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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04년 성탄메시지

  • 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09-04-10
  • 조회수 :  598

“어둠을 밝히신 구세주 예수님, 찬미 받으소서”

 

친애하는 교형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빛으로 오신 주 예수님께 나아가 그분의 축복과 평화를 받읍시다. 영원하신 하느님께서 오늘 어둡고 고통 중에 있는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생명의 빛으로 어두움을 밝히고 우리가 고통을 이기게 해 주실 구세주를 겸손한 마음으로 영접합시다. 어둠과 절망 속에 있는 인류에게 희망과 기쁨과 평화를 전해 주시는 구세주 예수께 감사합시다.

 

1. 어둠속을 헤매는 백성이 큰 빛을 볼 것입니다(이사 9,1a).

 

“캄캄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빛이 비쳐올 것입니다. 당신께서 주시는 무한한 기쁨, 넘치는 즐거움이 곡식을 거둘 때의 즐거움 같고, 전리품을 나눌 때의 기쁨 같아 그들이 당신 앞에서 즐거워 할 것입니다.”(이사 9,1-2)

이스라엘 백성이 자유와 해방을 얻기 위하여 삶의 현장을 용감히 떨쳐 버리고 광야에서 40년을 헤매었고, 많은 예언자들의 외침을 따라 바른 생활을 했던 때처럼, 우리도 진정한 자유와 해방, 참 행복을 얻기 위해 진리의 말씀에 귀 기울이며 비리와 부정, 불의와 부패의 고리를 떨쳐 버려야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은 굳이 열거해 보지 않아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연일 신문과 라디오와 각종 방송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누가 잘못하고 있는지 고발하고 있으나 책임을 스스로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불평과 불만으로 가득하고 치유되지 않고 있습니다.

구세주 예수님께서는 이 어두운 세상을 밝히시려 세상에 작고 낮은 모습으로 외양간 구유 안에 내려 오셨습니다. 누구를 대신 파견하거나 천사를 보내지 않으시고 당신께서 친히 오시어 구해 내십니다(이사 63,8). 그리하여 바오로 사도는 말씀하십니다: “여러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얼마나 은혜로우신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부요하셨지만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 그분이 가난해지심으로써 여러분은 오히려 부요하게 되었습니다(2고린 8,9).

 

2. “나는 세상의 빛입니다”(요한 8,12b).

 

우리에게 빛으로 오신 구세주 예수께서는 우리의 잘못을 단죄하고 처벌하려 오신 것이 아니고, 우리가 그분의 빛을 통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새로워져 구원받기 위해 오셨습니다(요한 3,16).

어두운 세상은 빛을 갈망하기 마련이고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요한 1,5; 8,12-19). 마치 해가 뜨면 어둠은 사라지듯, 의로운 태양이신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시어 세상의 불신과 부정을 단죄하시고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을 나타내 보이셨습니다(요한 16,5-11). 이 빛을 발견하고 이를 따라 사는 사람은 참 생명을 얻을 것이며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구세주 예수님은 우리에게 약속하십니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입니다”(요한 8,12). 이렇게 해서 새로워지는 세상을 이사야 예언자는 다음과 같이 알려 주십니다: “그날에는 귀머거리들도 책에 적힌 말을 듣고 맹인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 겸손한 이들은 주님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사람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즐거워하리니 포악한 자가 없어지고 빈정대는 자가 사라지며 죄지을 기회를 엿보는 자들이 모두 잘려 나갔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송때 남을 지게 만들고 성문에서 재판하는 사람에게 올가미를 씌우며 무죄한 이의 권리를 까닭없이 왜곡하는 자들이다”(이사 29,18-21).

