 하겠습니다(교회헌장 9항 참조). 이런 의식을 가질 때 바오로 사도처럼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육신 안에서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바치신 하느님의 아드님에 대한 믿음으로 사는 것입니다"(갈라 2,19-20)라고 고백할 수 있고, "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 1,24)라고 고백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제사가 세상 구원을 위한 죽음이며 세상에 새 생명을 주는 길이었다면 그리스도인의 삶도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안에서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구세사적 삶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헌장은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참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든 신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않는 것이 없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사목헌장 1항). 

 

 

3. 5.18의 사건을 파스카의 신비로 조명합시다.

 

  금년은 5.18 광주 항쟁 25주년입니다. 군부의 폭압으로 양민이 학살되고 무수한 청소년들이 불의에 시달렸습니다. 그때 교회는 그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었으며 불의와 부정에 맞서서 진리와 진실을 외치고 인권과 생명을 보호하고자 대변자로 자처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5.18의 영성화를 요구하며 새롭게 기억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파스카의 신비를 알고 믿는 우리는 광주에서 겪은 5.18의 역사적 사건을 파스카의 신비로 조명하며 기억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야 그 어두운 사건과 사실들은 새롭게 조명되고 그 많은 희생도 헛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도 무등 경기장에서 사랑과 용서를 호소하시며 진정한 용기가 어디에 있는지 말씀해 주셨습니다(1984년 5월 4일 강론 참조).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은 세상의 불의를 이겨냈으며 어두운 세상을 생명의 빛으로 밝히셨습니다(이사 9,1-6; 요한 1,5; 16,33; 1코린 1,18-2,8 참조).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는 자기가 사는 세상에서 이 사명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때에 제2, 제3의 5.18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며 어둠이 짙더라도 절망치 않고 희망의 빛을 발할 수 있는 참 삶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이는 삶의 현장 곧 한 개인이나 가정이나 공동체나 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언제나 어디서나 파스카의 신비로 조명을 받아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4. 우리는 교구 설정 70주년 준비의 첫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구세주 "파스카 양"이신 예수님의 "빛을 찾아서", 우리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조명하면서 빛과 어두움을 가려보고 하느님께서 어떻게 우리와 함께 하셨는지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특히 사순절을 지내며 우리는 기도와 재계와 자선으로 부활축제를 준비해 왔습니다. 우리 각자가, 가정이, 공동체가 그리고 교구가 묵은 누룩을 버리고 깨끗한 새 반죽이 되어 세상의 빵이 된다면 우리와 이 사회에 그 어느 해 보다 기쁘고 아름다운 부활 축제가 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부활과 그 신비로 새로운 백성이 된 우리에게는 어떠한 고통과 눈물 안에서도 또 다른 희망이 있음을 알고 믿게 됩니다. 그리고 인생의 고통과 힘든 일상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그를 극복하는 희망과 능력을 갖추도록 격려하고 선포하게 합니다. 주님의 부활만이 우리 삶의 근본이요 신앙의 본질입니다. 이런 기쁨과 희망, 참 삶의 길을 우리 이웃과 함께 나누도록 합시다. 세상의 어둠을 없애주시는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빛이 우리 가정과 사회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알렐루야!

 

                                       2005년 3월 26일 부활 대축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안드레아 대주교통에 짓눌려 고달파 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평화를 주십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와 이 세상에, 위로와 희망의 빛을 비춰주시고,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해 주시며, 당신의 영광으로 우리의 뒤를 받쳐 주십니다. 그러니 빛을 찾은 사람들처럼 우리는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는 일, 상호간의 비방과 삿대질을 그만 두고 못된 말을 거두며, 우리의 먹을 것을 굶주린 자에게 나누어주고 쪼들린 자의 배를 채워 준다면 우리의 삶이 햇살처럼 되어 세상의 상처는 치유되고 어둠이 대낮같이 밝아 올 것입니다(이사 58,6-8 참조). 이러한 삶이 구세주의 탄생을 믿고 기리는 사람들의 몫이며, 이때 어둠을 밝히는 축제, 성탄절의 의미와 기쁨도 우리 모두의 것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하늘아 높은 곳에서 정의를 이슬처럼 내려라! 구름아, 승리를 비처럼 뿌려라. 구원이 피어나게. 정의도 함께 싹트게 땅아 열려라!”(이사 45,8) 하고 기도했던 이사야 예언자 같이 기도하며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구세주께 환호합시다.

구세주 예수님의 성탄 축제를 맞아 지역민 모두와 교우들의 가정에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연말과 연시에도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온 세상에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4년 성탄절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최 창 무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