우리 구세주는 부정하고 불의한 사회와 타협하지 않으시고 가난하고 초라한 외양간에 태어나시고, 전능하신 힘으로 위협하지 않으셨으며, 불의한 세상마저 구원하시고자 이집트로 피난하시고 부당한 재판을 감수하였으며, 죽음의 세력을 없애시고자 죽음을 받아들이시고 부활의 영광을 받으셨습니다(필립 2,5-11). 그리하여 하느님의 지혜와 능력이 어떠한 것인지 세상에 드러내 보이셨습니다(1고린 1,18-2,9). 그분은 세상을 향하여 당당히 선언하셨습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 나라가 너희 것이니.

행복하여라, 지금 굶주리는 이들! 너희가 배부르게 되리니.

행복하여라, 지금 우는 이들! 너희가 웃게 되리니.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며, 그리고 사람의 아들 때문에 너희를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하늘에게 받을 상이 크다.”

그리고 나서

“불행하여라, 너희 부유한 자들! 너희가 이미 위로를 받았으니.

불행하여라, 너희 지금 배부른 자들! 너희가 굶주리게 되리니.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자들! 너희가 슬퍼하며 울게 되리니.

모든 사람이 너희를 좋게 말하면, 너희는 불행하다! 사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루가 6,20-26).

 

이는 어느 특수계층이나 사람들에게만 하신 말씀이 아니고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정신이 없고 나눔과 섬김의 삶을 살지 않는 사람들과 이러한 삶의 희생자들을 두고 하신 말씀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여러분은 세상에서 하느님의 흠 없는 자녀가 되어 하늘을 비추는 별들처럼 빛을 내십시오(필립 2, 15). 

 

하느님께서는 죄스런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우리와 똑같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권력과 재물과 영광스런 명예의 모습이 아니고 아주 가난하고 어린 아기로 태어나시고 성장하셨으며 이웃과 더불어 사셨습니다. 죄 외에는 모든 점에서 우리와 같은 생활을 하시며 우리의 일상을 근원적으로 치유해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권력과 재물과 명예로 행세하며 그것을 삶의 힘으로 삼는 인간을 부끄럽게 하시고, 가난하고 나약한 사람이 하느님의 구원을 받게 된다는 참된 인간 구원의 길을 가르쳐 주셨습니다(마태 11,25-27; 1고린 1,18-2,9). 그리고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그의 가르침을 따라 삶으로써 모두가 밝은 세상을 만드는데 빛과 소금이 되라는 호소도 담고 있습니다(마태 5,13-15).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구원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어둠이 드리워진 땅에 살면서 하느님 나라를 이야기하고 어둠 속에서 빛을 노래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우리의 빛이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시고 새 삶으로 초대하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살면서, 우리가 삶의 고통에 짓눌려 고달파 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평화를 주십니다.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와 이 세상에, 위로와 희망의 빛을 비춰주시고,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해 주시며, 당신의 영광으로 우리의 뒤를 받쳐 주십니다. 그러니 빛을 찾은 사람들처럼 우리는 억울하게 묶인 이를 끌러주고 멍에를 풀어주는 일, 상호간의 비방과 삿대질을 그만 두고 못된 말을 거두며, 우리의 먹을 것을 굶주린 자에게 나누어주고 쪼들린 자의 배를 채워 준다면 우리의 삶이 햇살처럼 되어 세상의 상처는 치유되고 어둠이 대낮같이 밝아 올 것입니다(이사 58,6-8 참조). 이러한 삶이 구세주의 탄생을 믿고 기리는 사람들의 몫이며, 이때 어둠을 밝히는 축제, 성탄절의 의미와 기쁨도 우리 모두의 것이 되겠습니다. 

우리는 “하늘아 높은 곳에서 정의를 이슬처럼 내려라! 구름아, 승리를 비처럼 뿌려라. 구원이 피어나게. 정의도 함께 싹트게 땅아 열려라!”(이사 45,8) 하고 기도했던 이사야 예언자 같이 기도하며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구세주께 환호합시다.

구세주 예수님의 성탄 축제를 맞아 지역민 모두와 교우들의 가정에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연말과 연시에도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이 온 세상에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4년 성탄절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최 창 무 대주교